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2 (AM)

눈 내리던 일요일 퇴근길

by 우장산 오소리

눈이 내리고 있어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녹는 눈인가 봐.


솜을 떼어서 공기 중에 뿌리는 건지 오리털을 뜯어서 장난을 치고 있는 건지 몰라도 그렇게 내리는

눈이 팔랑팔랑 내려서 바닥의 빈틈을 찾고 있었고, 그렇게 내리는 눈들은 각자 바삐 제자리를 찾아가서는 메꾸고 있었다.


‘하루의 끝’은 참 좋은 노래다. 꼭 슬프거나 우울해서만 듣는 것은 아니다. 기쁠 때도 힘들 때도 따뜻한 밤에도 이런 겨울밤에 따뜻함이 필요할 때도 찾아 듣곤 한다.


모든 아티스트들의 마음이 그렇지 않을까?

자신의 작품이 ‘이런 기분이 들 때 이걸 들으세요.’ 하고 내려주는 처방전 같은 게 아니라, 자기가 원할 때 편하게, 아무도 모르게 꺼내 먹을 수 있는 숨겨둔 간식이나 비상식량으로 쓰였으면 좋겠는 마음. 어떤 밤이라도 누군가의 마음에 눈송이처럼 닿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아티스트의 마음일 수 있지 않을까.


다시 하늘을 보니 아직도 눈에 내리기는 하는데 바닥의 눈송이들이 녹지 않아서 조금씩 쌓이고 있다. 지구 중심 반대 방향으로 조금씩 늘어나는 눈송이들의 대기번호표. 땅에 닿아 녹은 눈송이는 언제 어디로 또 가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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