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휴가를 떠난 가족 앞에 자신들과 똑같은 가족들이 나타나고 이들은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 영화의 줄거리이기에 앞서서 우리 가족의 휴가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정말 막막하고 상상하기 싫은 일이다. <어스>는 이런 줄거리를 다룬 호러 스릴러이면서 뒤로 갈수록 미스터리와 음모론을 담아놓은 스릴러 같은 인상을 주는 작품이다.
<어스>는 2017년 <겟 아웃>으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조던 필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겟 아웃>에서 인종과 관련된 메시지를 스릴러에 담아내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여주어서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 조던 필은 이번 작품에서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계속 집중하게 만드는 긴장감을 보여준다.
긴장감 유지에는 평화로워 보이는 풍경, 아무 일도 없지만 뭔가 일어날 듯한 느낌, 그리고 음악이 한몫한다. 소름 돋으면서 기괴한 분위기의 음악과 곳곳에 삽입되는 날카로운 소리들이 귀를 사로잡으면서 영화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러다가 팝이 흘러나올 때도 있는데 이런 곡들을 삽입하는 시점과 선곡도 탁월하게 느껴졌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곡은 초반부에 나오는 Janelle Monae - I Like That이었다. 영화 <드라이브> 초반 크레딧이 나올 때 삽입되는 Kavinsky-Nightcall 같은 느낌인데 도로에서 차를 타고 달리면서 듣고 싶은 그런 음악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은데 영화 포스터에 보이는 루피타 니옹고는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평범한 엄마처럼 보이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광기 어린 모습까지도 보여주고 영화가 끝났을 때는 이 배우의 완급 조절과 섬세함에도 놀라게 된다. 최근 많은 작품들에 출연하고 있는데 <어스>가 대표작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작품의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는 부분은 각본일 것이다. <겟 아웃>은 이야기와 반전, 그 속에 담긴 주제를 파악하고 영화를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어스>는 영화의 후반부까지도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고 초중반에는 이렇다 할 정보도 없이 영화를 계속 따라가야 한다. 이는 작품을 예측할 수 없게 하는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관객들이 작품을 따라가는데 집중력이 떨어지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장점이라고 생각하지만 네티즌 평을 보면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는 것 같았다.
(스포일러)
영화의 제목인 Us는 이미 많은 네티즌들이 리뷰를 했듯이 '우리'라는 뜻과 '미국'이라는 뜻으로 다 이해할 수 있는 제목이다. 도플갱어 가족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 당신들은 누구냐는 질문에 '우린 미국인이다'라고 하는 대목 역시 처음에는 뭔 소리지 싶지만 결말에 가서는 이해가 된다. 영화의 맨 처음 시작 부분에서 미국의 지하에는 많은 터널들이 있는데 그 터널의 대부분의 용도는 알 수 없다고 나오는 부분 역시 뭔 얘긴지 갈피를 잡기 어렵지만 나중에는 이해하게 되는 부분이다. 우리와 같은 영혼을 공유하지만 육체는 다른, 지하에 갇힌 도플갱어로서 'Us' 도 되지만 미국이 감춘 것들과 그것에 대한 음모론, 즉 미국을 뜻하는 'Us' 도 되는 것이다. 이런 소재들이 한 작품 안에서 흥미롭게 다뤄져서 영화를 보고 나면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초반부 장면이지만 돌이켜보면 의미심장한 장면)
독창적인 감독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느낄 수 있었고 앞으로 더 기대해야 될 감독이 하나 더 생긴 듯하다.
(사진: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