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좀 진득허니 다녀."

by 자기 고용자

이 말 한마디가 얼마나 깊이 꽂혀 가슴을 후벼 팠는지 모르겠다. 누군가는 내 도전을 응원한다. 비록 이 도전이 방황에 휩쓸려왔을지라도 지금 상황에선 이미 벌어진 일이니 다시 담을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나온 응원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리고 또 누군가의 눈에는 대책 없는 행동처럼 보인다.


몇 주 전 들었던 이 한마디가 어찌나 아프던지, 3일 밤을 뒤척이게 만들었다. '나'를 정의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고 괜찮다는 걸 어떻게든 증명하고 싶었다. 그러다 결국 발견한 정답은 '그냥 이게 나다.'라는 것이다. 난 내가 좀 더 멋진 모습이고 싶었다. 자신을 향한 잣대가 지나치게 엄격했다. 누군가는 지나가는 말로 했던 말이더라도 어떻게든 그것을 뒤집어놓아야 내가 괜찮아지는 줄 알았다.


그리고 오늘 전전직장 팀매니저를 만났다. 작년 초에 아버지 장례식장에 찾아와 주셔서 뵈었던 이후로 처음 뵈었다. 그때는 이야기를 제대로 나누지 못했었다. 그리고 작년 한 해 동안은 나에게 인생에 몇 번 없을 큰 변화들을 맞이했었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오늘 1시간 정도 시간 동안 그 많은 일들을 어찌 다 나눌 수 있을까.


큼직큼직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린 그의 결론은, "넌 너무 용감하다. 그 용감한 걸 좀 줄이면 좋겠다."였다. 내 MBTI를 물으신 후 주신 답이었다. 난 INFP인데... ㅎㅎ 누가 봐도 INFP처럼 보이지는 않는 듯도 하고... (MBTI로 나를 규정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최근 나를 보아온 2-3년 동안의 행보를 봤을 때, 내가 무모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 당시 회사를 나오겠다고 할 때, 그는 한 달 정도를 나를 붙잡았었고 심지어 자신의 연봉을 잘라서라도 나에게 연봉을 올려주겠다고 했었다. (가능한 일인지는 몰라도.) 그가 주었던 좋은 제안도 다 때려치고 그다음 회사로 이직했었고, 그 회사에서도 퇴사할 때 더 좋은 제안을 받았는데도 때려치웠다. 작년에 대표님이 원하는 만큼 연봉을 주겠다고 하셨을 때도 거절했다.


굳이, 굳이, 굳이... 왜 이렇게 고생만 사는 선택들을 하느냐고...? 그냥, 이게 '나'다. 다른 말로는 어떻게 설명이 안된다. 나는 그냥 이렇게 생겨먹었다. 그런데도 나에게 "너는 왜 그렇게 생겨먹었어?"라고 물으신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이제는 그런 사람들하고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며 지내야 하는 게 맞는 건가 싶다.


난 정이 너무 많아서 한번 맺은 인연은 어떻게든 이어가려고 한다. 이것도 '나'다. 그 사람들이 없어도 내 삶은 여전히 잘 돌아가고 괜찮은데, 나는 자꾸만 그들을 찾는다. 이것이 나의 지독한 외로움에서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그들의 잔향을 그리워하는 것인지, 사람을 근본적으로 선하게만 바라보는 악독한 습관 때문인 건지. 굳이, 굳이, 굳이... 그 사람들을 찾는다.


그런데 자꾸 그들로부터 상처를 받는다. 그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내가 선택한 삶으로 인해, 그들을 통해 나 자신에게 상처를 준다. 내가. 그들의 입을 통해. 내 삶 때문에, 내 인생 때문에, 내 선택들 때문에. 나에게 상처 준 사람은 결국 '나'다. 그들은 평생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얼마나 사람들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는지.


그동안의 문제는 '나'보다 '타인'을 기준으로 삼는 선택들을 해왔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회사를 다니고, 그럴듯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럴듯한 남자를 만나고. 회사를 다니면서는 항상 내게 맞지 않는 옷을 입는 느낌이었는데...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나와 그들의 차이는 나는 이 불편함을 견디지 못한다는 것. 이게 인내심의 부족인 건지, 뭔지...


