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우> - 새로운 고점이자 정점

실사 영화의 장점과 애니메이션이 만나 빚은 정점

by 우장산 오소리


실사 영화의 장점과 애니메이션의 장점이 만나서 빚은 정점


이른바 '유전자 몰빵' 같은 영화


*스포일러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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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대로 말하자면, 애니메이션을 너무 좋아하는 편이다.

실사 영화에서 구현할 수 없는 판타지나 움직임, 자유로운 표현들이 너무 현실적인 실제보다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실사 영화가 덜 좋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애니메이션보다 더 많은 작품들을 봤었고, 나와 같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창작이어도 실제처럼 보이는 세계를 보는 것은 언제나 큰 재미이자 이번 생을 살아가는 나에게 내려진 축복 같은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 딱 그 둘의 중간점 같다.

그것도 애매하다는 뜻의 중간이 아니라,

둘 사이에서 잘 빚어진 유전자 몰빵 작품 같다.

포스터만 보거나 실제로 영화를 관람하다보면 <플로우>는 다소 조악하게 보일 수도 있다.


특히 디즈니나 픽사, 드림웍스, 지브리 등 깨끗하고 잘 공정된 그림체의 작품들을

익숙하게 봐오던 관객들에게는 영화관에 화질 문제를 제기해야 하나, 까지

생각할 만큼 (물론 그럴 사람은 없겠지만서도) 다소 미완성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데서 이 작품의 진가가 드러난다!

보면 볼수록 그림체나 겉으로 드러나는 스타일이 그렇게 중요하진 않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느껴야지, 하고서 느껴지는 게 아니라 그냥 신경을 안 쓰게 된다.

오히려 이 영화에서 더 잘 느껴지는 것은 적극적인 카메라 워크와 전무한 내용 설명, 그리고 성찰적 장면들이다.


1. 적극적인 카메라 워크


카메라가 풍경과 상황을 보여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핸드헬드, 시점 쇼트 등을 구사한다.


이런 촬영 덕분에 화질, 그림체 등의 시각적인 문제를

체험 같은 관람과 관객에게 주어지는 시점을 통해 타파해나간다.


이 때문인지 어떤 부분에서는 애니메이션으로 그린 게 아니라 실제로 촬영해 온 듯한 화면처럼 느껴지고

관객을 한 마리의 동물처럼 영화 속에 끌어 앉혀 놓고서 시점을 주고, 이 동물들의 여정을 함께 하는 경험을 하도록 한다.


첫 장면에서 고양이와 강아지들의 추격전은

그 자체로 큰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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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무한 내용 설명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기존에 익숙하게 봐왔던 애니메이션들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또 생소할 수 있는 부분이

등장동물이 말을 안하고 행동만 하기 때문에

이 세계관과 상황에 대해 설명해주는 동물이 아무도 없다.

그저 보이는 대로 느끼고 유추해볼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수면이 오르다가 다시 내려가는 것,

실제로는 없을 것 같은 신비한 고래의 형태나

기존 고양이보다 훨씬 크게 만들어진 고양이 동상이라던가,

인간들이 지었을 법한 건물들과 그대로 남겨진 물건들까지

어떤 상황인지 힌트나 보여주는 것 없이 진행되는 영화다.



그리고 이 부분이 앞서 얘기한 촬영과 어우러져서 매우 신비한 느낌을 낸다.

우리는 이 여정에 참여한 동물이면서, 이 상황에 대한 정보는 없지만

일단 살아남아야하고, 상황이 바뀌는 대로 적응해야 한다.

정말 '흘러가듯이'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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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성찰적 장면


고여있는 물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고양이

이 이미지가 꽤 중요하게 나온다.


첫 장면으로 물을 들여다보면서 시작하고,

황새가 승천한 이후 또다시 혼자 들여다 보고,

마지막엔 함께 배를 타고 왔던 동물들과 같이 들여다본다.


상승하는 수면은 동물들이 빠지거나 들어가야 하는 곳,

다시 빠져나와야 하는 곳이지만

육지에 고여있는 물은 거울같은 존재다.


