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네 컷의 후유증

부치지 못한 편지

by 우장산 오소리


(창작한 이야기입니다)


함께 찍었던 사진이 남아있는 걸 까먹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발견하게 됐다. 사진 뒷면만 보고도 함께 찍은 그 사진일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내가 이런 거 찍을 일이나 있었나. 안 보고 버리려다가 아마 사진으로든 실제로든 이게 마지막으로 보는 것 같아서 버리기 전에 딱 뒤집어봤다. 너무 오랜만에 보이는 얼굴을 보니 새삼 미안함이 마음속에서 치고 올라왔다. 난 네가 그렇게 좋지 않았던 것 같은데, 헤어져도 큰 동요가 없었는데 이 미안함은 계속 남아있었던 걸까. 아니, 애초에 네가 좋지 않다고 느꼈던 건, 내 기대와 너무 달라서, 나와 좁혀지지 않을 그 큰 간극 때문에 처음부터 거리를 유지하고 있어서였을까. 있는 그대로의 너를 받아줬다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냈다면, 차라리 부딪히고 크게 싸우더라도 내가 나를 제대로 드러내고 너를 있는 그대로 받아줬더라면 우리는 좋은 커플이 되었을까.

헤어진 지 두 달이 다 되어가는데 새삼 시간이 빠르기도 하고 너에 대한 내 마음이 어떤 것이었는지에 대해서 이제야 또박또박 나의 단어들로 정리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진한 눈 화장이 안 어울려 보여서 싫었고, 그래서 더 진하게 느껴지는 인상과 괜스레 표독스럽다고까지 느꼈던 너의 그 동그란 눈이었는데, 인생 네 컷 부스의 강한 조명 때문인지 저 날 따라 눈 화장이 연했었는지는 몰라도 오랜만에 본 사진 속 너의 눈이 새삼 순해 보였다. 어쩌면 네가 그렇게 보였던 건 실제의 네가 그랬던 것보다 내 마음의 정체 모를 독기가 너를 그렇게 보도록 만든 건 아니었을까.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냥 좋은 지인 정도로만 남고 사귀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을 듯하다. 나는 이 연애로 얻어간 게 많았고 깨달은 것도 많았지만, 너에게 남겨준 건 뭐가 있었을까 싶다. 사랑은 주고받는 건데 나만 한아름 챙겨 온 것 같아서 괜스레 찔렸달까.


사람은 기억에서 지워질 때 목소리부터 잊는다고 하더라. 꽤 하이톤의 특이한 너의 목소리는 아직 기억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생각해 보면 네가 뱉었던 말들이 대본처럼 기억은 나도, 목소리로 더빙이 되어 들리지는 않는 것 같아, 괜히 마음이 덜컥했다. 금방 만나고 금방 헤어져서 금방 잊게 되는 건가. 그러고 싶지는 않았는데, 사람들의 모든 마음을 다 소중하게 여기고 살아가고자 했던 게 내 인생의 여러 목표 중 하나였던 것 같은데, 이렇게 되었네. 이 연애의 끝에서 좋은 기억과 내가 얻은 깨달음만 가져가려고 했는데 ‘미안함’은 떼어낼 수 없는 이 연애의 가격표였나 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함께 했고, 여러 감정을 나누면서 가까워지고 싶었던 마음으로 만났던 사람으로서 고맙고 미안하고 진심으로 잘 지냈으면 좋겠어. 내 생각은 가끔 하든지 아예 잊든지.


마음에 살얼음이 깨진 것만 같다. 그 진동이 느껴지긴 했지만 그 덕분에 새로운 봄을 다시 맞이할 수 있게 된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