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 취업 준비 대신 스타트업에서 일하기

by 삶탐구소

앞 글에서처럼 알바를 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크다는 걸 깨달은 나는 인턴십 채용공고를 지원해보고 있었다. 대부분 스타트업이었다. 그렇게 소셜 벤처에 입사 지원서를 냈고 붙어서 바로 회사에 다니게 됐다. 그럼 나는 왜 스타트업에서 일을 시작했는가.


1. 많은 업무를 경험해보고 그만큼 업무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스타트업(우리 회사는 엄밀히 말하자면 소셜 벤처이지만 스타트업이기도 하다)에서는 아무리 신입이더라도 많은 일을 담당하게 된다. 한 달 차 즈음에 벌써 한 프로젝트의 PM이 되어 있던 내가 그랬다. 나의 능력치가 고려된 결정은 아닌 것 같아서 버겁기는 하지만 직접 경험하는 것이 많을수록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규모가 큰 곳에서는 그만큼 대규모 조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배울 수 있겠지만 실제로 해보고 익숙해지기까지는 일에 대한 감을 바로 잡지 못하는 나에게는 이런 스타트업의 업무 방식이 훨씬 빨리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2. 취준 과정에 대한 회의

휴학 기간이 꽤 길었던 만큼 동갑 친구들 중 학교에 다니는 친구가 거의 없었다. 아직 취업을 한 친구들도, 학교에 다니고 있는 친구들도 많지 않은 시기에 내가 아는 대부분이 여전히 취준을 하고 있는 것을 지켜봤다. 무언가를 실질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취업을 위한 준비만을 하고 있는 이 시간이 스스로도 행복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불안한 시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시기는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고 대학 입학만을 준비하던 그 시기와 너무 닮아 있었다. 내가 그 때 얻으려고 했던 것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 그 자체였고 그 목표에 어떤 가치나 내 정체성은 없었다. 취준을 통해 내가 얻는 것이 '좋은' 직장이라면, 이제 사회에서의 좋은 직장과 내가 정의하는 좋은 직장은 달라졌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취준이라는 과정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취준을 할 시간에 어디서든 일을 배우는 게 더 효율적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번외 질문. 월급이 적어도 괜찮은가? 나에게는 뭐가 중요했나

나에게 직장을 선택할 때 중요한 기준이 월급이 아니라 다른 데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와 함께 일하는지가 중요했다. 내 개인만이 아니라 사회에 대해서도 말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었고 언제라도 불편함에 대해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었다. 조직 규모보다는 조직 문화가 중요했고, 월급보다는 정서적 공감이 중요했다.


그리고 이 직업이 내 정체성의 일부가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지금 여기서 일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내가 전부터 말하던 가치를 그대로 실현하고 있는 곳에서 일함으로서 우리 회사에 대해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나에 대해서도 설명하는 셈이 되는 거다. 그리고 이 일체감은 일을 할 때 엄청난 동기부여가 된다.


이 곳의 면접을 볼 때 대표님도 연봉이 이 정도일 것 같은데 괜찮으신가요? 라고 여쭤보셨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하한선은 이 정도인데 그 이상이라 괜찮다고 했다. 대학생활 동안, 알바로 생활할 동안, 중국에서 생활할 때의 내 씀씀이를 봤을 때 나는 이 정도면 충분히 여유로울 수 있었고 그 선을 한참 뛰어넘어 귣이 나에게 가장 중요한 기준이 아닌 다른 것을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어떤 일을 했나?

지금은 없어졌지만 내가 다닌 곳은 '의미 있는 부동산을 매입해 다음 세대를 위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실험, 교류 공간을 마련'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첫번째 프로젝트가 대학로의 샘터 사옥이었다. 샘터 사옥을 매입해 외형을 보존하고 기존 건물의 목적을 살리면서도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서울대 인문대학 건물이 있었고, 샘터 사옥이 있었던 곳인 만큼 4층의 코워킹 스페이스는 미디어 스타트업을 주로 유치하고, 3층에는 '놀이'와 '교육' 투자 벤처 씨프로그램이 운영하는 교육 실험 공간, 대안학교 '거꾸로 캠퍼스'가 입지했다. 나는 스페이스 매니저를 맡아 코워킹 스페이스의 커뮤니티 매니저 역할과 함께 건물을 관리하는 일, 코워킹 스페이스 입주사를 모집하는 일 등 다양한 일을 했다.


9월부터 시작된 나의 스타트업 인턴 생활은 회사 측의 배려로 마지막 학기와 병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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