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야
<플로리다 프로젝트> (스포일러 있음)
화면과 색들은 빛난다. 아이들은 실제로 영화 속 모텔에 사는 아이들처럼 활기차고 명랑하다. 하지만 작품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정반대로 어둡고 잔혹하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미국 인디 영화계의 신성으로 떠오른 숀 베이커의 작품으로 미국과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며 주목받았던 작품이다.
영화 속 배경이 되는 모텔과 그 주변은 보라색과 분홍색 계열과 다양한 색들로 이루어져 있다. 색감 자체가 예뻐서 화면으로만 보면 현실적인, 덜 다듬어진 웨스 앤더슨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필터를 켜 놓은 채로 영화를 촬영한 듯한 느낌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은데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도 올랐던 윌렘 데포가 아주 따뜻하지도 아주 냉정하지도 않게 주인공 모녀를 돌봐주는 츤데레 모텔 매니저로서 영화의 중심을 잡아준다. 어린아이들과 무니의 엄마 역으로 나오는 브리아 비나이테는 자신들만의 개성으로 통통 튀는 캐릭터를 구현해낸다. 아이스크림을 세 아이가 나눠 먹는 장면이나 모텔 매니저와 투닥거리는 모습들에서 연기의 매력이 배가된다. (브라이 비나이테는 실제로 연기를 하던 배우가 아니기에 이런 틀에 박히지 않은 연기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스포일러 있음)
하지만 이 작품의 진면모는 현실이다. 어린이의 시선을 빌려 바라본 어른들의 삶은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그런 어린이의 시선으로 어른들의 삶을 보기에 그 아이가 놓여있는 환경과 상황이 더 비극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후반부에서 아이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직시하게 되고 결국 이런 현실에서 벗어나 꿈과 희망의 나라 디즈니랜드로 도피하게 된다. (제목인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어쩌면 주인공인 무니가 갑작스럽게 마주친 현실을 받아들이기 위해, 아니면 그로부터 피하기 위해 디즈니랜드로 가는 프로젝트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현실이 보랏빛 모텔과 예쁘기만 한 배경과 대조가 되면서 비극성을 더 강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현실로부터 멀리, 이상향처럼 보이는 디즈니랜드로 숨어드는 것 뿐이다.
아이들이 그 후에 어떻게 됐을 지는 어느 정도 예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것보다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 밝음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아이들과 그런 모습과 대조되는 어른들의 삶에 대한 안타까움을 밝지만 가볍진 않게,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고 한다.
(사진: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