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부터 소심한 불매운동을 시작합니다.
며칠 경험한 쿠팡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이전에는 왜 판매자들이 쿠팡은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며 피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나의 일이 아니니까.'
그런데 2-3개월 남짓 경험한 쿠팡 판매자센터는 정말 최악이다. 판매자도 또 다른 고객임을 망각한 것인지, 판매자 수수료와 광고비에 업혀 몸집을 키우는 쿠팡에 대해 고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수수료가 네이버나 지마켓, 11번가 등 다른 플랫폼에 비해 2-3배 정도 높은 건... 그래 고객들의 수요가 높으니 어쩔 수 없다며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이용한다 치자.
판매한 정산금을 2-3개월이 지나서야 받을 수 있는 것도, 그래... 니네 정책이 그렇다는 게 뭐 어쩌겠냐, 이용하고 싶으면 너네 룰에 따라야지 싶었다.
문제는 이번 제품 '리콜' 사태를 보면서, '내 제품이 나오더라도 정말 너네랑은 일하기 싫다.'란 마음이 굴뚝같이 솟았다는 것이다.
1. 올해 10월, 추석기간 (약 10일 정도?) 동안 1개 제품에서 600-700만 원 정도의 매출이 났다.
2. 11월에 그 제품이 '리콜' 대상이라고 쿠팡으로부터 메일을 받고, 설문지 작성해서 제출했다.
3. 고객들에게 연락이 오기 시작했는데, 다행히 고객들이 구매한 소비기한이 리콜 제품에 해당되지 않았다.
4. 리콜 들어오면 어쩌나 걱정을 엄청 했었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단 1건도 리콜 제품에 해당되지 않아서 무난하게 넘어가나 싶었다.
5. 잠잠해졌다 싶었는데 11월 26일(수) 갑자기 고개들에게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소비기한을 확인하고 안심시켰다.
6. 그런데 갑자기 세 번째 고객이 '아, 그런데 이 날짜도 리콜에 해당된다고 해서요.'라고 하는 것이다. 확인 후 연락드린다고 했다.
7. 확인해 보니 어제 갑자기 그 소비기한의 제품도 리콜대상으로 나온 것이었다. 쿠팡 리콜팀으로부터 아무 연락도 받지 않은 무방비 상태라 그때부터 빗발치는 고객전화에 머리가 하얘졌다.
8. 이전에 반품 받아서 집에 있던 내 상품도 소비기한이 동일했었는데, 내가 추석동안 판매한 모든 제품이 동일한 소비기한이겠구나 싶어서 아찔했다.
9. 저녁 6시 이후가 되어도 고객들 전화가 계속 왔다. 약 3시간 동안 40통 정도의 전화가 왔었다. 전화는 한번 울리면 동시에 겹쳐서 왔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이 왔다. 오늘은 또 얼마나 많은 전화가 올까 끔찍했다. 다행히 어제 문자시스템을 만들어서 전화가 아닌, 문자로 응대하게끔 서비스를 바꿨다.
그런데 1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우리 쪽에서 구매한 고객이 아닌 경우에도 다 우리 쪽으로 전화를 한 것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아무리 배송기록을 찾아보아도 고객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그런 고객이 오늘까지 9명 정도 되었다.
쿠팡리콜팀에 메일을 보냈다. 우리 쪽에서 구매하지 않은 고객들까지 우리 쪽으로 연락이 오니 확인해 달라고. 리콜팀에서는 자기네는 우리 쪽에서 구매한 고객들에게만 우리 쪽으로 연락하게끔 했다고 똑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그 메일을 보낸 후에도 몇 번 더 다른 쪽에서 구매한 고객들이 우리 쪽으로 연락을 주었는데, 심지어 쿠팡 고객센터에서까지 우리 쪽으로 연락한 것이다. 고객이 우리와 연락이 너무 안 되어서 고객센터로 연락을 해서, 고객센터에서 나에게 연락준 것이라고. 그런데 고객센터에서 하는 말이 더 가관이다.
쿠팡 리콜팀에서 공지받기를, 우리 쪽이 제조사로 되어 있고, 리콜건은 모두 제조사(로 되어있는 나에게)로 연락하게끔 안내를 받아서 나에게 연락을 한 것이란다. 그래서 나는 "우리는 제조사가 아니고, 판매자다. 그 고객이 주문한 판매처가 우리 쪽으로 되어있는지 확인해 달라."라고 했더니, 판매처는 다른 곳이란다. 그러면 그쪽에 연락할 일이지 내쪽으로 연락하는 게 무슨 논리인가?
쿠팡 고객센터에서도 나에게 연락 오게끔 만들어 놓고, 리콜팀에선 자기들은 일처리 잘했다고 하는 게 너무 어이가 없었다. 고객센터에서도 고객 주문내역을 모두 확인할 수 있으면서 판매처가 덩그러니 다른 곳으로 되어 있는데, 나를 제조사라고 생각하고 나에게 연락했다는 것 자체도 놀랍다. 어쩜 이렇게 멍청할 수가 있는지 놀라웠다.
그러고 나서, 무작정 쿠팡 온라인문의로 반품신청한 고객이 나타났다. 리콜 해당 제품인지 아닌지에 따라 제품 회수 후 반품 진행을 해야 할 텐데, 무작정 반품신청하면 판매자 입장에서 어쩔 도리가 없다. 판매자는 반품거절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리콜제품인지 확인 후, 반품 진행을 해야 한다고 쿠팡 판매자센터의 문의하기에 남겨놨다. 내가 문의를 남길 수 있는 곳은 반품에 따른 보상팀이어서 그쪽에 남겼더니, 자기네들은 보상팀이어서 도와줄 수 없으니 판매자센터로 연락하라는 것이다.
