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사람들

이제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사람들

by Charles Walker
낯선사람들.jpg 낯선사람들 1집 [낯선사람들] (1993)

1993년, 그룹 이름처럼 낯선 사람들이 모여 툭, 하고 이 앨범 한 장을 세상에 던져놓았다. 그룹 '낯선사람들'의 1집 [낯선사람들]이 그것이다. 주요 멤버는 고찬용, 이소라, 장필순 등이다(놀랍게도 지금은 이 이름들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 앨범이 발표된 당시의 상황을 잠시 복기해 본다. 김현철이 퓨전 재즈 성향의 1집과 2집을 연이어 발표하며 성공 가도를 달렸고, 봄여름가을겨울 또한 희대의 명반인 정규 3집 [농담, 거짓말 그리고 진실]을 내놓으며 가요계에 퓨전 재즈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김현철의 2집과 봄여름가을겨울의 3집은 공통적으로 평단에서는 우수한 평가를 받았으나 대중들은 어렵게 느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어쨌든 낯선사람들의 음악도 퓨전 재즈 바람을 타고 세상에 나왔다. 하지만 그룹명과 앨범 제목과는 다르게 대중들은 이들의 음악을 낯설게 느끼지 않고 오히려 듣기 편한 이지리스닝 음악처럼 느꼈다고 한다. 이 앨범의 대중적 성공은 훗날 이소라가 솔로 가수로서 데뷔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고 하니, 우리 대중들의 입장에서는 이 앨범의 존재에 감사할 일이다.


앨범의 인트로는 다양한 화성으로 아카펠라를 구성한 '낯선사람들'로 시작된다. 알다시피 고찬용은 '화성(Harmony)'의 대가다. 천재적인 화성 진행으로 곡을 이끌어가지만, 결코 어렵지 않게 들리도록 만들어냈다. 본격적인 밴드 사운드는 다음 곡 '동그라미, 네모, 세모'에서부터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앨범의 압권은 단연 이소라의 솔로 곡인 4번 트랙 '왜 늘...?'이다. 솔로 앨범에서는 자주 쓰지 않는 이소라의 테크니컬한 보컬을 이 곡에서 맘껏 들을 수 있다. 소리의 밀도와 공명감을 자유자재로 조절해 가며 넓은 음역대를 오가는 이소라의 경이로운 가창력을 느껴보자.


이 밖에 개인적인 추억이 있는 곡이 있는데, 9번 트랙 '동물원'이다. 아들이 동물을 좋아하여 동물원에 가고 싶어하는데, 그때마다 이 곡의 노랫말인 '동물이 사람인지, 사람이 동물인지. 누가 누굴 구경하는지 몰라.'를 인용하여 에둘러 거절하곤 했다. 나와 아내는 동물을 좋아하지만, 같은 이유로 동물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갑갑한 철창 속에 갇혀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어야 하는 동물원의 동물들이 너무 불쌍하다. 철모르는 아이들이야 쉽게 볼 수 없는 동물들을 마음껏 볼 수 있으니 좋겠지만, 요즘엔 실감 나는 그림이나 사진, 하물며 유튜브 영상으로도 동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시대 아닌가. 그러니 이젠 동물원의 갑갑한 울타리를 열고 그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면 안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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