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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정치의 가벼움에 대하여

폐점한 책방의 공간에서

<폐점한 책방의 공간에서>   

 

지난주 토요일엔 서울 혜화동에 있는 작은책방에 다녀왔다. 봄비가 제법 세차게 내리는 날이었다. 책방엔 책을 사기 위해 가야 하지만, 폐점한 서점의 이삿짐 뒷정리를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그렇다고 큰 도움을 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혼자 책방을 정리하는 것보다는 사람들이 온기를 더해주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서.


책방은 지하 1층에 다..  때문인지 지하 책방에선 눅눅함이 느껴졌다. 책방주인은   전부터 폐점 준비를 해왔다. 지난해 초부터 불어닥친 코로나는 책방처럼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에게 너무 힘겨운 현실이었다. 책방 주인은 매달 몇백만원이나 하는 임대료를 대출을 받아 내다가 도저히 감당할  없어 결국 폐점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팔아야  책들을 기증하고 책들의 집이 되었던 책장도  다른 주인을 찾아 기다리고 있다. 혜화동에서 16년간 책방을   시간들을 단숨에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을 . 그곳엔 책과 사람, 사람과 사람, 공간이 담은 시간들이 보이지 않는 먼지만큼이나 켜켜이 쌓이고 쌓여 있다.

자원봉사를 위해 오신 몇몇 분들이 먼저 도착해서 폐지로 버릴 것들과 살릴 것들을 구분해 보따리처럼 끈으로 묶어두고, 영수증  기록들은 삶의 조각처럼 찢겨져 나가 버려졌다. 그렇게 삶의 보따리들은 어디론가 실려나갈 것이다.     


서점 관련한 정책은 문화정책에 속한다. 문화정책은 국방, 교육, 사법  다른 분야에 비하면 중요성이 매우 미흡한 분야이다. 문화정책  문화산업의 뿌리이며, 우리에게 공기 같은 존재인 책문화 정책에 대해선 관심을 가져달라고까지 이야기하지 않겠다. 이런 현실 속에서 책방은  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냥 죽을 수밖에 없다. 죽음을 알아주지도 않는 죽음이랄까.

코로나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영세자영업자들에게 가장  부담  하나는 임대료이다. 정부에서 선심 쓰듯 100만원, 200만원...가끔씩 닭모이처럼 던지는 것은 정책이 아니다. 이런 정책행위들이 어려운 사람들을  힘들게 만든다. 정책의 대상과 방향을  ‘착한 임대인에게 맞추어야 할까. 정치는  절실한 현실을 외면하고 있을까. 정치란 가장 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정치권에서 갖가지 개혁을 외치지만 누구를 위한 개혁인가를 생각해 본다.


또 선거철이다. 선거철엔 후보자들이 모두 ‘국민’을 입에 달고 산다. 모든 것을 다 해줄 것처럼 갖가지 공약들을 내놓는다. 하다못해 ‘국민’이 들어간 정당들까지 있으니...  국민을 위한다는 가짜 미사여구로 스스로를 속이지 마라. 차라리 기득권들을 위해서 정치를 한다고, 국민은 안중에 없으며 권력을 잡는 게 목적인, 그래서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잡아야겠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해라.     


누가 더 부정부패를 많이 저질렀나, 누가 더 거짓말을 많이 했나... 덜 거짓말을 하고 덜 부정부패한 사람을 뽑아야 하는 선거. 이런 선거에 우리의 미래가 있을까. 정치의 가벼움을 생각한다.    


글/ 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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