큰 바다에 떠 있는 배라는 작은 육지,

그리고 육지에 생긴 물웅덩이라는 작은 바다


아마 고양이가 이 모든 일들을 겪고

친구이자 가족들이 생긴 뒤 바라본 웅덩이에서

그동안 겪은 바다에서의 일들이 생각났을 거고,

그것을 다 거친 결과가 지금 고양이 곁에 남은 이 동물 가족들이라는 점이

보는 사람에게도 위안이 되면서 수미상관으로 끝을 맺는다.


(물론 동물들이 자아가 없을 텐데 무슨 성찰이며, 거울을 보듯이 하겠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기 때문에 가능한 표현이라는 걸 말해둔다)


황새가 하늘로 승천하는 장면에서도 물을 들여다보는데,


이 세 번의 장면은,


1. 아예 혼자 있던 상태에 익숙한 모습

- 혼자 있는 것을 느껴도 이상하지 않음


2. 둘이 같이 있다가 하나가 사라져서 혼자 남은 상황

- 계속 같이 있다가 새삼스레 혼자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됨

(그래서 바로 멀어지는 배를 쫓으러 뛰어내려가는데 이 장면도 참 좋다)



3. 다같이 함께하는 모습.

-이제는 함께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워짐


이렇게 세 번의 장면으로 관계 형성을 눈에 띄게 다뤄준다.


'누구'보단 '어떻게'에 초점을 맞춘 결말로

결국 어떤 관계에서 내 옆에 있는 자가 누구인가도 중요하겠지만,

우리가 어떻게 함께 하게 되었고,

세상을 어떻게 함께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서 돌아보게 만드는

꽤 성찰적인 장면들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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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부분들에서

애니메이션의 표현력과 상상력

실사 영화의 사실감과 카메라워크가

결합되어서 만든 새로운 고점이 된다.


일정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스튜디오들의 애니메이션과 달리

개성 있고 새로운 관점을 가진 애니메이션의 등장이다.


픽사나 디즈니의 아이디어나 IP도 좋지만

그들이 기술력과 매끈한 완성도로 작품을 뽑아낼 때

이렇게 숨겨진 보석 같은 작품이 나와서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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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특성이 드러나면서

배라는 작은 공간을 활용하는 면에서도

각 동물들의 습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높은 곳을 올라가는 고양이는 세로로 움직인다면

가만히 바닥에만 있는 카피바라도 있고,

올라가고 싶어도 오르지 못하는 강아지,

긴 다리로 키를 잡고 있는 황새,

물건을 수집하고 도구를 사용하는 원숭이


이 다섯의 조합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대신할

'가디언즈 오브 돛단배' 정도 되겠다.


인상 깊은 장면이면서

영화의 분기점이 된다고 생각하는 장면은

수영은 할 줄 알아도 물 밑으로 내려갈수록

또 다른 해류가 존재한다는 걸 몰라서


급류에 휩쓸리던 고양이가

다른 동물들을 위해 물고기를 잡아올리면서

급류를 파악하고 더 힘차게 움직이면서 빠져나오고

물 속에 들어갔다가 나왔다가 하는 장면인데,

성장 그 자체를 보여준다.



특히, 자신의 생존도 버거워하던 고양이가

다른 동물들과의 공존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몫을 하기 시작한 부분이기도 하면서

관계라는 것을 깨달아가고

함께 지내는 것에 익숙해져가는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처럼

한 아이와 네 명의 아빠(피는 아무도 안 섞인) 구도로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내 멋대로 이 동물들 사이의 연배를 추측해보자면,

카피바라 > 황새 > (혹은 =) 원숭이 > 강아지 >> 고양이 순일 것 같다.

동물들이 나이가 중요하진 않겠지만

영화를 보면 누가 대충 어느 정도 살아온 짬(?)이 있고

어느 정도의 활기를 가지고 있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대충 보인다.


편하게, 재밌게 보려고 갔다가

정말 감탄하면서

눈을 떼지 못하고

많은 생각을 남긴 채로

계속 보게 만들었던 애니메이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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