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식

예전 무한도전을 보면 박명수 님이 제작진에게 호통을 치며 유재석 님의 가식을 꼭 폭로하겠다는 개그가 종종 나온다. 국민MC에 유느님이라는 타이틀을 얻고 있는 유재석이 가식이라니. 사실 안티가 없기로 유명한 유재석이지만 연예 뉴스에 댓글이 있고 악플러들이 있던 시절에는 종종 그런 말들이 있긴 했다. 유재석의 본래 인성은 방송과는 전혀 다르다고. 신인시절 유재석이 연예대상에서 장려상을 받았을 때 귀를 후비면서 내려오는 영상은 너무나 유명한데 그 모습을 증거로 들이밀기도 했다. 그 사람 그대로라면 지금의 유재석은 분명히 가식쟁이일 것도 같다. 나 같은 일반인은 방송으로만 연예인을 보니 방송에서의 이미지가 진짜라고 믿어도 무리는 없다. 그런데 현재의 '가식 유재석' 모습으로 방송에 나온 지가 벌써 20년이 넘는다.

20년. 국민MC라는 타이틀로 꾸준하게 탑의 자리에 있는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처음에는 인기몰이를 반짝할 수 있지만 팬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받는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다. 메뚜기 탈을 벗고 난 다음, <쿵쿵따>, <진실게임>, <동거동락> 등의 프로그램으로 큰 사랑을 받았고 개인적으로는 <놀러와> 때의 유재석이 참 좋았다. 게스트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인기 있는 특정인만이 아닌 출연한 골고루에게 관심을 보이는 게 그의 큰 특징이자 배려라고 생각했다. 그의 mc로서의 능력보다는 인성이 더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그 이후 <무한도전>에 출연한 다음부터는 2024년 지금까지 우리가 아는 바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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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식이라는 타이틀에 유재석이라는 연예인을 굳이 끌어온 이유는 만약에 유재석이 가식이라면, 혹은 가식이다라고 쳤어도 20년 동안 그런 모습이라면, 이제는 그 가식이 곧 그 사람임을 인정해도 되는 게 아닌가 싶어서다. 나는 지금도 유재석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굉장히 좋아한다. 인기에는 능력도 필요하지만 꾸준함까지 겸비하려면 구설수가 없어야 하는데 그가 딱 그렇기 때문이다. 보통 좋은 심성을 갖추고 있고 좋은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 긍정적인 행동이 나온다고 한다. 물론 일반적으로는 그러겠지만 역으로 좋은 행동을 하다 보면 그것에 동화되어 마음도 좋아질 수 있다. 교화시킬 때 수감만이 아니라 사회봉사 시간을 넣는 이유도 그러한 행동을 통해 배우고 마음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사람은 그룹에 따라 캐릭터가 달라진다. 학교에서는 리더인데 애인에게서는 애교쟁이가 되기도 하고, 친구들 사이에서는 행동대장인데 회사에서는 묵직한 직원이 되어있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 애인과 전화 통화하는 모습을 본 가족들이 깔깔거리며 못 볼 꼴 봤다는 식의 드라마 장면이 클리셰처럼 나온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모든 것이 가식일 수 있지만 사실 그건 우리 안에 있는 다양한 캐릭터의 발현이며 사람 간의 조화와 티키타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모습만 가지고 사는 인간은 아마 오래 못 버틸 것이다. 타인에게 모르는 자신만의 모습을 다들 가지고 있다. 얼마 전,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어묵 가게에서 '쉿'하는 장난꾸러기 같은 장면이 화제가 됐다. 연단에만 있는 모습이 아닌 우리가 모르는 인간 이재용의 모습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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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가식과 캐릭터와의 차이는 한 끗 차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에게 비호감 행동으로 나오면 가식이 되는 것이고 좋은 행동으로 나오면 상황에 따라 다양한 캐릭터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가식을 오랫동안 내재화하다 보면 그것이 곧 자신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가끔 잘못을 하고 난 사람들의 행동이 변하면 가식이라고 손가락질하는 모습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그 사람이 변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대중에게 혹은 주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속 마음을 숨기는 것일까. 어찌 됐든 상관없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지금 현재 눈앞에 보이는 그 사람의 행동이기 때문이다. 좋은 행동에 그 의도를 굳이 관심법으로 폄하할 필요는 없다. 경계는 하되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다 생각한다. 혹시 모르지 않나. 가식적인 행동일 뿐인데 그렇게 행동하다 정말 좋은 사람이 될 수도.《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