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을 전공한 사람들이 한 번은 다루는 토론 주제가 있다. 도시계획이냐 도시설계냐.
무엇이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본인 성향에는 무엇이 더 맞냐는 거다. 대학원에서 나 못지 않게 진지한 친구를 만나 이 주제를 두고 자주 이야기했다. 나는 늘 도시설계에 마음이 기울었다. 도시계획이 거시적 스케일에서 자원과 밀도를 배분하는 일이라면 도시설계는 구체적인 공간을 다루기 때문에 사람들의 경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였다.
도시설계를 직접 해보고 싶어 도시설계를 제도화했다고 볼 수 있는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는 회사에 입사했다. 일하다 보니 관심사는 오히려 동네가 되었다. 도시설계에 가장 가까운 지구단위계획도 역세권이나 상업·업무지구를 중심으로 수립되어 수많은 유동인구 중에서 사용자를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동네는 건축보다는 범위가 크지만 도시공간 규모에서는 사용자를 정의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다.
그래서 동네계획은 사용자가 분명하다. 어제 집에서 역까지 걸어서 출근한 사람은, 퇴근길에도 같은 길을 다시 걸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반복적이고 구체적인 경험이 쌓이는 것이 동네다.
동네에서 우린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동네에서 내가 이용하는 서비스를 생각하면 오피스텔에 살 때보다는 주택에 살고 있는 지금 더 눈으로 체감하고 있지만 공공에서는 최소한의 생활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서비스를 모두에게 제공해야 한다라는 결정을 내리면 행정의 비용을 투입할 수 있을 만큼만 할애를 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개별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범주화했을 때 공공서비스로 제공될 수 있는 것은 훨씬 많다. 동네계획은 이런 개별 사용자의 동네에서의 경험을 수집해 동네 생활을 더 매끄럽고 풍요롭게 하는 공공서비스 또는 공간계획으로 만드는 일이다. 동네계획이야말로 사용자 경험 디자인을 적용해야 하는 분야가 아닐까?
다음 글에서는 동네계획이 도시공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동네를 기반으로 어떤 시도들이 있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