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매우 존경하는 교수님이 있다. 며칠 전, 1월 1일에도 새해 인사를 드린 류중석 교수님이다.
만약 류 교수님의 수업을 듣지 않았다면, 나는 뒤이은 도시공학과에서의 과정에 이렇게 확신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아쉽게도 이제는 10년이 지나 당시 어떤 얘기가 그토록 내 마음을 쿵, 하고 울렸는지도 기억이 희미하다. 다만 단지계획 첫 수업에서 들었던 교수님의 이력에 대한 소개, 도시를 설계하는 것에 대한 생각은 지금의 나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교수님은 우리의 일이란 '삶을 담는 그릇을 만들어내는 일'이고 도시설계란 공간과 사람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공간언어로 풀어내는 일이라고 하셨다. 그렇기에 사람과 사람의 삶에 대한 이해, 사회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좋은 설계는 나올 수 없다고.
사회에 대한 관심이 한창 많던 시기, 뭔가 해보겠다고, 눈에 보이는 걸 만들어보고 싶다고 도시공학과에 갔던 나였다. 그런 나에게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그것을 실현하면서 살아온 분'이 눈앞에 있다는 것만큼 명징한 증거는 없었다. 그래서인지 교수님은 실습 스튜디오에서 벤치 디자인을 하나하나 살피며 누굴 위해, 어떤 이유에서 만든 것인지도 세심히 살폈고 설계가 설계로 남지 않고 그 지역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중요하게 보셨다.
첫 수업을 듣고 내 마음이 얼마나 홀가분했는지 모른다. 뭔가를 해보겠다는 건 어렵고 쉽고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더 해볼 마음이 있고 없고의 문제인데 3시간의 수업 후 내 마음은 어떤 일이 있듯 더 해보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첫 학기에는 도시론과 도시관계법규 수업도 함께 들었다. 도시론도, 도시관계법규도 모두 재밌었다. 도시론은 원래 2학년 때 듣는 개론 수업이었지만, 나는 학년 구분 없이 수업을 몰아 듣고 있었기 때문에 때로는 '도시'라는 개념을 한자 어원부터 떠올려야 하는 2학년이 되었다가, 때로는 도시에 관련된 법규들을 알아가며 실무 차원에서 도시가 어떻게 다루어지는지를 배우는 3학년이 되기도 했다.
중문과에서는 B나 C 수준이던 학점이 도시공학과에 와서는 A+가 많아졌다. 그건 어느 수업이 쉬웠다기보다 내 스스로 너무 간절했기 때문일 것이다. 도서관에서 다른 사람들의 전공서를 보며 예전에는 내 전공이 고리타분하게만 느껴졌는데 이렇게 공부가 재밌는 거였다니, 저 이런 거 배워요, 하며 단지계획, 도시설계 등의 교재를 자랑스레 들고 다녔다.
지금 생각해도 류중석 교수님의 내 마음을 훌렁훌렁 춤추게 만들던 수업은 잊혀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나만 이렇게 재밌어한다고 했지만, 뭐 어떤가, 나는 어렵게 꿈을 찾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