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시대를 연상케 하는 고급진 포크 음악
베카 스티븐스(Becca Stevens)를 처음 알게 된 시기는 친구들과 함께 밴드 활동을 한창 하던 시기였다. 그때 리더였던 친구에게 추천받아 듣게 되었는데, 처음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 타이니 데스크 라이브(Tiny Desk Concert) 영상이었는데 그들이 구사하는 음악이 너무나 먼 옛날의 음악 같았기 때문이었다. 음악으로 시간 여행을 하는 체험은 그다지 낯설지는 않지만, 앞당겨도 보통 앞당겨야 말이지. 베카 스티븐스 밴드의 그 음악은 마치... 중세 시대의 그것을 연상케 했다.
베카 스티븐스가 우쿨렐레 혹은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고, 나머지는 밴드의 기본 편성으로 운영된다. 우선 내가 가진 앨범 위주로 이야기해보자면, 2011년에 발표된 [Weightless] 앨범에서부터 베카 스티븐스 음악의 스타일이 확실하게 드러나 있다. 영국의 소울 가수 씰(Seal)의 명곡을 리메이크한 'Kiss From a Rose'를 비롯하여 'Traveler's Blessing', 'My Girls', 'Weightless' 등을 추천할 만하다.
친구로부터 추천받은 앨범이 바로 2015년작 [Perfect Animal]이었다. [Weightless]가 꽃망울 단계였다면, [Perfect Animal]은 꽃이 만개한 상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앨범에는 커버곡이 두 곡 수록되었는데, 선곡이 굉장히 의외이다. 우선 프랭크 오션(Frank Ocean) 원곡의 'Thinkin' Bout You'를 먼저 들어보자. 원곡의 R&B 리듬을 살리면서 베카 스티븐스 특유의 중세풍 분위기도 놓치지 않았다. 능수능란하기 그지없다. 어셔(Usher) 원곡의 'You Make Me Wanna' 또한 마찬가지이다. 두 곡 모두 R&B에 기반한 곡인데, 베카 스티븐스의 손끝에서 완전히 새로운 곡으로 거듭났다. 이 밖에도 중독적인 허밍이 인상적인 'Tillery', 리듬 섹션이 강조된 'Be Still' 등을 추천하고 싶다.
2021년에는 'The Secret Trio'라는 프로젝트를 결성하여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이 앨범은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어두운 편이었다. 기존에 발표했던 곡들보다는 인상적이지 않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혹시 모른다. 베카 스티븐스의 음악이 쉽지 않은 만큼, 여러 번 반복해서 들어야 그 진가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것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