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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별 Dec 23. 2023

#2023.12.23.토, 엄마 젖.

오늘은 7시에 줌회의가 있었다. 글쓰기 모둠이었는데 희한하게 코드가 잘 맞았다. 이렇게 우연으로 모인 그룹에서 드문 일이었다. 이상하게 서로 끈끈했다. 사랑을 갈구하는 그녀, 외로워 방황하는 그녀, 뭔가를 찾고 있는 그, 다정한 그, 야무진 그녀, 흔들리는 그녀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싸움질하지 않기는 힘든데, 묘하게 괜찮았다. 우리는 슬쩍 떨어진 자리에서 상대를 보고 나를 보고 마음을 나누었다.


모둠이 재편성된다는 말에 헤어지기 싫어하는 어린아이처럼 칭얼거렸다. 나 역시 여기서 나가고 싶지 않았다. 말이 안 되지... 우리가 언제 만났다고, 고작 줌으로 몇 번... 우리가 뭘 같이 했다고... 글쓰기 피드백 몇 번... 이 이상한 집착은 뭐냐고...


오늘 아침 칭얼거리는 나를 가만히 보면서 떠올랐다. 좋은 것을 계속 가지고 싶어 하는 강렬한 욕망을,


절대 절대 놓을 수 없어...


그리고 생각했다. 이런 마음은 어디서 왔을까...

아이 같았다. 그래 아이였어,,, 아주 어릴 적이겠지. 말로만 들었던 나의 이야기... 돌이 됐을 때 동생이 생겨서 젖이 끊어지고 아주 많이 오래 울고, 몹시 아팠다고 한다. 죽을 만큼 열이 올랐다고 하던데...


그 기억은 내 무의식에 깊숙이 잠겨 있었던 것같다. 아주 원초적이고 아니 아주 원시적이고 본능적인 감각이니까.

아마 나는 그때 엄마의 젖을 뼈저리게 욕망하고 다시 내놓으라고 그렇지 않으면 살 수 없다고 울음으로 말했으리라.


돌려줘, 돌려줘, 그건 내 젖이야...




헤어지기 싫고, 그냥 머물고 싶고, 계속 이 세계가 유지되었으면 좋겠다는 욕망, 그 강렬하고 시커멓기도 하고 새빨기도 한 그 감정 덩어리. 살고 싶지만 죽고 싶은 그 마음들... 오래오래 숨어 있었다. 이렇게 불쑥 만나지고 전혀 비례되지 않은 울음을 터뜨리게 한다.


그래 그래...

이제는 내가 알아... 내가 다 알아...




헤어지고 만나는 일에 바싹하지 못하고 구질구질하고 매달리고 사랑에 목을 매고, 이런 형상의 아이를 지켜본다.


잘 가세요... 여러분.

그동안 고마웠어요.

우리 또 만나요.


                                                                                    

                                                                                                      사진: UnsplashGabriel Beno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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