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 커플을 떠나보내며
어째 좀 겸연쩍다. 소설이라곤 읽기만 했지 감히 써볼 생각은 하지도 못했는데, 어찌저찌 이야기를 풀어내고 맺기까지 했다는 게 실로 꿈 같다. 이번 소설을 쓰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건, 내 안에서 미리 나의 한계를 두지는 말자는 것이었다. '나는 소설 못 써'라고 영원히 나를 규정했더라면 이런 어설픈 작품 하나라도 써내는 날이 영영 오지 않았을 테다. 비록 처음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벌써부터 다음 소설을 뭘로 쓸까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어렴풋하게나마 있다. 구체화하게 될지 말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건반의 꿈>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건 딱 두 가지다. 하나는 '꿈 같은 거, 없어도 된다!'이고, 다른 하나는 '인생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다!'이다. 이 두 가지는 내가 학교에 있을 때부터 학생들을 바라볼 때 늘 느껴왔던 감정이었다. 학생들은 꿈이 없는 자신의 상태를 비정상으로 여기고 어떤 꿈이든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며 조급해한다. 하지만 중3 때 꿈을 찾았지만 그 꿈을 현실로 이루지 못한 채 그 좌절감의 망령에 사로잡혀 오랜 시간 고통받은 나 같은 사람을 생각하면, 허황된 꿈을 가지느니 차라리 꿈이 없는 편이 낫겠다 싶은 생각이다. 그 생각을 소설로 펼쳐 보았다. 대신 대안은 있어야 한다. 인간으로 태어나 삶이라는 선물을 영위하고 있는 이상, 질문 하나 정도는 가슴속에 품고 살아갔으면 한다. 바로 윤이가 건이에게 제시했던 질문,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이다.
'꿈이 뭐야?'보다는 구체적이고, '갖고 싶은 직업이 뭐야?'보다는 광범위한 질문이며, 인간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철학적 질문이다. 공부를 그렇게도 못하는 건이가 이 질문의 의미를 절반이라도 이해하고, 어떤 인간으로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다.
이제 첫 번째 소설은 내 손을 떠났다. 당분간은 <음악에 미치다> 연재에 집중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언젠가 내 머릿속 소설에 대한 구상이 구체화된다면 또 한 편 더 써낼 수도 있겠지. 뭐가 됐든 되는 대로. 어차피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인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