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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별 Jan 05. 2024

#2024. 1.5. 금, 뉴런.

 오늘은 7시에 일어났다. 기도는 포기하고 산을 올랐다. 1일부터 4일이나 올랐지만 해를 제대로 못 봤다. 매일 잘 뜨고 있는데 못 봤다는 말은 말이 되지 않지만... 해돋이를 못 봤다고 해야 하나...


오늘은 꾸물거리다가 더 늦게 정상에 도착했다. 7시 35분에 산 위에 도착하니 사방이 환하다. 내가 좋아하는 금호강 습지를 내려다보다가 팔 돌리기를 조금 하고 내려왔다. 오늘 일출은 7시 28분 정도라고 했으니 보기 힘들지...라고 생각했다. 내려오다가 문득 하늘을 봤다.


발그스레하고 동그란 해가 구름 위로 귀엽게 얼굴을 쏙 내밀어주었다. 수줍은 듯했다. 발갛게 상기된 소년 같았다. 기분이 쓰윽 좋아진다.




오늘은 요가 가는 날이다. 연말부터 일주일정도 쉬었고 딸아이랑 맛난 걸 양껏 먹어서 배는 튀어나와 있고 종아리는 뻣뻣하고 머리는 멍하다. 맥주와 커피가 번갈아가면서 생각나는 상태이다. 그저께 수요일, 일주일만하는 수련은 힘들었다.


자전거를 밟는다. 왼쪽 다리를 힘차게 내려 페달을 돌린다. 자전거는 오른쪽으로 잠시 기울었다가 재빨리 왼쪽으로 돌아오면서 균형을 잡는다. 왼쪽 고관절이 힘차게 아래로 뻗었다. 그 순간 몸은 자전거와 한 몸처럼 가볍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우아하게 움직었다.


아주 상쾌하다.


요가 수업은 좋았다. 서서 하는 스탠딩을 많이 했다. 수리야나마스카를 3번 했다. 제대로 하는 삼각자세는 왼쪽 고관절을 깊숙이 자극시켰다. 내 왼쪽 고관절은 밖으로 살짝 튀어나와 있다. 살살 안으로 넣어야 한다. 서서 후굴을 3번 했다. 다리를 넓게 벌려서 2번을 하고 발을 모아서 한 번을 했다. 1번째가 제일 힘이 들고 2번째가 아사나 만들기가 좀 수월하다. 3번째는 지구력이 필요하다. 힘들지만 유연함이 생긴다. 3번을 하고 돌아온 순간 내 앞의 풍경은 조금 전과는 달랐다.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더 선명하고 반짝거렸다.


이 무슨 조화냐...


이게 바로 뉴런덩어리가 새롭게 생긴다는 그 현상인가...? 가끔 이런 날이 있는데 그런 날은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다.


요가의 맛!!!

오늘 나에게 온 행운과 무탈함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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