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아름다운 그녀

백수린의 <<여름의 빌라>>를 읽고

by 보리별


오늘은 오전에 푹 쉬었다. 비가 주룩주룩 온 김에 달리기도 쉬었다. 그놈의 평영 발차기 때문에 무릎 통증이 조금 있다. 그게 고관절 안쪽 근육도 건드리고 무릎도 자극한다. 꿇어앉아서 다리를 W 모양으로 만드는 연습을 했더니 조금 더 아픈 것 같다. 지난주에 써놓았던 글을 다듬어 새벽에 글을 하나 마무리했다. 역시 새벽 기운은 좋았다.(달리기를 안 해서 기분이 좋은가...)


우산을 쓰고 비를 맞으며 샌드위치를 하나 사 와서 까먹었다. 은행 송금을 몇 개 하고 퍼질러 눕는다. 딸아이 친구가 이번 여름에 화상으로 크게 다쳤다. 보온병에 더운물을 담았는데 그것이 폭발하듯이 튀어 올라 한쪽 다리를 깊게 상하게 했다. 화상전문병원에 입원해서 수술도 하고 힘든 치료를 받았다. 마음이 짠했다. 밥을 한 번 해서 보냈더니 고맙다고 책을 한 권 사주었다. 이렇게 기특할 일이가... 나는 그 나이 때 이런 거 할 줄 몰랐는데.


소설책을 선물 받은 건 오랜만이다. 받은 지 한참 되었는데 이제 펼쳐본다. 날도 선선해지고 누워서 책 읽기에 딱이었다. 오랜만에 읽은 단편 소설은 기분을 붕 날아오르게 했다. 단박에 다른 세상으로 갔다. 그곳에는 나의 어린 시절도 있었고 앞날에 부푼 젊음도 있었고 음악과 글에 설레던 사춘기 아이도 있었다. 시간과 공간을 잊고 다른 차원으로 들어갔다. 프랑스로 가기도 했고 할머니가 되기도 했다. 사춘기 소녀가 되기도 했고 아이를 유산한 시간강사가 되기도 했다.


백수린 그녀가 꼭꼭 눌러쓴 <흑설탕 캔디>를 읽는다. 달콤하기도 하고 쌉사르하기도 한 인생이 내게 말을 건다. 듣고 있던 양인모의 바이올린 연주가 갑자기 낯선 피아노 연주로 넘어간다. 유키 구라모토의 피아노 연주이다. 처음 알게 된 이의 연주이다. 뒤이어 시골 마당에서 열린 선우예권의 피아노도 들린다. 소설 속 할머니도 피아노를 연주한다. 우연에 전율한다.


길고 힘이 드는 여름 끝자락에서 만난 소설들이 잊고 있던 감각들을 깨운다. 소설은, 이야기는 힘이 참 세다.



#여름의 빌라#저자:백수린#출판:문학동네#발매:2020.07.07.

#백수린 #여름의 빌라 #아직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흑설탕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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