판매자센터로 연락했다. 고객이 리콜제품이라고 생각해서 반품신청을 한 것 같은데 리콜제품에 해당하는지 확인 후 가능하니 고객 전화번호를 알려주시거나 고객에게 그렇게 안내해 달라고 부탁했다. 핸드폰번호는 알려줄 수 없으니 안심번호로 문자를 보내란다. (고객정보는 알려주고 없고 판매자정보는 구매한 고객 말고도 아무 고객에게나 남발하는 쿠팡!) 그리고 고객에게 반품철회를 요청하란다.
만약 고객이 반품철회를 해주지 않으면 어쩌냐라고 했더니, 입금요청을 하란다. 응? 갑자기 입금해 달라고 누구한테 하라는 건지? 처음에는 그분의 발음이 불명확해서 잘 안 들려서 못 알아들어서 몇 번 되물었고, 그다음엔 갑자기 입금요청이라고 하니 맥락을 못 잡아서 되물었다. 그랬더니 남자 상담사가 점점 짜증을 내면서 설명을 하는데, 내가 이해가 안 되어 계속 물으니 그제야 고객이 입금을 안 해주면 쿠팡 보상팀에 보상요청을 하면 된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너무 어이가 없었다. 본인이 앞뒤 다 잘라서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았으면서 못 알아듣는다고 성질을 부리는 게 정말 어이가 없고 기분이 상했다. 그냥 끊으려다가 "그렇게 설명해 주시면 되지 왜 성질을 내세요."라고 했더니, 그제야 "아 그렇게 들리셨다면 죄송합니다."하고 전화를 끊었다.
판매자가 없다면 제대로 굴러가지 않을 쿠팡 시스템에서 판매자는 도대체 어디쯤에 있는 것일까? 판매자에게 그렇게 높은 수수료를 받고, 친절인 것 마냥 광고를 제안한 후 무작위 광고를 통해 돈을 버는 곳. 정산기간이 다른 플랫폼에 비해서도 1-2개월이 늦어져 판매자들은 애를 먹고 있는데, '빠른 정산 시스템'을 론칭해서 또 수수료를 받아먹고.
이래저래 판매자들로부터 등쳐먹는 일은 많이 늘리면서 정작 판매자들은 이곳에서 '을 중에서도 가장 약자의 모습'을 가져야만 한다.
왜 요즘 판매자들이 그렇게 자사몰로 넘어가는지 너무 공감되고 이해된다. 짧은 기간이지만 쿠팡을 경험하면서 더더욱 그래야겠다고 마음을 굳히게 되니까.
결국 그 어디에서 의존하거나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이 자본주의 시대에서 내가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닐까? 판매자들이 쿠팡에서 판매하지 않고 스스로 충분한 판매와 수익을 낼 수 있다면 굳이 이렇게 높은 수수료와 광고비, 빠른 정산금 수수료 등에 제대로 된 마진도 가져가지 못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이 짧고 굵은 경험을 통해 오늘 출근길에 '진정한 고객중심'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됐다. 모든 기업들, 특히 급성장하는 기업일수록 '고객중심'을 외친다. 이제는 '고객중심'을 넘어 '고객집착'이라고 한다. 쿠팡도 그중에 하나다.
고객집착적인 서비스를 내놓았다. 빠른 배송, 묻지 마 반품/환불 등등. 이제 반품을 회수하지도 않고 그냥 환불해 준다며? 테무와 같은 경쟁사의 등장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얼마 전까지 중국제품은 어떻게든 피하려고 했던 애국자였는데 쿠팡을 보면서 차라리 테무에서 주문하고 말지 뭐, 라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배송기간이 1주 정도 소요되더라도 테무에서 물건을 보기 시작했다.
고객집착은 결국,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란 걸 이제는 뼈저리게 알아버렸다. 그렇게 해야만 매출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당신들의 고객이 진정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뿐인지는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판매자들이 모두 떠나간 그 자리에 무엇이 남을지 생각해 보라.
쿠팡과 달리, 토스쇼핑은 지금 판매자들을 모으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솔직히 토스가 잘 됐으면 좋겠다. 더 낮은 수수료에, 어떻게든 소비자와 판매자가 공생할 수 있는 방안들을 열심히 찾는 기업인 것 같기 때문이다. (지인이 토스에서 잘 나가는 이유도 약간 한몫하기도 ㅎㅎ)
비즈니스를 제대로 하려면 토스처럼 해야 하지 않을까? 판매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사용하게끔 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제작해 주는 그런 서비스. 쿠팡에는 진정 없는 것인가? 수수료 처먹을 생각만 하지 말고,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라.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는 빈 수레만 날리는 날이 올 것이다!
어제는 너무나도 당황했고,
오늘은 너무나도 화가 났다.
이 불의에 대해 소리치고 싶었다.
쿠팡은 진정 '고객중심', '고객집착'의 가면을 쓴 '자본주의'의 끝판왕이다.
나는 오늘부터 소심하게 쿠팡 불매운동을 실천해보려 한다. 이제까지 빠르고 편한 것이 최고지 했던 라이프스타일을 벗어나 조금은 불편하고 느리더라도 최대한 다른 플랫폼들을 사용해보려 한다. 네이버든 쓱이든, 테무든. 나는 조금은 달라지고 싶다. 내 물건을 판매하더라도 좀 더 진정성 있게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모습을 그려내고 싶다.
나는 정말.
그러고 싶다.
(지금까지도 리콜팀에선 메일 회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