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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별 Nov 19. 2023

#2023. 11.19. 일. 맑음, 부고.

오늘은 7시에 일어났다.

어제 오후에 바람을 뚫고 나가서 친구랑 속이야기를 하는데 부고를 받았다. 시삼촌이 돌아가셨다고 한다. 여름에는 그 어른 큰 아들이 하늘로 갔는데... 마음이 좀 가라앉는다.


친구는 오래된 남편과의 갈등을 이야기했는데, 사건은 동일한데 나이 먹은 여인 둘이 앉아서 바라본 이야기는 달라졌다. 이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렇게 시간이 쌓인다. 시간은 순차적으로 흘러가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중첩된 기억들이 성(城)을 이룬 그곳이 나이기도 하고 터전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여섯 살과 오십 세 살이 함께 그곳에서 만나져서 울음을 일으키게 한다. 다른 생각이 일어나게 하기도 한다.


바람 많이 불고 추운 날 오신 곳으로 돌아가신 분 생각하니 고개 떨구어진다.




오늘 아침 남편은 갑자기 자기 바지를 수선하겠다고 재봉틀에 앉아서 작동법을 가르쳐달라고 한다. 앉아서 이리저리 주물러대더니 자기는 바느질 천재라고 흥겨워한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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