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어떻게 성공한 이야기꾼이 되었나
여기, 두 가지 제목의 영상이 있다.
<역사쌤이 들려주는 1991년 남북한 모가디슈 탈출기>
<북한사람이랑 전쟁터 탈출한 썰 푼다>
두 영상 중 조회수가 더 높은 건 어느 쪽일까? 단연 후자일 것이다. 오늘은 당신이 두 번째 제목에 흥미를 느낀 이유를 바탕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 관해 말해보고자 한다.
우리가 두 번째 제목에 마음이 가는 이유는 '매력적인 떡밥'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아닌 북한사람과, 하물며 전쟁터를 함께 탈출했다니. 문장의 모든 요소가 듣는 이의 질문을 유도한다. 이처럼 내 이야기를 듣게 하려면 우선 누구든 내 앞에 앉혀야 한다. 행인을 붙잡고 "제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하기보다, 길가에 돗자리 펴고 앉아 "나 재미있는 이야기 할 건데 들을 사람!"하고 외치는 사람이 진정한 이야기꾼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사람이라도 제 발로 걸아와 내 앞에 앉았다면 절반은 성공이다. 게다가 그가 화려한 리액션의 소유자일 경우 이미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야기꾼이 단 한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놀랄만한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듣는 이의 호들갑이 더 많은 청자를 불러들일 테니.
<꼬.꼬.무>는 이러한 화법을 영리하게 응용한다. 완급조절이 능숙한 이야기꾼과 시시각각 표정이 변하는 청자, 둘이 이끌어가는 전개 방식이 시청자로 하여금 프로그램 진행 내내 뒷이야기를 갈망하게 만든다. 파일럿 프로그램이 정규화되어 시즌제로 이어진 비결이다.
또 다른 성공요인으로는 서사를 풀어내는 관점을 논할 수 있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강의와 연설을 듣는다. 자수성가 사업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랄지, 역사 전문가가 들려주는 폭군의 아련한 첫사랑이랄지. 그것들은 대개 뛰어난 한 사람으로부터 다수의 관객에게로 흐른다. 꼭 학교 강의실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아무리 흥미진진한 내용이더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허리가 뻐근해지고 필기는 허술해진다. 게다가 청자의 태도 변화는 강연이 거창할수록 빠르게 찾아온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회정치적 배경보다 개인을 앞세운 <꼬.꼬.무>의 이야기 방식은 아주 현명했다. 시절과 인물을 연결 지어 말하되 당대를 살았던 이들에게 예의를 지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렇듯 <꼬.꼬.무>는 선을 잘 지켜내는 이야기꾼이면서 동시에 엄격한 평을 내리기도 하는데, 피해자가 뚜렷한 범죄사건일 때 그러하다. 개인의 관점에서 풀되, 절대 그들을 옹호하지 않는다. 종종 진행자들이 ‘이러한 사회를 살았다고 해서 누구나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유로든 이들의 범죄사실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또박또박 힘을 주어 말할 때가 있다. 이 프로그램의 가치가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