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선택, 후회, 성장
<아사코> (스포일러 있음)
우리는 살면서 매 순간 선택을 마주한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 (Choice)라는 우리가 귀가 닳도록 들어온 문구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선택에 따른 결과는 한 가지 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어벤저스>의 닥터 스트레인지처럼 수만 가지의 경우의 수를 다 볼 수는 없기에 우리가 아는 결과는 하나,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뿐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후회를 거듭하고 결국에는 후회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자 라는 결론에 닿게 된다.
<아사코>는 우리의 지나온 사랑을 돌아보게 하고 우리가 했던 선택과 사랑 그리고 후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영화가 끝난 후 머리가 복잡하면서도 여운이 남았던 것 역시 그런 생각들 때문일 것이다.
아사코는 외모는 같지만 성격은 전혀 다른 두 남자를 만난다. 첫사랑은 자유분방하고 강렬했다면 그다음은 차분하고 안정적이다.(심지어 직업도 모델과 회사원이다.)
(스포일러)
두 번째 남자 료헤이와 관계를 지속해나가고 있을 때 첫사랑 바쿠가 다시 돌아와 아사코에게 손을 내민다. 바쿠와 료헤이가 같은 공간에 있고 아사코는 바쿠가 내민 손을 잡고 그와 떠난다. 이 영화가 그저 그런 로맨스 영화였다면 아마 최악의 장면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보다 더 나아간다. 바쿠를 따라갔던 것은 충동적으로 혹은 첫사랑을 다시 만나서 그동안의 회포를 풀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원했던 사랑은 바쿠가 아닌 료헤이였고 그녀는 바쿠를 뒤로 하고 다시 료헤이에게 돌아간다. 그리고 여태껏 수동적으로 보였던 아사코는 옛 동네 주민 오카자키를 병문안 가기도 하고 돈을 빌려 대중교통을 타고 다시 료헤이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료헤이는 이미 상처를 받았지만 돌아온 아사코를 다시 받아준다. 집 앞의 강물이 혼탁해진 것을 보며 료헤이는 더럽다 말하지만 아사코는 하지만 아름답다 고 말한다.
스포일러를 쭉 읊어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아사코의 성장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잘못된 선택이지만 바쿠의 손을 잡고 떠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사랑을 깨달아 후회하며 료헤이에게로 돌아오고 그녀는 성장한 주체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잘못된 선택을 했지만 그것으로 인해 그녀는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사랑에 실패하고 항상 하는 후회들, '그 사람하고 헤어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부터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같은 후회들을 아사코는 직접 경험해보고 성장하게 된 것이다.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고 가끔씩 후회하면서 살아갈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잘못된 선택을 직접 경험해본 것이다. 그리고 성장한 그녀는 비가 내려 흙탕물이 된, 자신의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강물을 보며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자신의 삶의 주체가 된 것이다.
영화 중반쯤에 지진이 한번 나온다. 그 지진은 료헤이와 아사코가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사랑은 지진처럼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처럼 시작되지만 그것을 수습하고 적응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결국 우리의 몫인 것이다. 사랑뿐만 아니라 삶 역시도 우리가 생각지 못한 일들, 의도치 않은 일들이 벌어져도 그것을 받아들이거나 상황을 바꾸는 것은 우리의 몫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사코를 연기한 카라타 에리카는 속이 잘 보이지 않는 인물이면서도 성장하는 인물로서 좋은 연기와 멜로에 적합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상대 역 바쿠와 료헤이를 연기한 히가시데 마사히로 역시 박서준과 조정석을 닮은 외모와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한 번보다는 여러 번 보고 싶어 지는 작품이고 일본에서 이런 작품들이 더 나왔으면 좋겠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