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포함
드라마가 나오고 홍보했던 것도 몇 달 전이고,
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것도 몇 달 전인데
다 보게 되는데는 한참이 걸렸다.
다 봤다는데 의의를 두고 적는 리뷰!
추? 비추? 묻는다면
애매한 대답 밖에 안 나올 것 같다.
'보고 싶으면 보는데 별로일 수 있다' 정도?
사진:네이버_삼식이삼촌
*단점
1. 시간
16부작인 이 드라마는 일단 너무 길다. 원래 6부작에서 10부작으로 바뀌고 촬영에 들어갔는데 다시 16부작으로 바꿨다고 하는데, 그러면 촬영한 분량을 거의 안 잘라내고 다 썼다는 건가...? 후반부에 몰아치는 이야기를 살리기 위해서 초중반에 쌓아가는 것이 중요했겠지만, 그러기엔 호흡이 너무 길고 다소 지루하다.
2. 연기와 역할
이 드라마를 홍보해야 하는 사람의 입장이라면 다른 것보다 배우들에 초점을 맞출 것 같다. 그런데 생각보다 연기가 잘 붙지 않는달까. 송강호와 변요한의 호흡이 그렇게 착착 맞진 않는다. 송강호라는 배우는 워낙에 연기도 잘하고 다양한 영화에서 모습을 보여줬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비슷한 말투와 성격을 가지고 있고 옷과 상황만 착착 바뀌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비슷한 연령대의 설경구, 이병헌, 최민식, 김윤석을 생각해보면 작품마다 배우의 얼굴과 인상이 바뀌는데 송강호는 어느 작품이든 '송강호'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면서 단점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에서는 송강호보다 변요한의 공이 더 크긴 하다.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고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설득력있는 서사도 가지고 있다. 원래도 좋아하는 배우였지만, 이제는 어느 작품에 나와도 전체적으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배우가 되었다는게 감개무량하다 ㅠ
군인과 정치인들이 많이 나오는 1960년을 다루다보니 대부분의 배역이 40-50대 군인이나 정치인들이고 이름도 엇비슷하다보니 누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구별하며 따라가는 것도 어렵다. 특히 현재(쿠데타 이후 심문) 과거(쿠데타까지 가게 된 이야기)를 오가면서 서술하다보니 10화 이후에서는 시간대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현재와 과거라고 해봤자 1년전과 1년후여서 인물들의 외모나 성격에서도 그렇게까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도 한몫한다.
*장점
1. 시대적 배경 선택
일반적으로 드라마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시대와 이야기여서 이것을 만들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도 좋았고, 이런 인물이 정말 활약했을 법한 시대이기도 해서 시대극으로는 꽤 괜찮은 편이다.
2. 이야기
연출과 편집에 있어서 너무 늘어지게 만들어서 그렇지, 이야기 자체는 흥미롭다. 변요한이 연기한 김산 같은 인물이나 후반부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안기철, 삼식이가 계속 신경쓰고 챙겨주는, 과거가 있는 강성민 같은 인물도 눈길이 간다.
*생각
삼식이 삼촌(송강호)와 김산(변요한)은 너무 다른 사람이지만 상호 보완의 관계가 된다. 이상과 열정은 있지만 힘이 없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느끼는 김산과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과 힘은 있지만 확실한 목표라는 것 없이 고위직들의 뒷처리만 해주던 삼식이는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이다. 그리고 이야기의 결말까지 가서 쿠데타가 실패하게 되는 이유는 너무 다르던 두 사람이 너무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각자 자기다움을 잃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 정치의 본질일 수도 있는 것 같다. 확실한 선과 악이 있다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
사람을 제일 안 믿고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삼식이는 자신도 사람이라는 것을 간과했고, 김산을 너무 믿었다. 반대로 김산은 마지막에 삼식이의 조언 대신 자신을 믿었다가 결국엔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만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해결하기만 하면 되었던 삼식이는 의미있고 중요한 일의 과정에서 느끼는 것이 생기고, 적법한 과정을 거치면서 이상을 실현하려고 했던 김산은 원하는 결과를 위해 물불 안 가리는 선택을 하게 된다.
결말에 이르러서 삼식이는 김산 대신에 처형 당하고, 김산은 시간이 흘러 장관 자리에 오르게 된다. 삼식이가 첫 만남 이후로 매번 '장관님, 장관님'하면서 부르던 그는 본인이 원하던 것을 이루는 사람이 된 것이다. 원하는 것을 이룬 김산과 제대로 된 의미있는 일을 하다가 최후를 맞는 삼식이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얻으며 끝나는 이야기다. 처형 당하러 가는 삼식이와 김산이 마주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오랜만에 뭉클하고 눈물이 찔끔 날 뻔했다. 두 사람은 단순히 정치적 동지나 친구를 넘어서 어쩌면 서로의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되어준 존재이지 않았을까 싶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은 사람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고,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것도 허다하다는 것에 무기력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열심히 의지로 살아가는 사람과 세상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네이버 뉴스_삼식이삼촌_변요한
*인상 깊었던 대사
8화 '사람은 타고난 천성과 살아온 관성으로 판단하기 마련이다.'
정해진 운명 같은 게 있을까, 어느 정도는 있을 수 있지만 무조건적으로 따라가게 되는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왔다. 어떻게보면 신화 속 인물들처럼 확실히 운명이 정해져 있다기보다는 이 대사처럼 타고난 성격과 그것의 영향으로 쌓아가는 경험과 가치관이 합쳐져서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경로'가 생기는 것 아닐까. 삼식이가 김산이 장관이 되어야 할 인물이라고 여기고 첫 만남부터 '장관님'이라고 불렀고, 말하던 대로 김산은 장관이 되었지만, 삼식이 자신이 김산을 위해 대신 처형 당하게 될 것을 예상하진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자신의 의지대로 뭔가를 했을 때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좌절할 것도 없고 자만할 필요도 없다. 그저 나의 천성과 관성으로 일이 하나 벌어진 것이고, 이것에 맞춰서 다음 단계를 다시 밟아나가면 되고, 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