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슬비 Mar 27. 2020

식물은 라이프스타일이 될 수 있을까?

식물로 삶을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슬로우파마씨>, <식물의 취향>

주변에서 꽃이나 식물을 파는 가게가 점점 생기고 있다. 식물 판매와 함께 카페를 운영하는 곳도 종종 보인다. 한 2년 전부터 ‘플랜테리어(plant+interior)’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식물은 이젠 대중적인 인테리어 방법 중 하나가 되고 있다. 거실은 물론이고 방 안에 화분 한 두 개씩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식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인스타그램에서도 보인다. 자신의 공간에 식물을 배치하곤 그 분위기를 사진에 담아 인스타에 올리거나, 식물로 공간을 채운 카페에서 사진을 찍어 인스타에 올리곤 한다. 


식물로 꾸민 집 사진은 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는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보통 개인의 공간에는 그 사람이 좋아하는 취향이나 생활습관이 묻어나는 것들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시대에서 식물은 누군가의 인테리어 취향이 될 순 있어도 라이프스타일로 규정하기엔 어려워 보인다. 식물에 투영된 자신의 삶과 철학이 구체적이지 않고 이미지적이기 때문이다.

라이프스타일로써 식물의 핵심은 사람과 식물의 ‘상생’에 있다. 식물은 폐쇄된 공간 안에서 자신이 가진 생기를 전하고, 사람은 식물이 잘 자라도록 관리한다. 이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태도는 곧 라이프스타일로 연결된다. 식물을 케어하는 과정은 살아있는 생물에 대한 가치를 재정의 하고 그 아름다움을 추구하도록 한다. 이런 과정이 계속되면 식물에 대한 안목과 취향이 생긴다. 식물의 어떤 모습을 가장 좋아하고, 어떤 류의 식물을 좋아하는지 등 선택의 폭이 생긴다. 이러한 조각들은 식물을 중심으로한 창조적 활동을 가능하도록 한다.


최근에는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들이 늘어나고 있다. <슬로우파마씨(Slow Pharmacy)>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식물을 추천해주고 있다. 기존의 플랜트샵과 차별되는 지점은 지친 도시인들에게 식물로 처방한다는 스토리를 제품에 담는 것이다. 이들의 시그니처 상품인 비이커 선인장은 처방으로써 식물의 스토리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찾아오는 고객들의 평소 생활습관을 듣고서 어울리는 식물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는 정말로 약국에서 처방을 받는 듯한 기분을 주기도 한다. 공간 오브제로써 역할이 아닌 치유라는 문제해결에 집중한다. 이들이 강조하는 치유에는 식물의 생기와 아름다움이 가진 가치가 담겨있다.

슬로우파마씨에서 판매하고 있는 비이커선인장 - 출처: 슬로우파마씨 공식 홈페이지(http://slowpharmacy.cafe24.com)

또 주목할 곳이 있다. 바로 <식물의 취향(Taste of Plant)>이다. 식물의 취향은 주인장만의 기법으로 작업한 야생초목을 소개한다. 주인장 원예가는 야생화를 베이스로 관엽 식물과 분재의 장점을 합쳐서 작업을 한다. 식물이 뻗어가는 가지마저도 허투루 생각하지 않고 아름다운 선의 연출을 위하여 뼈대를 잡아준다. 주로 일상속에서 얻은 영감을 통해 분재의 느낌을 재해석한다고 한다. 이것은 식물에 관심을 가지면 누구나 자신만의 원예 스타일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분재는 젊은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 어른들의 고리타분한 취미로 떠올려지곤 한다. 그래서 <식물의 취향>은 분재, 조경, 화초와 같은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야생초목, 가드닝, 식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식물과의 상생이 고리타분한 것이 아닌 감각적인 것으로 다가온다.

식물의취향의 박기철 원예가님이 작업하신 야생초목 / 출처: 식물의취향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asteofplant/)

슬로우파마씨, 식물의취향은 식물과 함께하는 다양한 삶의 레퍼런스를 보여준다. 사람들은 이 같은 다양한 브랜드들의 제안을 통해 식물을 단순한 공간연출용이 아닌 라이프스타일로써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식물과의 상생하는 삶은 이런 삶일 것이다. 주말이면 식물원에 놀러가고, 매일 공원을 산책하며 계절이 흐를 때마다 식물들의 미묘한 변화를 즐긴다. 또 화훼시장에선 좋아하는 식물을 골라 자신의 안목을 더하여 분재하고 공간을 연출하며 창의적 활동을 여가시간에 활용한다. 바쁘고 숨 막히는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어쩌면 가장 필요한 삶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이 퍽퍽하게 느껴질 때 식물과 함께하는 삶을 다양한 브랜드의 도움을 받아 설계해보면 좋을 것 같다. 식물, 그것은 라이프스타일이 될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브랜드 이야기#1] 부디무드라(BUDHI MUDRA)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