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에 대처하는 나만의 방법
현 정부 때문에 정의구현에 꽂혀 있는 날들이다. 사기치고 남 등쳐먹는 것들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했다. 정치인들만 그런 줄 알았지 내가 당할 줄이야. 오늘 중고거래를 하려고 판매자와 연락을 하는 도중에 그가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기꾼들의 수법은 이러하다. 먼저 구매자의 의심을 덜고자 직거래를 하자고 말한다. 그러면서 본인 지역은 전라도 광주라는 것이다. 여기서 1차 의심이 시작되었다. 정확히 똑같은 방법으로 자신을 전라도 광주사람이라고 밝히고(광주가 사기꾼들이 자주 써먹는 수법인 듯하다) 직거래가 불가능 하다는 사실을 인식시킨 뒤 돈을 받고 잠적한 사기꾼에게 남편이 당했다. 불과 몇 개월 전에. 구매자는 설마 직거래 하자는 사람이 사기 치겠냐는 마음으로 돈을 입금한다. 전라도 광주가 아니었다면 나도 남편이 당한 사기를 까맣게 잊고 돈을 입금했을 지 모른다.
내가 직거래를 못해 구매를 못할 것 같다고 말하자 그가 오히려 괜찮다고, 원래 다 그런 거니 미안해하지 말라며 쿨하게 나왔다. 그 순간 또 한 번 넘어갈 뻔했는데 결국 거래를 하지 않기로 하고 마무리했다. 그런데 곧이어 그에게 채팅이 도착했다. 3만원을 깎아주겠다고 한다. 의심스러웠지만 매력적인 가격이었고, 네이버 안전결제를 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아 구매하겠다고 말한 뒤, 네이버 안전결제를 유도했다. 그러자 갑자기 자기가 바쁘다면서 채팅이 어려우니 카톡으로 말하라며 카톡 아이디 등록을 하라는 것이었다. 채팅은 안 되고 카톡은 돼? 내가 그냥 안전결제 가능하도록 설정만 바꾸면 된다고 하니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해댄다. 네이버 안전결제 할테니까 일단 카톡으로 얘기하자고. 바로 '네이버 안전결제 사기'를 검색하자 똑같은 얘기가 나온다. 사기꾼이 먼저 물품을 등록하겠다며 카톡으로 대화할 것을 유도한다. 그런 다음 카톡창에서 네이버 안전결제라며 링크를 보내고, 구매자는 아무 의심없이 링크를 클릭한다. 결제창은 네이버 안전결제 창과 똑!같다. 그러니 구매자가 당할 수밖에 없다. 돈을 입금하는 순간 사기꾼은 잠적하는 것이다.
매일 뉴스에만 나오는 줄 알았더니 사기꾼이 바로 내 곁에 있었네. 아니나 다를까 그가 올린 판매 물품은 하루 만에 백 개가 넘었다. 나 말고 더 많은 사람들이 사기를 당할 지 모르는데, 댓글도 막혀있어 방법이 없었다. 더구나 남편이 40만 원이나 사기를 당해 분노 게이지가 가득 차 있는데, 도저히 가만히 넘어갈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이 사기꾼을 어떻게 혼내줄까 골몰하기 시작했다.
"사기꾼이시군요..."
처음엔 가볍게 시작했다.
"그렇게 살지 마세요. 벌 받습니다."
당연히 답장이 끊겼다. 사기꾼은 잠적. 이 사기꾼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하지 않으면 분해서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거래를 한 것도 아니고, 채팅으로 링크를 보낸 것도 아니고, 내가 그 사람의 신상정보를 아는 것도 아니라서 그 사람을 신고할 방법도 없다. 남편에게 말했더니 그냥 무시하고 참으라는데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최근에 봤던 짤 하나가 떠올랐다.
이걸 보고 담배 절대 못 피우겠다 생각했는데 마침 이게 떠오르지 뭐야. 그래서 말했다.
"친구 어머니가 무당인데(친구는 아니지만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 어머니가 무당이긴 함. 차마 내가 무당이라고는 못 함.) 한 번 더 사기치시면 살 넣으시라고 할게요."
역시나 안 읽는다.
"당장 안하겠다고 말씀하시고 사과 하세요. 안 하시면 살 넣으라고 할 거예요!"
사기꾼을 상대로 겨우 그런 말 밖에 할 수 없는 내 처지가 한심하고 웃겨서 언니에게 채팅을 캡쳐해서 보냈더니 바로 답장이 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 진짜 또라이 같아. 그런 애들이 꿈쩍이나 하겠냐?"
그치. 그런 것에 꿈쩍하면 사기꾼이 아니지. 15만 원 날릴 뻔했는데 가까스로 이성을 붙잡고 사기를 안 당했다는 사실을 감사해야지. 조심해야 한다. 사기꾼들이 판 치는 세상에서 정신 똑바로 안 차리면 남편처럼 당할 수 있다. 그래도 '살 넣겠다'는 말이라도 하고 어이없는 웃음을 좀 터뜨리고 나니 분이 좀 풀리는 것 같다. 홧병나는 것보다 또라이로 살며 하고 싶은 말이라도 하는 게 낫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