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리별 Nov 29. 2023

#2023. 11.29. 수, 고추장 담기.

오늘도 늦게 일어났다.(괜찮아,,,, 톡. 톡. 톡)


월요일에는 식혜를 만들고 어제 화요일에는 고추장을 담았다. 장 볼 때 엿기름을 빠뜨려서 오전 11시 즈음 시작해서 마음이 바빴다. 엿기름을 면주머니에 넣고 물속에서 조물조물하면 뽀얀 엿기름물이 만들어진다. 솥에 엿기름물과 찹쌀가루를 같이 넣어서 65도에 5시간 동안 삭혔다. 가루가 바닥에 붙지 않고 잘 삭아졌다. 남은 엿기름물과 찹쌀가루 삭힌 물을 합쳐서 끓였다. 양이 많아서 냄비 두 개를 불위에 올리고 끓였다. 끓으면 중불로 낮추어 1시간 30분 정도 졸인다. 가루가 붙지 않고 잘 졸여졌다. 조금 식혀서 한쪽 냄비에는 소금을 넣어 저으면서 녹였다.  다른 쪽 냄비에 있는 물을 사용해서 조청을 녹였다. 고추장 보관할 9.2리터 김치통에 엿기름물을 부었다. 고춧가루는 채반에 받쳐서 넣었다. 엿기름물속에서는 고춧가루 덩어리가 들어가면 잘 풀리지 않아서 애를 먹는다. 가루를 찬찬히 체에 걸려서 넣고 살살 저었다. 어제 제대하고 놀다가 오늘 집에 돌아온 아들이 저어주었다. 덕분에 나는 편하게 일했고 아들은 고추장 만들기 체험했다고 좋아했다. 고춧가루 2킬로, 조청 1.5킬로, 소금 500그램, 졸인 찹쌀엿기름물 3리터, 식혜물 2리터, 백화수복 300그램 정도, 찹쌀 1킬로를 사용했다. 항아리에 담아 익히면 좋다고 하던데 다시 덜어서 통에 담을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파서 그냥 패스했다. 소금양이 적어서 곰팡이가 걱정되니 일주일정도 실온에 두었다가 김치냉장고에 넣으려고 한다.


오늘 아침에 맛을 봤는데 감칠맛이 돌면서 입에 촥 감겼다. 이래서 찹쌀고추장을 최고로 치나보다. 찹쌀을 갈지 않고 찰밥을 해서 만들면 더 맛있다고 한다. 어떤 집에서는 찹쌀을 잘 쪄서 고추장을 담그는데 맛이 아주 좋다고 한다. 다음에는 찰밥을 지어서 해봐야겠다.


엄마 생각이 나는 겨울이다. 엄마는 일을 많이 하셨다. 옆에서 보면 늘 마음이 아려왔다.


그런데 지금 나이 먹어 생각해 보니 어쩌면 엄마에겐 '놀이'하는 시간이기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는 일하기를 좋아하는 분이셨고 특히 된장과 고추장, 단술(식혜의 경상도 사투리), 도토리묵 같은 음식을 잘하셨다.


'내가 엄마처럼 이런 일을 할 줄이야... 왜 이럴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엄마는 이런 일을 할 때 행복해하셨던 것 같다. 살림의 베이스가 되는 간장 된장 고추장을 담으면서 존재의 쓰임에서 오는 진한 만족감과 효능감을 느끼신 것 같다. 은은히 풍겨오는 행복한 몰입을 어린 내가 슬쩍 느꼈을지도 모른다.


 몸은 쓰라고 있는 것! 적절히 잘 써 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2023.11.28.화.맑음, 제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