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나를 살리는 철학

<<오래된 지혜>>

by 보리별


오래된 지혜가 오늘의 나에게 답하다.


절에 가서 공부를 하면 법명을 준다. 첫 번째 인연이 되었던 곳에서 받은 이름은 '지혜화'였다. 그때는 그게 뭔지도 모르고 주나 보다 생각했다. 할머니 보살님 서너 분이 계시던 곳이라 딱히 법명을 부를 일도 없었다. 지금 다니던 절에서도 불교대학을 졸업하면 법명을 주셨다. 스님은 다른 절에서 받았으면 받지 마라 하셨는데 총무님은 배려하는 마음으로 이제 여기서 이름을 받아봐라 하셨다. 그때 관광버스를 한 대 맞춰서 대전인가 어딘가에서 졸업생들이 파란색 법명첩을 받았다. 스님이 직접 나누어 주셨다. 우리는 졸업 가운을 입고 줄을 길게 서서 이름을 받고 진지하게 학사 졸업을 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열어 본 이름은 '보리안'이었다. 마음에 들었다. 정말로 마음에 쏙 들었다. 그날 우리 졸업생들은 달리는 버스에서 소감을 나누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아마도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감동에서 그랬던 것 같다.


'보리'는 지혜의 다른 말이다. 지혜를 보는 눈이라는 뜻으로 대강 짐작했다. 법사님이 법명 풀이까지 해주셨다. 법명 풀이하는 날 다른 일을 한다고 가지 못했는데 정말로 후회된다. 요즘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런 일은 엄두도 못 낸다. 보리안, 지혜화.... 정신 차리라는 법명이다. '지혜가 없으니 공부하세요.'라는 법명이었다.



알베르트 키츨러는 독일 최고의 철학 컨설턴트라고 한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법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법학 박사를 받았다 한다. 변호사로 일하다 1년간 남미 여행 후 영화제작 일을 했다고 한다. 전 세계 영화제에서 60개가 넘는 상을 받았고, 1994년에는 <무임 승객>의 제작자로 아카데미 최우수 단편영화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2000년부터는 철학자로 본격적으로 활동했다. 현대 철학이 아니라 고대 그리스, 중국, 인도 철학에 심취해서 2010년에 고대 지혜학교를 설립했다. 이곳에서 그는 철학 상담, 여행, 강연, 세미나 등을 진행하며 고대 철학을 연구, 전파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철학의 실천성을 강조한 일곱 권의 책을 출간했다.






문화권을 막론하고 행복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정의는 마음의 평온, 마음이 평온, 마음의 평화, 태연함, 내면의 균형 같은 것이다. 순간적이고 우연히 느끼는 행복('운이 좋았다')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갈망하는 영구적인 마음 상태('나는 행복하다')인 것이다. 그만큼 사람들은 삶에 대한 높은 수준의 만족감, 일관성, 깊은 마음의 평온 등을 바란다. 이 책을 통해 자기 자신과 타인, 운명을 더 잘 이해하고, 이로써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되길 바란다. 거기서부터 우리가 행복이라고 부르는 깊은 곳에서의 평온이 자연스레 흘러나올 것이다.



마음의 정원을 소중히 가꾸고 돌보아 조화롭고 균형 잡힌 마음을 갖게 되면, 나의 중심은 무한한 행복을 만드는 에너지의 원천이 된다. 자존감과 자신감도 커지고 마음의 중심은 외부에서 공격한다고 한들 다칠 일이 없는 견고한 성이 된다. 우리는 그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자기다움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고, 연료를 공급받고, 외부의 부담감과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나만이 항상 나의 것이며 모든 외부 관계와 소유관계는 언제라도 끝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삶은 계속되고 우리는 변함없이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안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 외부의 모든 것과 분리되는 내면의 독립성을 길러야 한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날이 있더라도 너무 낙심하지 마세요. 그 시간도 결국 지나갈 겁니다. 그런 순간에도 인내심을 가지세요.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처럼 시간이 되면 오고 가는 기분이라고 생각하세요.


모든 병은 자기를 돌아보게 하거든요. 제 경우는 거의 모든 질병이 저의 잘못된 습관에서 비롯한 거였어요. 이제는 병을 앓지 않은지 오래되었어요. 제 몸이 보내는 신호를 민감하게 알아채고 반응한 덕분이죠.




어떤 남자 이야기


불행했던 어린 시절에는 부모가 남긴 흔적을 극복하기 위한 실존적 싸움을 하면서 운을 만들었다. 항상 성실하게 일했고 그 덕에 어린 시절에 꿈꿨던 것을 거의 다 이루었다. 좋은 관계, 좋은 직업, 사랑스러운 아이들도 얻었으며 해외여행도 자주 다녀왔고 취미생활을 할 여가도 충분했다. --- 그러다 갑자기 병에 걸린 것이다. --- 결국 그 병이 남자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신들의 왕 제우스의 옥좌 옆에는 두 개의 통이 놓여 있었다. 제우스의 존경을 받는 여사제 디오타마는 하나의 통에는 기쁨을, 다른 통에는 고통을 넣었다. 신은 모든 인간의 머리에 두 개의 통에 든 내용물을 한꺼번에 쏟아부었고, 하나의 통만 받으려는 인간에게는 화를 냈다.


그건 이 남자에게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문제의 질병은 알고 보니 진짜 병이 아니라 의사의 오진이었다.


오진으로 장기의 일부를 떼어내던가 다 들어내는 대수술을 해야 한다는 판정을 받고 수술을 받았는데... 오진이라니.... 그는 부정적인 감정이 '마치 악취가 나는 선술집을 드나드는 악마들'처럼 갑자기 훅 들어왔다가 사라지곤 해요. 막으려고 노력했지만 별 소용없더군요. 갑작스럽게 찾아와 내면을 뒤흔들고, 제가 미처 인식하기도 전에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악독한 말을 내뱉거나 불친절한 행동을 하게 됐어요.


