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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통합적인 관점의 책문화 정책

문화민주주의와 책문화생태계 4회

/정윤희 책문화네트워크 대표, 문학 박사     



2023년 계묘년 새해가 되었다. <출판저널>을 발행하는 책문화네트워크는 예비사회적기업으로서 지난 3년간 책문화 발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우리 사회에 ‘책문화’라는 인식이 확산되었으며, 지금도 다양한 책 관련 축제에서도 ‘책문화’라는 용어를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다.

책문화생태계 담론은 2018년 일본 출판계로 수출되어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단행본이 출판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지난 2017년 <출판저널> 창간 30주년 통권 500호를 기점으로 현재까지 ‘책문화생태계 좌담’을 기획하고 운영해 온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 2023년에도 책문화생태계 토크는 계속 이어진다. 코로나로 온라인으로만 진행했던 책문화생태계 토크를 대면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책문화 현장에 있으면서 출판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영상 콘텐츠가 주류를 이루었지만 우리는 매일 글을 읽고 글을 쓴다. 출판의 과정과 형식이 디지털과 영상으로 바뀌고 확장되어 가고 있다. 출판의 개념을 시대의 흐름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 출판은 종합적인 문화예술이다. 인간의 지식, 사상, 경험, 상상력, 창의력을 바탕으로 원고가 만들어진다. 저자가 쓴 원고는 그대로 시장에 상품으로 내놓을 수 없다. 편집자의 기획과 디자인으로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담을 수 있는 편집과 제작과정을 거쳐야 한다. 전문성을 가진 출판사의 역량이 책의 품질을 만들어낸다.     


지난 2022년 12월 16일 국회의원회관 3세미나실에서 ‘출판 외주·프리랜서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이 세미나는 정의당 류호정 의원, 안명희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 지부장(출판노동조합협의회 의장), 윤성천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 김도영 문화체육관광부 출판인쇄독서진흥과장, 조오현 고용노동부 산재보상정책과장, 대한출판문화협회 류원식 총무담당 상무이사(교문사 대표), 김원중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 사무국장 등이 참석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지난해에 발행한 <출판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5인 미만 출판사가 전체의 69%를 차지하며, 50인 이상 출판사는 2.4%이다. 2020년 기준 신간 1권을 출판하는데 자사 인력 2.3명, 외주 인력 1.7명이 참여한 것으로 밝혔다. 또한 출판사들이 연간 책 한 권을 출판하는데 지급한 지출액에서 인건비는 23.2%, 편집·디자인 외주비는 12.1%로 나타났다.

안명희 지부장은 출판 외주노동자를 예술인 복지법상 예술인으로 인정하고, 산재보험 당연 가입 대상을 출판 외주 노동자로 확대 필요성을 주장했다. 또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참여단체로 출판근로자를 명시하고 출판 외주 노동자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문체부 관계자는 출판 외주 노동환경 정기실태조사, 표준계약서 마련 추진, 예술인복지법에 출판 노동자도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책문화생태계를 구성하는 출판노동자들의 법적 안전망을 구축하는데 매우 중요한 공론의 장이 되었다고 본다.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공론화가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앞으로 정치와 기득권 체제가 외면해 온 출판 외주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을 출판을 통해서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필자는 이십 대 초반부터 출판업에 종사해 왔다. 20년 넘게 책을 쓰고 책을 만들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전문성을 국가에서 인정해 주지 않는다. 변호사, 의사 등 자격제도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립대에 ‘출판학과’라는 이름을 가진 학과가 단 한 곳도 없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지식문화의 생산을 담당하는 인재양성제도가 부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출판학’이라는 학문의 토대가 없으니 출판산업의 기반과 위상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국립대에 ‘출판학과’를 두고 출판학의 위상을 만들고 출판산업의 토대를 갖추는 과정이 필요하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5조(전문인력 양성의 지원)에 의하면, ‘①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출판문화산업을 진흥하기 위하여 필요한 관련 분야 전문인력의 양성을 지원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법으로 인력양성 지원을 규정하였지만 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인력양성과 함께 출판 외주 노동자뿐만 아니라 출판계에 종사하는 출판 노동자들의 인권과 복지 향상을 위한 법과 제도가 정비되어야 한다.     


지난해 윤석열정부가 정부 위원회들을 폐지하면서, 대통령소속 국가도서관위원회(전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이 아닌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으로 둔다고 밝혔다. ‘도서관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명칭이 ‘국가도서관위원회’로 바뀌었는데, 위원회 격하로 국가도서관위원회의 기능이 상실되었고, 문체부 소관으로 바꾸기위해서는 또 ‘도서관법’을 개정해야 한다. 2022년 4월에 7기 위원회의 임기가 종료되었는데 8기 위원회 구성이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도서관은 국민들의 문화적 삶의 질과 연관된 기관으로서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5년마다 수립하는 ‘제3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이 올해 2023년에 종료되고 제4차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시점인데 국가도서관위원회의 역할이 중단된 것이나 다름 없으니 앞으로 국가의 도서관 정책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국가도서관위원회의 정상적인 기능을 통하여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도서관 정책이 마련되고 구현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지난해 한국출판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거버넌스에 대해서 발제를 했다. 출판진흥원의 이사회 구성이 특정 출판단체에서 벗어나 책문화생태계 관점의 거버넌스 구성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판진흥원은 공공기관으로서 공공성과 투명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2022년 개원 10주년을 넘긴 출판진흥원이 새로운 변화의 시대를 맞이하는 기점으로 이사 선임에 책임을 다해주길 바란다.      


2023년에는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국제정세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 가운데 출판의 역할에 대해서, 책이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 성찰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 본 칼럼은 <출판저널> 533호에 게재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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