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편적이면서 가장 특수한 이야기, 가족

<파더마더시스터브라더>-짐 자무쉬

by 우장산 오소리

짐 자무쉬는 참 좋아하는 감독이고 좋은 영화 잘 만드는데 막상 이 감독의 영화를 무작위로 한 편 설명해보라고 하면, 너무 간단하게 줄여서 말하게 되거나 길게 늘이고 늘려서 답하게 된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 디트로이트에 사는 뱀파이어들이 피를 사먹으면서 음악에 젖어서 살다가 모로코로 떠나는 이야기


<커피와 담배> - 카페나 집에서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는 사람들이 떠들고 별 얘기도 아닌 것 같은 대화하는 이야기


<미스테리 트레인> - 기차를 타고 어느 도시로 도착한 사람들이 그 마을에서 겪는 다양한 이야


마치 홍상수 감독 영화 같기도 하고, 또 그보다는 더 낙천적이면서 여유가 느껴지기도 하고 더 시적이고 아름다운 영화를 만드는 짐 자무쉬! 미국 인디 영화의 대부이면서 아직까지도 현역으로서 놀라운 영화들을 만들어내는 거장이 되었다. 미국인디의 조상신!


포스터1.jpeg 사진출처:네이버영화

제목만 들어서는 이게 뭔 영화인가 싶기도 한데, 영화를 봐도 그렇긴 하다.(?) 하지만 이 분의 영화는 뭔가를 뚜렷하게 구조적으로 파악하려 할수록 더 어렵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흘러가는 느낌으로 보다 보면 어렴풋이 잡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짐 자무쉬의 영화들이 대부분 시적인 영화라고 자주 불리는데, 극 중에 있는 리듬감과 운율이 느껴지는 것 외에도 이런 면에서 시적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 같다. 시는 소설과는 달리 서사 구조가 있다기보다는 시인의 감정과 심상에 따라 섬세한 언어로 이루어져있지만 그것의 줄거리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1부자식들.jpeg 사진출처:네이버영화

1부 파더, 2부 마더, 3부 시스터 브라더로 이어지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세 편이 이어져있진 않지만 묘하게 이어져있다는 인상을 받았고 그것은 홍상수 감독님 영화나 짐 자무쉬의 다른 영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형식이기도 하다. 감독의 전작에서 찾아보면 <미스테리 트레인>이나 <커피와 담배>가 생각났다. <미스테리 트레인>은 같은 기차를 타고 어떤 마을에 도착한 사람들이 그 미지의 마을에서 겪게 되는 일들을 다루고 있는데, 이 영화도 같은 4인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장소와 구성원과 그들의 상황만 바뀐 채로 진행된다. <커피와 담배>는 짐 자무쉬 감독님의 대표작으로 여러 단편들이 커피와 담배라는 공통점만 두고 카페 같은 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인데, 이 감독님의 영화 스타일을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짐 자무쉬를 아직 접해보지 못한 관객에게 추천하라면 <커피와 담배>를 권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김종관 감독님의 <더 테이블>이 아마 이 계열을 이어가는 영화들 중 하나일 것 같다.


2부자식들.jpeg 사진출처:네이버영화

4인의 구성원은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 이렇게 넷으로 구성되는데 1부에서는 어머니의 부재, 2부에서는 아버지의 부재와 둘째 딸의 레즈비언이라는 정체성, 3부에서는 부모님의 부재와 쌍둥이 남매, 이렇게 서로 다르지만 4인 구성에 누군가의 부재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부재한 사람이 만약에 있었더라면, 아니면 반대로 부재한 사람이 존재하고 또 다른 누군가의 부재가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지에 대해서 상상해보게 만드는 영화여서 흥미로웠다. 인물들의 캐릭터가 담담해보이긴 해도 다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하고 훌륭한 배우를 입혀서 더 좋은 캐릭터들로 남게 되었다. 그래도 세 편의 통일성을 위해 안에 입는 옷을 붉은색 계열로 입고 나오는데, 피는 물보다 진하다 내지는 피는 못 속인다, 또 다른 관점으로는 이래봬도 가족이다라는 걸 시각적으로 각인시켜준다.


스케이트.jpeg 사진출처:네이버영화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라는 문장이 영화의 초반에 주어지면서 보드를 타는 세 사람이 나오는데 이후에도 모든 단편 앞에 매번 다른 곳에서 다르게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들이 나온다. 영화의 화두를 정확히 쉬운 한 문장으로 던져놓고 시각적인 리듬을 부여한 것인데, 이는 짐 자무쉬가 즐겨쓰던 방식이기도 하고, 영화의 주제와도 맞닿아있기도 하다.

가족이라는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면서도 가족이라는 특수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이다.

이는 스케이트 보드 뿐만 아니라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롤렉스 시계, 'Bob is your uncle.' 이라는 농담('빈번한 일이지'라는 뜻이라고 함), It's debatble!(논쟁의 여지가 있지!) 같은 말, 비슷한 분위기의 음악 ('Dusty Springfield'의 음악을 Anika라는 아티스트가 부른 곡들 <Spooky> 같은 노래들이 나온다) 들이 흘러나오면서 더 강조가 된다. 예를 들면, 롤렉스 시계가 1부에서는 아버지가 저런 시계도 하냐면서 자식들이 놀라는 물건이기도 하고, 2부에서는 가짜라고 말하는 시계이기도 하면서, 3부에서는 부모님의 유품이기도 하다. 이렇듯 운율을 형성하는 요소들이 단순히 반복되기보다,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소재도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물건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대수롭지 않게 대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한 것이 곧 가족이기도 하다는 걸 보여주는 요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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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터브라더2.jpg 사진출처:네이버영화,IMDB


그렇다면, 1부의 파더, 2부의 마더, 3부의 시스터 브라더가 다 모여서 한 영화가 되는 것인데, 굳이 패밀리(Family)라는 말을 쓰지 않고 한 명씩 떨어뜨려놓은 이유는 뭘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만약 각 부의 제목처럼 1부의 파더, 2부의 마더, 3부의 시스터 브라더가 4인 가족을 이뤄서 한 가족이 되었다면 어떤 가족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아마도 서로의 부재를 채워줄 수 있는 오묘한 퍼즐 조각이 되어줄 수 있을 것만 같다. 영화 속에서 보면 모였던 가족들이 해산하면서 끝나는데, 결국 남겨진 사람들이 각 부의 제목이 된다. 가족은 피가 섞이고 같이 살았던 시간이 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어색하고 귀찮기도 하고 잘 모르겠고 불편할 수도 있고, 반대로 의지가 되고 가까이 하고 싶은 존재인다. 하지만 서로 가족이 아니었던 이 네 사람이(남매는 가족이지만) 모인다면 이들은 서로의 부재를 채워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인물들을 눈에 담고 생각하면서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에게는 단순히 자신의 가족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어떻게 같고 비슷해보이면서 또 어떤 점에서 남들과 확연히 다른 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곰곰이 되짚어보게 만든다.

가족에 대해 아주 따뜻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차갑지도 않은 시선을 가진 영화여서 오히려 그 무심하게 툭 던져진 이 영화가 먹먹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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