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보다 작은 점

<멘, 우먼& 칠드런>

by 우장산 오소리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은 건물 안. 이 건물은 서울의 어느 구에 있다. 그 구는 서울에 포함되어있고 서울은 한국에, 한국은 아시아에, 아시아는 육지에, 육지는 지구에, 지구는 태양계에, 그리고 태양계는 우리 은하에, 그리고 그런 은하들이 무수히 많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아득해지면서 내가 정말 작디작은 존재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영화 <콘택트>(1997)의 오프닝 장면과 비슷한 상상일 것이다.


이 작품은 우리가 스스로의 존재가 너무나도 작다는 것을 항상 잊게 된다는 걸 새삼 느끼게 만든다. 비록 한 사람이 하나의 우주라고 말은 하지만 그러기엔 세상은 넓고 우주는 광대하며 우린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고 하찮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것을 의식하며 매사에 현자처럼 행동하기에 우리 삶은 바쁘고 맘대로 되지 않는 것들 투성이다.


작품 속에는 다양한 주인공들이 나온다. 서로에게 권태를 느껴 불륜을 하는 부부, 럭비를 관두고 게임에 빠져든 소년, 스타가 되기 위해 사진을 찍고 연기를 하는 소녀, 딸의 SNS를 일일이 검사하는 엄마 등이 영화 속 주인공들이지만 현실적인 사람들이다. 모두 저마다의 고민과 걱정을 가지고 살아나가고 현대인답게 인터넷의 영향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삶은 그렇게 불행하지도 아주 행복하지도 않은, 딱 그저 그런 사람들의 모습이다.


이들은 인터넷으로 자식을 스타로 키우려 하고 자식을 감시하며 친해져 보려 노력하고 새로운 만남을 빙자한 불륜까지 저지르지만 모두 좋은 결과를 내지는 못한다. 결국 이 작품은 인터넷의 폐해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는 작품은 아닌 것이다.

인터넷은 우리가 평소에 접촉하고 대화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보여주고 우리는 그렇게 그 사람들을 알게 된다. 인터넷 상에서는 많은 사람들을 알고 지내지만 막상 우리는 바로 옆의 사람이 어떤지조차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실상이다. 서로에 대한 관심은 피상적인, 넓고 얕은 형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작품의 처음과 끝은 우주로 쏘아 올려져서 우리 태양계 밖으로 나가기 전 보이저가 찍은 '창백한 푸른 점' 즉 지구의 사진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멀리서 바라본 우리는 작은 점 안에서 아등바등하고 있을 뿐이라는 아득한 감상을 선사한다. 우리는 이 넓디넓은 우주 안에서 더 많은 사람과 더 넓은 세계에 대한 관심을 표하지만 바로 옆에 있는,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겐 소홀하다.


현대인들이 인터넷으로 빨려 들어간지는 이미 오래되었고 핸드폰을 내려놓고 주변을 둘러보라는 얘기도 이미 빛바랜 문구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우리가 '창백한 푸른 점'에 속한 점보다 더 작은 점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면 저절로 주변을 둘러보게 될 것이다.




(사진: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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