그 남자는 어떻게 됐을까?




한 여자가 있다. 남편이 다른 여자와 집을 나간 지 1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질투심에 불타 매일 절망 속에 산다고 디오티마(책 속의 상담자이름이다. 플라토의 <향연>에 등장하는 소크라테스의 스승의 이름이기도 하다. 허구의 인물인지 실종인물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고 한다.)를 찾아온다.


관계의 불변함을 당연하게 여기면 안 돼요. 그 어떤 좋았던 관계도 언제 어떻게든 어긋날 수 있어요. 관계 그 자체가 살아 숨 쉬는 생물 같은 거예요. 그렇지 못한 관계는 경직되어 있고 생명력도 없죠.


우리 뇌에 저장된 사고 패턴, 평가 패턴, 행동 패턴을 바꿔야 하니까요. 이건 삭제가 잘 안 되는 거라 변화를 이루려면 덮어쓰기를 해야 해요. 뇌에서 새로운 세포를 생성하거나 새로운 시냅스 연결을 만들어내는 일인 거죠. 오래 걸리는 프로세스예요. 연습을 꾸준히 이어나가는 끈기가 없다면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도 시간문제죠.


너무 크게 쓰여 있어서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네 단어는 이거였다. 'LA VITA E` BELLA( 라 비타 에 벨라, 인생은 아름다워요)!


내면의 독립성은 외부의 행복과 불행에서 자유로운 사람만이 얻을 수 있다.

- 장자




죽음은 삶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 그저 그 안에서 누구는 몇 년 더 빨리, 누구는 몇 년 더 늦게 가는 것뿐입니다. 모두가 결국 떠나죠. 그런데 어디로 가는지 아는 사람이 있나요?


살아 있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한 그 사람은 죽은 게 아닐지도 몰라요. --- 우리의 이성과 지식을 뛰어넘는 저 너머의 차원에서 아이는 이미 자신의 삶을 이어가고 있을지 모릅니다. 어쩌면 그곳은 여기보다 더 좋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 신이 인간을 부러워한다고도 하잖아요. 슬픔이 없이는 행복도 느낄 수 없고 모든 일이 단조롭기만 할 테니까요. 사람이든 일이든 언젠가 왔다가 떠나가는데 우리에겐 이걸 통제할 힘이 없죠.


현자는 너무 과한 것, 너무 많은 것, 너무 큰 것은 피한다.

- 노자


너무 크고 야심 찬 태도는 오히려 걱정과 두려움, 분노, 좌절, 스트레스, 불안정, 과한 부담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에요. 이런 부정적인 감정이 내면의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힘을 빠지게 하는 거죠. 야심 차게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사람이 처음에는 더 빠르게 성공하는 듯 보이지만...



기나긴 진화의 역사에서도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은 종은 가장 세거나 가장 똑똑한 존재가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 가장 잘 적응하는 존재였습니다. 적응한다는 것이 자기다움을 포기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리혀 모든 역경에도 불구하고 자기다움을 유지하는 걸 말하죠.




아들아이랑 불편하다고 찾아온 남자가 있다. 친한 친구가 한 번만 가보라고 부탁해서 왔다고 한다.


--- 디오티마 : 언제나 옳기만 한 사람이 있나요? 그렇게 치면 당신이 아들 빰을 때린 건 잘한 일인가요?

--- 내담자 : 그건 어쩌다 보니 손이 먼저 나간 거예요. 사람이 그럴 때도 있잖아요


--- 그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죠.-- 우린 모두 유전자의 조합에 유아기의 경험이 더해지고 그 밖에 교육, 사회, 경제, 미디어, 정치, 문화 등의 영향을 받아 지금의 모습이 된 거예요. 이 중 상당 부분은 자기가 원해서 골라잡은 게 아니죠. 하지만 이런 것들은 이미 개개인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았고 이 무의식이 대부분의 행동을 결정해요. 사람은 자기 자신의 힘만으로 통제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에요.


현자는 부족함에 분노하지 않는다. 왜 인가? 태어날 때부터 현자인 사람은 없고 만들어져 갈 뿐임을 알기 때문이다. 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소수만이 지혜로워진다는 사실을 안다. 그는 인생의 한계를 정확히 알기 때문이다. 분별 있는 자는 본성에 화내지 않는다. 평화롭게 조화를 이루고, 이해되지 않는 것에 관대하고, 실수에 너그럽고, 한결 편해지는 길로 나아간다. 현자는 집에서 매일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분명 꽤 많은 술주정뱅이와 본능에 충실한 사람,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 욕심으로 가득 찬 사람, 좌절된 야망으로 분노를 억압하고 있는 사람을 만날 것이다.' 그러고는 의사가 환자를 보듯 태연하고 친절한 눈으로 세상을 본다.

- 세네카


--- 인간은 타인에게 관용을 빚지고 있다.

- 세네카






책 안에서 14명의 사람들이 이런저런 사연을 들고 디오티마를 찾아온다. 14명은 다른 사람일까? 작가가 우리 안에 있는 14개의 자아를 찾아내서 이야기를 쓴 것 같다는 생각은 혼자 하는 착각일까? 그리고 질문해 본다. 오늘 나는 14개의 모습 중 어느 자리에 서 있는 것일까?



#나를 살리는 철학#저자:알베르트 키츨러#출판:클레이하우스#발매:2021.08.06.

#티오타마 # 그리스 철학 #고대의 지혜 #상처 # 짜증과 분노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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