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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별 Dec 24. 2023

#2023. 12.24. 일, 아마도 36번 버스.

오늘은 6시 30분에 일어났다.

마음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걸 잘 본다.


도서관 책 반납일을 넘기고 연체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제  도서관 근처 카페로 가서 남은 부분을 읽고 리뷰를 조금 썼다. 슈트렌을 한쪽 먹었는데 아래쪽 어금니가 자꾸 아팠다. 요가를 한다고 용을 써서 그런가...

코로나 이후 치과를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스케일링하러 가야 되는데... 생각만 했다. 멈춘 일은 다시 하기가 어려웠다. 다니던 치과 선생님은 연세가 많아서 올해 치과를 그만두셨다.


글을 마무리하고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집으로 걸어왔다. 날은 몹시 추웠다가 조금씩 풀리고 있었다. 노트북이 무거웠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면서 거리를 바라보았다. 그 10차선 도로는 내가 어릴 적에는 왕복 4차선 도로였다. 내가 살던 근처의 K군에서 D시로 가려면 36번이나 75번을 탔다. 그 길 양쪽으로는 논이 있었다. 그 논 끝에는 포도밭이나 딸기밭이 있었고 논 사이로 두루미가 하얗게 날아다녔다. 버스를 타고 나갈 일은 거의 없었는데 유독 어느 하루가 떠올랐다. 아마 병원에 약을 타러 가는 길이지 않았을까... 무섭고 두렵고 아득한 기억이 있다.


그 길은 이제 10차선으로 확장되었고 큰 빌딩이 가득한 중소도시로 변했다. 그래도 낯설지 않다. 아주 오래된 길이라서 그런 것 같다.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그 길 위를 따박따박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걸음을 바닥에 찍었다.


오늘 아침 이가 왜 이렇게 아플까 하고 입 속을 살펴본다. 어금니 쪽에 뭔가 검은 자리가 보인다. 깜짝 놀라 돋보기를 쓰고 본다. 이가 썩었다. 에고... 병원을 가야 했구나... 기분이 별로다. 후회와 자책이 지나간다.


아무 일정도 없는 날이라 옷장 정리를 한다. 남은 원단을 팔아 볼까 하고 꺼내서 살펴본다. 사진도 찍어본다. 몸을 움직이니 통증도 후회도 자책도 사라진다. 뇌가 고통을 지연한다는 건 고통의 비밀이 맞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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