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열악한 책문화 환경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2022년 <출판저널> 송년호를 발행하면서 독자들께 감사인사 드립니다

2022년 한해가 저물어간다. 새해는 항상 새롭지만 송년은 매번 비슷비슷한 감정을 준다. 가장 다가오는 감정은 아무래도 아쉬움이지 않을까. 올해도 아쉬움이 가득한 계절 겨울이다. 올해는 3년째 코로나와 함께 보냈다. 코로나가 처음 불어닥친 2020년 그해를 생각한다.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면서 꾸었던 희망은 코로나로 인하여 연기처럼 사라지고 대신 새로운 길들이 만들어지곤 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쉽지 않은 길을 서로를 위로하면서 걸어야 하는, 사람에 대한 은근한 그리움을 느끼면서 살아온 셈이다. 사람을 만날 수 없는 시간에 책을 읽고 여행을 가고 싶은 시간에 책으로 대신 여행을 떠는 시간들이었다. 코로나 시대에 책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본다.      


<출판저널>을 발행하는 책문화네트워크는 문화체육관광형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올해로 3년차인데 책문화의 사회적 가치를 전파하는 활동을 통해서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국민독서율이 점점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고 사람들은 책 보다 영상에 더 매력을 느낀다.  접근성 측면에서도 책보다 스마트폰에서 접하는 영상콘텐츠에 더 익숙하다. 매체 수용 환경이 변하더라도 책을 읽는 국가가 선진국이라는 점을 볼 때 우리나라가 책을 읽지 않는 나라가 되는 현실은 매우 심각하다. 말과 글은 사람의 정체성이며 국가의 경쟁력이다. 청소년들의 리터러시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것도 우리 사회가 책과 멀어지는 현상에 있다.         


환경적 측면에서 보자면 미디어에서는 주로 정치, 사회 관련한 콘텐츠를 쏟아낸다. 정치평론가들의 말잔치가 난무한다. 시청자들에게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는다. 사람들이 말을 많이 하지만 읽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다양한 채널이 많지만 그중 왜 책전문 채널은 없을까? 국민세금으로 운영하는 공중파 방송에서도 책방송은 메인 프로그램이 아닌 주변에 머물러 있다. 형식적이라도 책프로그램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마저도 책방송을 찾기 힘들어졌다. 미디어에서 책문화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필자는 유튜브 채널 <정윤희의 책문화TV>를 진행하고 있다. 저자와의 북토크, 도서관 이야기, 정오의 신간언박싱 등 책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우리 사회의 책문화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새해에는 프로그램 개편을 통해서 책문화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과 참여를 많이 늘리고자 한다.      


도서관은 어떨까? 정책적인 측면에서 보면, 올해 가장 큰 이슈는 대통령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으로 위원회의 위상이 격하되었다. 선진국에 가면 도서관문화가 발달해 있다. 지역의 커뮤니티 중심으로서 도서관이 역할을 하고 있다. 광역단위의 대표도서관, 지역의 공공도서관, 마을의 작은도서관, 초중고 학교도서관, 대학의 대학도서관, 기업의 전문도서관, 군대의 병영도서관 등 도서관은 시민들의 일상에서 매우 중요한 공간이며 역할을 해야 한다. 


지난 9월 6일 문화체육관광부(아래 문체부)가 ‘도서관법 시행령’ 전부개정령안을 공고하였는데, 시행령 개정안중 ‘도서관 시설 및 자료의 기준’에서 작은도서관을 국공립 작은도서관만으로 한정하여 사립작은도서관의 법적 지위가 모호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사립작은도서관을 배제하는 도서관법 시행령 전부개정령안 반대 서명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보면서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듣고 공청회를 하고 법안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기본인데 그러한 기본적인 과정이 빠지게 되었을 때 당연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사회 구성 관련하여서도 협력적 거버넌스를 추구해야 하지만 특정 출판단체 중심의 임원들이 출판진흥원의 이사회를 점령하다보니 약자들의 의견은 무시될 수밖에 없으며 연대와 협력보다는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을 낳게 된다. 


필자는 지난 11월 25일 한국출판학회에 발표를 하였는데 주제가 ‘책문화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거버넌스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협력적 문화거버넌스를 위하여’였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공공기관 경영공시 사이트에 등록된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를 해 본 결과, 특정 단체 중심, 남성 중심의 이사회가 구성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협력적 거버넌스를 추진해야 하는 공공기관이 특정단체 임원들 중심으로 이사회를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는 점은 공공기관으로서 공공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문화행정의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어느 특정한 개인, 특정한 단체, 특정한 대상을 위해 정책이 마련되고 구현되는 것은 문화민주주의가 아니다. 모두에 의한 모두를 위한 문화행정을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      




<출판저널> 532호에도 유익한 칼럼들이 많이 실렸다. 책문화생태계 토크 33회에서는 ‘디지털 시대, 진화하는 독자와의 소통’이라는 주제로 디지털 시대 출판산업의 위치, 출판산업 혁신의 방향, 책문화 담론의 시작, 책문화생태계 관점의 필요성, 독자연구의 필요성과 방향, 지속가능한 책문화생태계를 위해서는, 독자와의 소통을 위한 정책 방향 등에 대해서 정윤희 책문화네트워크 대표가 제언했다.  

김기태 교수의 초판본 이야기17회는 ‘순수와 절제의 미학을 구현한 최고의 작품 「소나기」를 품은 소설집’을 주제로 황순원 소설집 《학》 초판본 이야기가 실렸다. 

황보름 작가와의 인터뷰에서는 ‘코로나 시대 치유하는 글쓰기’라는 주제로 작가의 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집필하게 된 계기와 글쓰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이부자 님의 ‘낯선 손님을 맞으며’는 코로나 시대를 건너온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기록해 주셨다.  

독서토론 전문가인 지윤주의 독서모임 운영방법 6회는 허먼 벨빌의 유명한 단편소설 《필경사 바틀비》 작품을 통해 독서모임을 어떻게 운영하면 되는지 방법을 제시해 준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의 테마별 책읽기 17회는 ‘광화문과 앞길의 630년 변천’을 주제로 광화문 광장의 역사와 의미, 그리고 광화문 앞길 관련 책을 제공해 준다. 

이보균 교수의 ESG리더십을 어떻게 실천해야 할까 6회는 환경에 초점을 두고 저자의 신간인 《기후 환경 생태 그리고 우리》에 대해 강연한 내용을 실었다.   

<출판저널> 지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신간도서 200자 읽기’를 통해서 최근 도서 출간의 흐름을 분야별로 살펴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현장의 정보와 뉴스를 게재했다.      


2022년 <출판저널>에 보내주신 아낌없는 성원과 관심 감사드린다. 모쪼록 따듯한 연말연시를 보내시기를 바라며 2023년에는 건강한 책문화로 모두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문화민주주의가 제대로 구현되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또 폐지 위기 놓인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