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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별 Nov 06. 2023

#2023. 11.6. 월, 병아리콩 삶는 냄새.

오늘은  6시에 일어났다.


이상적 자아 :'정신 차렷!'

나쁜 자아 : 차리기 싫엇,,, 시러... 실타고...


명상을 하고 복근운동은 못,,,하고 어제 남겨놓은 커피를 먹었다. 조금만 먹었다. 감질맛이 나서 이런... 하는 순간 냉동실에 있는 꿀호떡을 보아버렸다. 갑자기 텐션이 올라간다. 어젯밤에 던져 놓았던 설거지를 했다. 에어프라이에 돌린 바싹바싹한 꿀호떡을 커피와 먹었다. 혈당이 올라가면서 기분도 좋아진다. 비가 오니 달리기 안 갈 핑계가 확실해서(비 와도 뛰는 사람은 뛴다) 마음이 촉촉해진다. 


오늘은 강아지 밥 만드는 날이다. 어제 병아리콩을 오래 불렸다. 병아리콩은 색깔이 연한 노란색인데 제대로 된 파스텔톤 노랑이다. 불려놓으면 병아리처럼 귀여운 모양이다. 맛도 좋다. 몽이가 피부병이 심해져서 사료를 끊고 밥을 만들어 먹이는데 효과가 좋아서 좀 성가셔도 쭉 하고 있었다. 그런데 요사이 다시 피부병이 심해진다. 냄새가 많이 나고 몸에서 각질이 우수수 떨어진다. 검정바지를 입고 무릎 위에 앉히면 바지가 뿌옇게 된다. 처음에 발병했을 때는 화가 너무 났다. 내가 왜 시작을 해서... 뭐 이런 생각들 때문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어쩌지라는 괴로움도 화를 부채질했다. 


올해 가을 다시 재발했을 때는 담담했다. 

'많이 아프겠다. 어쩌겠니... 할 수 없구나... 그래도 밥을 잘 먹으니 참 다행이다.'

뭐 이런 긍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피부병이 공부를 많이 시켜준다. 


병아리콩은 오래오래 불렸다가 오래오래 천천히 중간불에서 삶는다. 집안 가득 콩삶은 냄새가 가득하다. 밖은 비로 가득하다. 창문은 흐리게 뿌였고 동네 집들은 동화처럼 안개 속에 둘러싸여 있다. 내가 좋아하는 냄새는 병아리콩 삶는 냄새, 행주 삶는 냄새 그리고 시큼한 우리 몽이 냄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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