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경

현지에서 먼저 인정받은 보사노바 뮤지션

by Charles Walker
나희경.jpg 나희경, [나를 머물게 하는] (2012)

여기, 좀 별난 이력의 뮤지션이 있다. 브라질 현지에서 먼저 그 진가를 알아보고 본격적으로 보사노바 뮤지션의 길을 걷게 된 한국 뮤지션이다. 그 이름은 '나희경'. 오늘 소개할 이 앨범은 2012년에 발표한 그의 리메이크 미니 앨범인 [나를 머물게 하는]이다.


일단 앨범 커버 정말 예쁘다. 따뜻한 색감의 아늑한 방 풍경이 그야말로 그곳에 '머물고' 싶어진다. 이 방처럼 나희경을 편안히 머물게 하는 음악은 무엇이었을까. 앨범에는 총 5곡이 담겼다. 김현철, 윤상 원곡의 '사랑하오', 故 유재하 원곡의 '우울한 편지', 김현철 원곡의 '춘천가는 기차', 조덕배 원곡의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은', 강수지 원곡의 '흩어진 나날들'. 모두 보사노바로 편곡되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김현철과 윤상을 무척 좋아하긴 하나보다. '사랑하오 (편곡은 윤상과 공동으로 작업)'와 '춘천가는 기차' 모두 김현철의 곡이고, '흩어진 나날들'은 윤상이 작곡하여 강수지가 부른 곡이다. 김현철, 윤상 모두 퓨전 재즈나 제3세계 음악 등으로 세계관을 확장하고자 하는 지향성을 보이는 뮤지션이었기에 나희경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당연히 있었을 터.


유재하의 곡을 선택한 것은 명민한 선택이었다. '우울한 편지'는 쿨 재즈 스타일이나 보사노바로 풀어내면 특유의 멜로디가 잘 살아난다. 나희경 버전의 보사노바 또한 새로운 느낌의 '우울한 편지'여서 신선하게 듣기 좋았다. 조덕배의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은' 또한 보사노바라는 새 옷을 입고 세상에 다시 나왔는데, 어색하거나 위화감이 느껴진다거나 하지 않는다. 마치 처음부터 보사노바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처럼, 그렇게 자연스럽다.


이 앨범을 먼저 접하고 나희경의 나머지 앨범들을 더 들어보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끝까지 듣기는 어려웠다. 왜 그런가 생각해 보았는데, 나희경은 타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사노바의 본고장인 브라질에서 인정받았기 때문에 철저히 브라질 입맛에 맞춘 음악을 발표해야 하지 않았을까. 난 그게 맞는 일이라고 본다. 수요자를 염두에 두지 않는 공급이란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어쨌든, 그가 원하는 길을 오래오래 건강하게 걸어가기를 응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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