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깊은 곳이 시려오는 듯한 목소리
김필이 대중적으로 인지도를 얻게 된 것은 2014년에 엠넷에서 방영된 슈퍼스타K의 시즌6에 출연하면서부터였을 것이다. 그 이전까지도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해 왔지만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성대결절까지 겹치는 등 시련을 겪고 그것을 모두 극복한 상태에서 슈퍼스타K에 출연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 남다른 서사 덕분인지, 그가 부르는 노래는 어딘가 남다른 구석이 있었다. 어떤 노래든 '김필화(化)'시키는 능력이 있달까.
김필의 목소리에는 '고드름 목소리'라는 아름다운 별명이 붙어 있다. 고드름의 속성이 무엇인가. 차갑고 투명하며 날카롭고 언뜻 보면 단단해 보인다. 하지만 작은 힘으로도 툭 치면 이내 깨져버린다. 누가 붙였는진 모르지만 김필의 목소리를 고드름이라 칭한 것은 그야말로 찰떡이다. 강한 듯 여리고, 차가운 듯 따뜻하고, 날카로운 듯 부드러운 이 상호모순적인 목소리를 고드름 말고는 무엇이라 표현하겠는가.
김필이 2019년에 발표한 정규 1집 [yours, sincerely]의 타이틀곡 '변명'을 들어보자. 포크 장르의 곡인데, 잔잔하게 시작하여 후반부로 갈수록 빌드업되는 감정선이 마치 데미안 라이스(Damien Rice)의 곡들을 연상케 한다. 분명 가요이고 한국어로 노래하는데도 팝, 그것도 아이리쉬 팝의 감성을 낼 수 있는 뮤지션이 김필 말고 또 몇이나 될까. 다른 곡들은 몰라도 '변명'만큼은 정말 만듦새가 좋은 곡이라고 생각한다.
김필은 라이브 무대도 많이 했는데, 그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무대는 KBS2 불후의 명곡 '싸이' 편에서 싸이의 8집 수록곡 '기댈곳'을 편곡해서 부른 무대였다. 싸이도 숨은 발라드 명곡이 많은데, 그 중 하나인 '기댈곳'을 가지고 말 그대로 '니 노래 내 노래' 스킬을 시전해 버렸다. 기회가 된다면 이 무대도 반드시 찾아 감상해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