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난 이곳, 행운의 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사랑에 빠질 확률>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인연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생겨날 수도 있고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우리를 기다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혼자서 시간을 보내길 선호하기도 하고 외로움과 고독 속에서 매일 같이 살아가며 인연이 찾아오길 기대하며 살아간다. 이 영화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잔잔하면서도 서정적으로 다루고 있다.
( 제목이 17자인데 도시 이름이 8자.. 제목은 좀..)
남자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싫어하는 웹 디자이너이다. 여자는 도시를 싫어하는 쇼윈도 디스플레이어이다. 둘 다 실연의 경험으로 외로움을 느끼며 새로운 인연을 찾으려고 한다. 둘은 같은 도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살고 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우리에게는 아르헨티나의 수도이자 수도 퀴즈에는 나오지도 않을 정도로 유명한, 긴 수도 이름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우울하고 삭막한 도시로 표현된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푸르스름한 계열의 색이 도시를 뒤덮고 있고 말 그대로 무채색, 회색빛 도시 같다. 극 중 남자의 말에 따르면, 계획 없이 마구 지어진 도시의 폐해라고 한다.
이 작품에서 현대인들은 고독과 외로움에 둘러싸여 있지만 두 남녀가 가만히 있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를 만나려고는 하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다. 매일 같이 어딘가에 내 짝이 있겠지 하며 살아가는 그런 모습이다.
이 도시 속에서 남녀는 사랑을 찾아다닌다. 누군지는 모르더라도 어딘가에는 있을 거라는 마음으로 막연히 상대를 찾으려 한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지구 반대편인 한국에서도 크게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우리는 운명적인 사랑보다는 그저 삭막한 이 도시에서 내가 기댈 수 있는 한 사랑을 찾고 있을 뿐일 것이다.
후반부에서 두 남녀는 각자의 방에 햇빛이 잘 들도록 창문을 낸다.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던 두 사람이 세상에게 조금의 침입(?)은 허용하는 장면이다. 두 사람의 마음에도 이처럼 햇살이 들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두 남녀의 방이 처음으로 따뜻해 보이고 도시도 그렇게 우울해 보이지는 않았던 장면이었다.
(두 남녀가 같이 있는 장면은 그렇게 길진 않지만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영화 속 두 남녀처럼 인간관계에도 지쳐있고 외로움에 둘러싸여 있는 사람들에게 한 줄기의 따스함을 줄 수 있는 작품이고 정말 보석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자체가 사랑스럽고 감각적인 이 작품의 호불호는 크게 갈리지 않을 것 같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라는 배경이 매력적이기도 했다.
+) 두 남녀가 에필로그에서 같이 부르는
Ain't no mountain high enough...
참 잘 어울린다...:(
https://youtu.be/CxQHrBrYCiU
(사진: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