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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주의와 책문화 담론

<책문화생태론>(정윤희 지음,카모마일북스,2020)  서문

이 책은 필자의 박사논문 <출판.독서생태계 구성 요소 분석을 통한 책문화생태계 모델 연구>(정윤희, 건국대 박사학위논문, 2020)를 보완 정리한 것이다.

필자가 박사논문 주제로 생태계적 시각을 가지고 연구를 하게 된 배경은 한국의 문화정책과 출판업계의 철학적 빈곤과 한계때문이다. 다시 말해 철학이 부재한 문화정책은 이를 견인하는 힘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철학은 곧 시대정신이며 사상이다. 지금의 책문화 철학은 무엇인가? 질문 없는 정책은 해답을 찾을 수도 없고 정책이 세워진다고 한들 성공할 수 없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책문화의 존재정신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기술의 발전과 다양한 환경의 부침으로 책의 위기가 회자되고 있다. 책의 위기는 곧 출판산업과 독서문화의 위기뿐만 아니라 문화산업 기반의 허약성과도 연결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출판현장과 독서현장에서도 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정부는 정책과 예산을 통해 출판산업을 발전시키고 독서문화를 활성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출판과 독서는 본디 하나로 연결되어 개인과 사회, 나아가 국가의 문화 및 다양한 분야가 성장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야 한다. 좋은 책을 생산하는 출판산업과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는 독서문화의 상생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러나 건강한 독서환경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은 현실에서 출판시장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출판과 독서의 문제를 다르게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제, 즉 책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적인 위기로 보아야 한다.


문화는 어떻게 존재하느냐라는 실질적인 문제로써 경제는 생존의 문제이지만 문화는 곧 삶의 질의 문제이다. 책을 출판하고 책을 읽는 문화적인 활동은 인류의 역사에서 보듯이 사상의 전파와 혁명을 만들어 내는 도구가 되었다. 책문화의 위기 시대에서 문자를 만들고 생각을 기록하고 시대적 사상을 전파하고 계승하는 출판과 독서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되새겨 볼 필요성이 있다. 책문화의 위기는 국가적으로도 문화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며, 저자, 출판사 등 출판 주체들의 생존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이러한 책문화의 위기는 국민들의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책문화를 구성하는 주요 핵심 주체는 책을 쓰는 저자, 책을 생산하는 출판사, 그리고 책을 읽는 독자이다. 이들은 상호작용을 하면서 다양한 영향을 주고받는다. 핵심 주체를 둘러싼 책생태계가 존재하는데, 바로 유통·서점, 도서관환경, 책축제, 독서커뮤니티, 플랫폼환경 등이다. 그리고 책생태계를 둘러싼 책문화생태계가 존재한다. 여기에는 정치적 환경, 사회적 환경, 정부기관 및 정책, 교육환경, 연구기관, 대학, 미디어, 관련 단체, 국제관계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출판 불황과 독서문화 위기를 개별적 사안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문제로 보는 것이 중요하며, 출판산업과 독서문화가 직면한 과제를 총체적이고 통합적이며 융합적인 시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새로운 관점, 즉 생태주의 관점이 필요하다.


생태주의 관점은 4차 산업혁명 등 환경 변화 속에서 출판과 독서가 다른 문제가 아닌 하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출판과 독서를 총체적이고 통합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이다. 출판사는 책을 만들어 팔고 독자는 책을 읽고 소비한다. 이 두 가지의 주체를 연결해주는 서점, 도서관의 존재와 역할도 중요하다. 책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과정, 그리고 양질의 책을 통하여 풍요로운 삶의 질을 향유하는 문화를 ‘책문화’는 국가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문화경쟁력을 향상시킨다.


출판생태계, 출판문화생태계, 독서생태계, 도서관생태계 등 현장에서는 생태계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언급하고 있지만, 생태계 이론을 접목한 개념 도출과 규정, 그 구성 요소 분석이나 모델 도출, 그리고 어떻게 하면 생태계를 건강하게 구현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학문적 성과는 미흡하다. 또한 출판 및 독서와 관련한 생태계적 접근도 다소 선언적인 경향이 있다.


