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의 명예퇴직(?)

<토이스토리 4> (스포일러 있음)

by 우장산 오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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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관객들이 토이스토리의 4번째 이야기에 대해서는 호기심 반 우려 반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기껏 아름답게 마무리해놓은 작품인데 다시 돌아오다니, 최고의 3부작으로 둘 것이지 왜 다시 데려오느냐에 대한 우려였다.

그리고 이 우려는 기우였다는 것을 픽사가 보여준다.

con.jpeg.jpg 새 친구 포키

이 영화는 기존 토이스토리의 매력과 색깔은 그대로 가지고 가되, 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마치 장난감에게도 명예퇴직이 있는 것처럼 보여준다. 그리고 이 작품을 다 보고 나면 이 시리즈의 제목이 왜 '토이'스토리인지에 대해서도 다시 되새겨보게 된다.

commoneg.jpg 보핍과 새로운 친구들

1,2,3편에서는 시행착오를 겪고 성장하고 장난감으로서의 사명감을 충만하게 느끼고 이직(?)하면서 끝이 났다면 이번 편에서는 자신이 더 이상 우선순위가 아니고 다른 장난감들에게 밀리면서 느끼는 회의감을 보여준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고 자신이 쓸모 있다는 것을 어떻게든 주변에, 주인에게, 누구보다 자신에게 증명하려고 애쓰는 애처로움이 보인다.


우리는 살면서 언젠가 한 번은 '내가 더 이상 이곳에 필요한 존재가 아니구나'를 느끼게 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게 직장이든, 학교든, 가정이든, 누군가의 인생에서든. 그때 느끼게 되는 박탈감과 현실 부정, 다시 원상태로 돌려보려는 안타까운 몸부림과 그것에서 드러나는 조급함까지 이 작품에서 보여준다. 그리고 토이스토리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은 이 영화가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다 커버리다 못해 인생의 후반전마저도 끝나가고 있는 사람들까지 폭넓게 관객으로서 포용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부분이다.

commoeg.jpg 장난감 간의 인수인계

어쩌면 <엑스맨> 시리즈의 <로건>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앞선 세대가 새로운 세대에게 자신들의 정체성과 해야 할 일들을 인수인계해주고 바로잡아준 뒤 자신은 홀연히 떠나는 모습 때문이다. 물론 로건은 죽음으로서 불멸의 굴레를 벗어니 안식을 찾았다면 우디는 장난감으로서 짊어지고 있었던 책임감을 내려놓고 자신의 새로운 삶을 택했다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둘 다 자신을 짓눌러오던 무언가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이제 그 무언가는 뒷 세대가 가져가게 되는 이야기 구조이다. 한 시리즈의 대표 격으로 느껴지는 인물들을 만족스럽게 보내줄 수 있다는 것 또한 공통점일 것이다.


(우디가 보안관 배지를 제시에게 넘겨줌으로써 어쩌면 토이스토리의 시리즈가 계속되거나 스핀오프로 나올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commog.jpg 사연이 있는 개비개비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사람에게 선택받지 못한 개비와 길을 잃은 소녀가 만나는 장면이다. 사실 개비는 악역처럼 보이지만 자신의 소리상자가 망가져 주인을 찾지 못하던 캐릭터였고 우디가 자신의 것을 내주면서 주인이 생길 줄 알았지만 버림을 받게 된다. 그리고 길 잃은 소녀에게 다시 한번 다가가는 개비를 소녀가 받아주고 소녀는 용기를 내어 경찰에게 부모를 찾아달라고 말하고 개비는 주인을, 소녀는 부모를 찾게 되는 장면이다.


결국 이 작품은 결핍과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포괄적인 이야기인 듯하다. 우디는 자신의 사명감을 잃고 헤매다가 자신이 할 만큼 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삶을 살게 되고 포키는 쓰레기로서의 편안한 삶(?)을 잃었지만 우디와의 모험으로 장난감으로서의 사명감을 얻게 되고 개비는 소녀에게 용기를 내어 다가가 주인이 생기고 소녀는 용기를 내어 경찰에게 도움을 청한다.


자신에게 생겨버린 결핍을 이겨내는 방법은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두려워도 마음 가는 대로 한 걸음 더 디뎌보는 용기를 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작품은 넌지시 말해주는 것 같았다.


사진: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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