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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뉴딜과 출판학의 부재

지난 7월 14일 정부는 대통령 주재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제7차 비상경제회의)를 개최하여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한국판 뉴딜은 경제·사회구조 변화 중, 특히 비대면화·디지털화 대응에 중점을 두고 디지털 기반 경제혁신 가속화 및 일자리 창출 추진을 목표로 한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 비대면화Untact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등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시키고 있으며, 온라인 플랫폼 기반 온라인 교육, 비대면 의료, 원격근무 등 비대면 활동 속도와 범위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 수집·축적·활용 인프라와 초고속 정보통신망에 대한 수요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따라서 한국판 뉴딜은 경제·사회 구조 변화 중, 특히 비대면화·디지털화 대응에 중점을 두며, 이러한 환경을 대응하는 디지털 기반 경제혁신 가속화 및 일자리 창출을 추진하는 데 있다.


출판산업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종이책을 근간으로 하는 전통출판 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을 통해 뉴미디어 산업으로 성장동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나 출판산업 현실을 보면 암담하다. 대체로 산업의 토대를 이루는 대학의 학과가 존재한다. 법학, 의학, 교육학, 정치학, 언론학, 문화콘텐츠학, 문헌정보학 등 학문의 체계를 구성하고 학과를 두고 있으며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 학부, 석사, 박사과정을 통하여 현장의 실무 인재와 미래를 연구하는 학자를 양성해야 하는데 출판산업은 독특하게 4년제 대학에 ‘출판학과’라는 이름을 걸고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은 없다. 그러나 영미권, 독일, 중국은 출판인재를 길러내는 출판전공을 두고 출판산업에 종사 할 인재를 키우고 있으며 연구인력도 양성하고 있다.


한국형 뉴딜정책에서 보는 바와 같이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고 리더십을 발휘할 대학의 인재 양성, 정부의 정책, 산업계의 협력관계가 필요하다. 특히 출판산업은 종이책에서 전자책, 오디오북, VR/AR, OSMU 등으로 분화되면서 성장해야 하고 콘텐츠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해주는 제대로 된 큐레이션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과의 결합도 필요하다. 출판산업을 지탱해 줄 출판학의 뿌리가 튼튼하지 않고 이를 대학의 학과로 존립 및 발전시키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출판산업의 미래는 불투명하다고 본다. 책을 기획하고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데 전문적인 역량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전문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정통성이 없고 우수한 인재들이 찾지 않는 산업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출판업계와 출판학회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필자는 최근 조선시대 왕이 국가의 인재를 길러낸 독서전문기구인 독서당을 연구한 바 있다(독서당의 독서문화사적 의미와 활용 방안 연구/문화콘텐츠연구 제19호/2020). 조선시대 세종부터 영조시대 약 340년동안 국가의 우수한 인재들을 길러낸 독서당이라는 독서전문기구가 있었다. 세종은 과거시험에 합격한 인재들에게 휴가를 주어 집에서 독서를 하도록 하는 ‘사가독서’를 시행하였는데, 이를 점차 제도화 시켜서 독서를 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성삼문, 신숙주, 조광조, 이황, 이이, 주세붕, 정철, 유성룡, 정약용 등 우리에게 이름이 익숙한 인물들을 포함하여 320명의 우수한 인재들이 선발되어 독서당에서 책을 읽고 공부하면서 또 책을 집필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독서당의 실제 모습은 현존하지 않는다. 독서당의 역할을 했던 곳은 진관사, 장의사, 남호독서당, 정업원, 동호독서당, 한강별영이다. 모두 표석으로 독서당이 있었음을 알리고 있다. 주로 절을 독서당으로 활용하였는데, 중종 때는 특별히 동호독서당이라는 건물을 지어 독서당으로 활용하였다. 동호독서당의 위치는 현재 서울 성동구 옥수동 극동아파트 자리로 알려져 있는데 동호독서당이 있었다는 표석을 세워놓았다. 또한 서울 용산구 한강동 한남역교차로에서 성동구 행당동 응봉사거리까지 이어지는 도로 이름이 ‘독서당로’이다. 아쉽게도 독서당로에는 ‘독서’와 관련된 콘텐츠가 없다. 조선시대 국정운영을 위해 독서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던 철학이 현재와 단절되어 있다.


독서당은 중요한 책들이 모이는 도서관의 역할을 했으며, 좋은 책을 읽는 독서 공간이었으며, 시를 짓고 낭송하며 자연을 즐기는 풍류의 공간이었으며, 좋은 책을 쓰는 창작의 공간이었다. 독서당의 취지를 계승한 사례로는 성동구가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평생학습관을 설립했는데 독서당인문아카데미로 이름을 지었다. 독서당의 복원을 통하여 독서문화를 고취하는 전통문화의 계승은 많이 부족하다. 조선시대 독서당을 통해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의미는 국정운영의 철학을 독서를 기반으로 하였다는 점이다. 독서와 저술은 연결되어 있는데 독서당에서 독서를 하며 공부한 인재들이 책을 저술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독서활동이 가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과정이다.


한국의 전반적인 교육시스템에서 독서교육은 매우 부실하다. 어렸을 때부터 좋은 책을 고르는 방법, 책을 읽는 방법, 토론, 독서 리터러시 등 전반적인 독서교육을 통해 미래의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체계의 혁신도 시급할 뿐만 아니라 정치·교육·사회 등 전반적으로 독서문화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독서문화의 향상은 곧 양질의 책을 공급하는 출판산업과도 연결되어 있다.


문화콘텐츠 산업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출판콘텐츠가 전통출판의 우물안에서 벗어나 디지털 전환을 통해 뉴미디어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출판학의 정립과 출판산업의 혁신이 필요할 때이다. 이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는 문화콘텐츠 기틀이라고 할 수 있는 출판학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출판학과 편성 등에 고민하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형 뉴딜정책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독서하는 인간’을 길러내는 바탕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시대적 과제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출판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글/ 정윤희(출판저널 대표, 문화콘텐츠 박사)


* 본 칼럼은 <출판저널> 519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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