따라서 필자는 출판생태계와 독서생태계가 추구해야 할 본질, 각 생태계 주체들의 역할, 그리고 지속가능한 출판 및 독서생태계의 핵심 전략 도출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분석하는 과정은 생태계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이 각자도생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지속가능한 방안을 구현해 나가야 하는 방향을 설정하고 공감함으로써 생태계의 건강성과 지속성을 추구하기 위해 협력하는 상생모델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러한 책문화생태계 상생모델은 출판산업의 성장뿐만 아니라 국가의 문화경쟁력을 높이고 국민들이 삶의 질을 높이는 독서문화의 토대를 만들어가는 데 있다.


본 글은 출판·독서생태계 구성 요소 분석을 통하여 책문화생태계 모델을 연구하였다. 출판생태계와 독서생태계 모델을 구성하는 요소를 분석함으로써 유의미한 의미를 도출하고, 이 두 가지 생태계를 결합한 책문화생태계 모델의 선순환을 위한 원리와 건강한 책문화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해 보았다.


연구를 위하여 첫째, 문헌연구를 통한 내용분석 고찰을 통하여 논의를 진행하였다. 문헌연구에서는 관련 논문, 서적, 법령, 정부간행물, 연구조사 보고서, 전문지, 신문, 학술회의 자료, 관련 세미나 자료 등을 활용한다. 두 번째 연구 방법은 문헌연구를 근간으로 도출한 출판 및 독서생태계 그리고 책문화생태계 개념에 대하여 10여 차례의 전문가 좌담을 통하여 필요한 핵심 구성 요소를 포괄하고 있는지 그리고 요소 간 상호 관련성, 생태계 구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논의를 진행하였다. 출판 및 독서 현장에서 활동하는 출판사·도서관·서점 운영자, 독자, 독서운동가, 문화운동가, 관련 학계 연구자 등을 대상으로 출판 및 독서 전문가 좌담을 통해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며 이론적 고찰, 생태계 구성 요소 분석, 생태계 구현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 방향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고 각 생태계 모델의 객관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는 이론적인 토대로서 생태계 이론과 삼원론 이론을 고찰하여 활용함으로써 출판생태계, 독서생태계, 그리고 이 두 생태계를 연결한 책문화생태계 모델을 도출하여 각 생태계를 구성하는 구성 요소들을 분석하고 의미를 모색함으로써 생태계가 구현되기 위한 핵심 요소를 고찰해 보았다.


제1장은 이론적 배경으로 생태이론과 삼원론을 고찰하였다. 제2장은 출판생태계 구성 요소 분석을 통하여 출판생태계 구현을 위한 핵심 요소에 대하여 고찰하였다. 제3장은 독서생태계 구성 요소 분석을 통하여 역시 독서생태계 구현을 위한 핵심 요소에 대하여 고찰하였다. 제4장은 출판생태계와 독서생태계의 상호작용을 통한 책문화생태계 모델로서 제2장과 제3장에서 도출한 출판생태계와 독서생태계가 연결되어 상호작용하는 책문화생태계 모델을 도출하였다. 또한 생태계가 선순환을 하는 핵심 원리, 출판생태계와 독서생태계가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하기 위한 핵심 요소를 제시했다.


책문화생태계 담론의 본격적인 시작은 필자가 기획한 2017년 9월 <출판저널> 통권 500호부터 시작한 특집좌담 ‘책문화생태계 모색과 대안’이라는 기획시리즈부터이다. 좌담 5회분을 묶어 2018년 11월 11일 단행본 <책문화생태계의 현재와 미래>라는 제목으로 출간했으며, 이 책은 일본에도 진출하여 한국과 일본에 동시에 출판됐을 만큼 책문화 담론, 책문화생태계 담론이 확산되었다.



필자는 지난 2006년 <출판저널>과 인연을 맺게 되면서 국내 출판, 독서, 서점, 도서관 등 책문화 현장의 한복판에 있어 왔다. <출판저널>의 역사와 부침은 곧 한국 출판역사의 부침이다.

필자의 인생 한켠에서 묵직하게 함께 해온 <출판저널> 기쁨과 슬픔과 위안과 좌절과 희망을 안겨주었다.  모든 것은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에너지가 되었다. 주경야독이라는 박사과정 시간동안 많은 분들에게 마음의 빚을 졌다. 박사과정 기간 동안 포기 하지 않고 논문을 마무리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어주신 박사과정 김기덕 지도교수님(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심사위원님들께 책의 지면을 통해 감사드리며, 언제나 기도로 응원해주시는 아버지와 어머니께 감사드린다.


2020년 11월

<#책문화생태론> 저자 #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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