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커리큘럼을 아무리 자세히 들여다본다고 해도 그것이 실제로 어떤지는 들어가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전산실습이 캐드를 다루는 수업이라고 해서 미리 캐드 학원을 다녔고, 공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나름대로다스렸지만 첫 수업 날의 긴장감은 지금도 생생하다.
나에게 도시공학과에서의 적응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환경, 관계, 그리고 수업. 당시의 나에게 비교적 쉬웠던 순서대로 정리해보면 이렇다.
첫째, 환경
직전에 중국에서 6개월간 살며 난생처음 타지생활을 경험했다. 음식도 언어도 모든 게 바뀌었던 때에 비하면 매일 수업을 듣는 공간이 바뀌고 동선이 달라지는 것(여자화장실이 모든 층에 있지 않다는 것) 쯤은 대수롭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이런 변화들을 즐기는 쪽에 가까웠기에 여기는 이렇구나, 하며 환경에 적응하는 건 가장 수월한 축에 속했다.
둘째, 관계
복수전공생이 많은 다른 학과에 비해 도시공학과에는 복수전공생이 많지 않았다. 내가 다니던 중국어문학과는 복수전공생과 편입생이 많아 낯선 얼굴이 있어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였고 그러다 대화할 기회가 생겨 자연스레 스며드는 분위기였던 것 같다 (물론 내가 그 곳에서는 내부자라고 생각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반면, 도시공학과에서는 아무도 나를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아도 이 공간에 새로운 사람은 나 하나뿐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팀플 수업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에 부족한 모습을 보여 민폐가 되면 안된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학기 첫 실습 수업에서 교수님의 배정으로 팀을 구하던 순간은 유난히 긴장되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다행히 첫 실습 수업에서 함께 팀을 했던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이미 복수전공을 하고 있던 친구가 나와 동갑에 같은 성별이라 수업 전후로 우연히 마주치면 대화할 상대가 있다는 건 큰 위안이었다.
셋째, 수업
도시공학과에 온 건 하고 싶은 걸 찾아서이기도 했지만 스스로 하고 싶은 걸 잘할 수 있는지도 증명해야 했기에 수업은 단지 수업을 듣는 것만이 아니라 나에게 수업의 내용이 이해가 되는지, 잘할 수 있겠는지도 함께 검증해야 했다. 이래서 공대인가, 라는 생각이 들 만큼 도시공학과의 수업은 실용적이었다. 앞으로 실무에서 사용하게 될 프로그램을 배우고 작업물을 팀 단위로 만들어가는 연습을 하며 도시관련법규나 기반시설에 대한 수업도 들었다. 도시관계법규 첫 수업이 끝나고 '제가 사실 용적률이 뭔지 모르는데 괜찮을까요?' 라고 교수님께 조심스레 묻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내가 조금만 부족해보여도 걱정하고 모든 걸 경계 태세로 받아들이던 때였다. 당시 교수님은 용적률은 알아야 한다고 하셨고 지금 내 생각도 같다. 다만, 그때 용적률을 몰랐다고 해서 당장 여기서 퇴출이라거나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었는데 좀 더 호탕하게 나를 믿고 지냈어도 되었겠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그렇게 나는 용적률을 모른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며, 나름대로 팀에 기여하려고 노력하며 수업에도 적응해갔다.
다음 편부터는 이론, 실습, 전산실습으로 내가 들었던 수업들을 간략하게 정리하고 그 과정에서 내가 얻은 것들을 정리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