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우리의 관계를 생각하는 시간

노력해도 괴로운 당신을 위한 관계 심리학

by 보리별

저자는 에린 K. 레너드이다. 20년간 심리상담사로 일했다고 한다. 2016년에 이 책으로 브론즈 리빙 나우 상(Bronze Living Now Award)을 받았다.





정서는 인간관계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그것을 상대방에게 표현하며 서로 통하는 순간, 두 사람 사이에는 신뢰와 애정, 공감과 이해가 생겨난다. 각자의 정서가 존재하는 거리, 그것이 친밀감의 기준이다.


상대방과 정서적으로 건강한 관계를 공유하는 능력을 '정서적 가용성'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정서적 여유'라고 할 수 있다. 정서적 친밀감이 사라지는 이유는 정서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정서적인 성숙도가 다르다. 그래서 성숙한 사람과 미성숙한 사람으로 나누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성숙한 사람과 미성숙한 사람이 만날 때 정서적 친밀감이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 지금 당신이 누군가와 정서적으로 멀어지는 중이라면, 한 사람은 성숙하고 한 사람은 성숙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미성숙한 사람은 대부분 병적인 방어기제를 사용하는데 이는 정서적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성숙한 사람들 중 발전 가능성이 있는 사람과 병적으로 미성숙한 사람을 구분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연민을 드러내거나 친절한 행위를 하는 것은 진정한 공감, 친절, 인정과 정반대다. 자신의 선행을 광고하고 다니는 것은 자기 잇속만 차리는 짓이다. 요컨대 다른 사람의 불행이나 가슴 아픈 일을 이용해 공동체에서 자기 입지를 다지려는 사람은 미성숙하다. 반면 시간, 돈, 에너지 등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희생하면서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면 진정한 공감과 친절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연민은 누구나 표현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안타까움을 느끼는 일은 희생이나 정서적인 투자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공감은 이야기가 다르다.


성숙한 사람과 미성숙한 사람을 구분하는 또 다른 요인은 개인적으로 모욕을 느낀다는 이유로 보복이나 응징하려는 성향이다. 이러한 행동은 대개 '수동적 공격성'이라고 칭한다. 개인적으로 모욕을 느꼈다고 해서 그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파멸에 이르게 할 권리가 자신에게 있다는 생각은 미개하고 미숙하며 극단적인 경우에는 위험하다. --- 자신이 희생자라는 믿음은 복수가 자신의 권리라는 믿음으로 변질된다. 유치하기 짝이 없는 미성숙한 어른은 자기 실수를 책임지는 대신 남 탓하기를 좋아한다.


그렇다면 미성숙한 사람과 성숙한 사람은 왜 서로 끌릴까? 성숙한 사람은 자신의 단점을 지나칠 정도로 인식하므로, 단점이 전혀 없는 듯이 행동하는 사람 옆에 있으면 때로 안도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미성숙한 사람은 자기애가 심하고 자만심이 강한데 이런 점이 처음에는 자신감으로 비친다. 미성숙한 사람은 허세를 부리기도 한다. 반면 성숙한 사람은 겸손하고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필요한 노력의 정도가 그 관계에서 얻는 만족감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통념과 달리 관계는 과업이 아니다. 배려, 사랑, 즐거움, 협동을 불러오는 삶의 한 영역이어야 한다. 관계가 과업으로 느껴지면 부담스럽고 소모적이며 이런 관계는 제 기증을 못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어느 한쪽이 정서적으로 무력해질 수 있다.


파트너가 약간 미성숙한 지 병적으로 미성숙한 지 파악하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병적으로 투사하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미성숙한 많은 사람들이 투사적 동일시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안타깝게도 극도로 심한 투사적 동일시는 병적이며 건강하지 못하다. --- 투사적 동일시는 무의식 중에 서서히 퍼지는 방어기제며 엄청난 피해를 초래한다. 다시 말해 관계 당사자 둘 다 교묘하게 조종하고 조종당한다는 사실을 모른다. 미성숙한 사람은 내적 불안 때문에 스스로 이유를 모른 채 어떤 행동을 한다. 관계에서 자동으로 조종당하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이 불안하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자신의 불안을 무의식 중에 곧장 파트너에게 내던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파트너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고 파트너를 탓하는 것으로 자기 책임을 회피하기 때문에 자신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진심으로 믿는다. 너무 굳게 믿은 나머지 이 믿음을 지키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기도 한다.





어쩌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관계'일지도 모른다. 가장 많이 흔들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알게 모르게 좋은 관계 안에 있기도 했고 나쁜 관계 안에 있기도 했다. 무의식 흐름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라서 당시에는 알기가 어려웠다. 돌이켜 보니 그 시간들이 공부가 되었다. 좋은 관계도 나쁜 관계도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는 걸 조금씩 알게 된다. 이런 시간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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