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추자

독보적인 그루브로 전국민의 사랑을 독차지한 가수

by Charles Walker
김추자 [It's Not Too Late] (2014)

'님은 먼 곳에', '무인도', '거짓말이야', '늦기 전에' 등 시대를 대표하는 히트곡을 줄줄이 발표하며 전국민의 사랑을 받은 가수, 김추자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김추자를 이야기하면서 신중현의 이름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앞서 시즌1에서 언급했듯, 신중현에게는 김추자 이전에 김정미가 있었다. 신중현이 구현하고자 하는 사이키델릭 록의 실체를 김정미는 특유의 비음으로 훌륭하게 소화해 냈고, 그만큼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 또한 깊었으리라. 하지만 시대가 신중현을 원하지 않았고, 신중현이 발표하는 곡이 모두 금지곡 처분을 받으면서 김정미는 좌절하여 연예계를 떠나고 만다.


하지만 신중현은 꺾이지 않았다. 새로운 여성 보컬을 찾아 헤매었고, 그 결과 발견해 낸 가수가 바로 이 김추자이다. 김정미처럼 비음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훨씬 더 관능적이고 끈적한 느낌이 강했다. 신중현은 자신의 사이키델릭 록 스타일에 김추자의 블루스, 소울을 적절히 가미하여 독보적인 스타일의 음악들을 연이어 선보였고, 이 김추자는 신중현이라는 날개를 달고 음악판을 훨훨 날아다니게 된다. 당시 김추자의 인기를 설명하는 캐치프라이즈로 '담배는 청자, 노래는 추자'라는 말까지 생겨날 만큼 김추자의 인기는 매우 높았다.


하지만 김추자가 연예계에 머물렀던 시기도 그리 길지는 못했다. 이른바 '간첩설'로 대표되는 근거 없는 루머들, 연예인에 대한 방송가의 하대 등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김추자는 인기의 절정을 누리던 1971년에 돌연 은퇴를 선언한다.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남긴 김추자는 이렇게 역사의 한 페이지로만 남게 되는 줄 알았으나...


2014년, 깜짝 놀랄 만한 앨범이 세상에 나오게 된다. 바로 '몰라주고 말았어'라는 곡을 타이틀로 한 김추자의 새로운 앨범인 [It's Not Too Late]이다. 이 앨범에 담긴 김추자의 목소리는 인기 절정이던 6~70년대의 그것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렇다고 오래되어 상했다는 느낌은 결코 아니고, 세월의 풍파에 깎인 기암절벽의 모습처럼 자연스럽게 아름답다는 느낌이다. 특유의 비음은 여전하지만, 거기에 허스키함이 안개처럼 묻어 있다.


타이틀곡 '몰라주고 말았어'에서 보여주는 그루브감은 예술이다. 훵크(funk) 리듬으로 된 곡인데, 자유자재로 리듬을 밀고 당기는 보컬 어레인지먼트가 그야말로 원초적인 천재성을 보여준다. 이런 노래꾼이 오랜 세월 동안 그저 웅크리고만 있었다니, 그저 통탄할 따름이다.


그 밖에도 얼터너티브 록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가버린 사람아', 김추자 특유의 관능적인 창법이 넘실대는 듯한 '내 곁에 있듯이', 아련한 분위기의 '춘천의 하늘', 사이키델릭 록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마지막 트랙 '그대는 나를'까지. 무려 40여 년만에 내놓는 대형 가수의 복귀작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고 아무런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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