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감성과 아름다운 멜로디를 그리는 작곡가
작곡가 나원주의 이름은 가요 팬들이라면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하지만 나원주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가수로서 앨범을 발표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 것이다. 위에 소개하는 앨범은 솔로 가수 나원주로서 2003년에 발표한 정규 1집 앨범이다. 타이틀곡은 '사랑했나요'. 이 솔로 앨범의 퀄리티는 나원주의 작곡 실력에 걸맞게도 준수한 편이다.
앨범을 살펴보기에 앞서 나원주가 작곡가로서 만들어 낸 곡들(내가 알고, 내가 좋아하는 곡들에 한해서)만 잠시 나열해 보자. 이소라의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제이(J.ae)의 '멀어지나요', 박효신의 '행복한가요', 성시경의 '널 잊는 기적은 없었다' 정도이다. 나는 이 중에서 박효신 3집 [Time-honored Voice] (2002)의 마지막 트랙에 수록되었던 '행복한가요'에 특히 감명받았다. 그래서 '도대체 이런 아름다운 곡을 만든 사람은 누군가?' 하여 작곡가의 이름에 눈길이 오래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나원주'라는 사람의 이름은 그렇게 내게는 '믿고 듣는 작곡가'로서 각인되고 말았다.
박효신의 ‘행복한가요'를 들었던 그 이듬해인 2003년, 가수 나원주로서 등장했을 때의 기억도 생생하다. 당시 고현욱의 '헤어지지 말자'와 함께 아주 많이 들었던 곡 중 하나가 바로 이 곡, 나원주의 '사랑했나요'였기 때문이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팝 발라드의 어법에 충실하면서도 섬세하고 여성적인 표현력으로 담담하게 불렀던 노래까지 인상적이었다. 역시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 노래의 구석구석까지 속속들이 알고 표현하니까, 좋게 들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원주의 가창력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지점이 분명히 있다. 우선 펄스가 굉장히 빠른 바이브레이션(비브라토). 이것은 섬세한 감성을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겠지만, 경우에 따라 음이 불안하게 떨린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나의 경우는 전자 쪽에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그리고 음색 또한 남자치고 가냘픈 편이라 장악력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쨌든 나원주가 펼쳐낸 음악 세계는 전체적으로 여성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이소라, 제이 같은 여성 가수들이나 남자치고는 섬세한 표현의 대가인 박효신, 성시경 등과 잘 어우러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목소리로 표현하는 '노래'도 그렇지만, '작곡' 스타일 또한 개개인마다 뚜렷하여 나원주의 곡도 몇 번 들으면 '아, 이 곡 역시 나원주가 만든 건가' 싶은 생각이 들고, 찾아보면 '역시 맞구나' 할 때가 있다.
가장 최근에 들은 나원주의 곡은 성시경의 '널 잊는 기적은 없었다'로, 듣자마자 느꼈던 생각은 '이 양반 여전하네'였다. 속도감 넘치게 흘러가는 요즘 세상의 빠르기와는 애초에 결을 달리하는 느림의 미학을 나원주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펼쳐내고 있었다. 긴 호흡으로 내뱉는 프레이즈(phrase)는 보컬도, 현악기도, 피아노도 똑같이 느렸다. 그 기분 좋은 '느림'이 나원주 음악의 최고 매력이다. 마무리하며 덧붙이자면, 앞으로도 오래오래 그 매력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