자꾸 푸념이 섞이는데... 여전히 나는 나 자신에게 자신이 없나 보다. 내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나 홀로 가보겠다고 가는데,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그래도 이번에는 반드시 해내고 싶다. 어떻게든 해내고 싶다. 이 길에서 내가 맞다고, 옳았다고 한 번쯤은 외치고 싶다. 나는 이렇게 생겨먹은 사람이고, 결국은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오기 위함이었다고 증명하고 싶다.


그러려면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과 노력, 그것들이 모두 쌓인 농도가 필요할 것이다. 그간 나에겐 농도가 없었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어디에든 빠르게 섞일 수 있었지만, 숙성의 시간이 짧았다. 거의 없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다. 이번에는 나만의 농도를 짙게 뿌리고 싶다.


그런 의미로 오늘 머리를 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만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로는 지난주 금요일에 만난 전 직장 동료가 본인 스타일은 생각도 않고 나에게 머리와 패션스타일 지적을 해대는 게 같잖아서! ㅎㅎㅎ 그동안은 사업에만 집중해야지 싶어서 내 스타일에는 신경도 안 썼다. 뭐, 그전에도 관심은 그닥 없었다. (솔직히는 약간... 만화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꾸미지 않아도 예쁜 사람이고 싶은 로망이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로 인해 문득 이제는 '나' 자체가 브랜드가 되어야 내 제품도 그리 보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주변 사람들은 '나'를 보고, 내 브랜드를 판단할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를 세련되게 꾸미고 싶었다. 내 정체성을 브랜드에 담고 싶은 마음에. 내가 지향하는 브랜드는 하이엔드까지는 아니더라도 먼저는 중고가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조금은 세련미가 가미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나'를 사랑하는 작은 실천이 바로 꾸미기인 것 같기도 하고. 취향이 브랜드가 되는 시대. 어쩌면 '나'를 찾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은 그 작은 소녀가 엄마의 사랑을 받기 위해 엄마가 주는 옷은 모두 다 좋다며 받아 입기 시작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삶을 채우고 싶다. 작은 선택들부터도.


누구보다도 취향이 확실한데, 무취향을 사랑받을 수 있는 덕목으로 삼아 오랜 시간을 보냈다. 나를 위한 소비는 아껴야만 세상에 떳떳할 것 같았다. 오늘도 이렇게 어려운 형편에 몇 십만 원 들여 머리를 하는 게 맞나, 죄책감이 지속됐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내가 돈이 없었던 척했던 게 아니라는 걸 납득시킬 수 있을지 계속 머리 굴리고 있다.


모르겠다. 이런 푸념들을 늘어놓으려던게 아니었는데... 원래는 나름 자랑(?)을 하고 싶었다. 1월에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어제 스마트스토어 '새싹'등급으로 등급업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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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보면서 2024년부터 지금까지 나에게 정말 필요했던 1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성과'였음을 깨달았다. 이게 뭐라고...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뭔가 아주 큰걸 이룬 것마냥... 10km를 53분에 달렸을 때보다 마음이 더 든든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다음을 바라보게 되었다.


어제 얼결에 네이버 광고세팅을 했는데, 도무지 모르겠다. 하나하나씩 뜯어보면서 전략도 구성해봐야 할 텐데... 다음 주에 제출할 초기창업패키지 사업계획서도 작성도 해야 하고... 맘카페 침투작전도 펼치고, 인스타그램이며 스레드 계정도 키워야 하고... 이것저것 다 하다 보면 또 시간이 부족하다. 2월에는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수입 없이 지낸 지 만 1년.


그동안 적금도 깨고, 차도 팔고, 보험도 깨고, 사기도 당하고... 더 이상 깰 게 없다. ㅎㅎㅎ 이제는 정말 수입이 필요하다. 판매가 이루어져야 한다. 제품 생산 발주도 또 넣어야 하고, 쇼핑백 주문도 해야 하고, 패키지 변화도 주어야 하고... 뭐 할 거는 정말 많은데... 쓸 돈도 많은데...


엄마는 내가 맨날 다음 달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하면서 지금까지 지내온 게 대단하다고 하셨다. 그럼에도 나는 다음 달 걱정을 또 한다. 이제는 진짜 팔 것도, 깰 것도 없다. 이제는 판매만 해야 한다.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정신이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는데 이제는 진짜 집중해서 판매만 하자. 어떻게든!


그래서 보여주자. '제발 회사 좀 진득허니 다녀.'란 말이 무색해지도록. 어떻게든 해내자. 어떻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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