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가 이렇게 대단한지 미처 몰랐지 뭐야
브루노 마스(Bruno Mars) 이후로 오랜만에 받아보는 느낌이었다. 목소리로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는 느낌. 벤슨 분(Benson Boone)의 'Ghost Town'을 처음 듣고 난 후의 감상이다. 운 좋게 학교 밴드부 담당교사로 1년 동안 일했었는데, 그때 밴드 멤버였던 한 학생에게 추천받아 듣고 그 가창력에 소위 말해 '뻑 갔다'. 어찌 덕질을 아니할 수 있겠는가? 앨범 [Fireworks & Rollerblades]가 나오자마자 곧바로 전곡 정주행에 들어갔다. 그리고 'Beautiful Things'를 듣고 그만 기절.
주접이 아니다(그렇다고 진짜 기절했다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Beautiful Things'는 진짜 놀랍다. 사람 목청에서 어떻게 이런 소리가 날 수 있는지 경이롭기까지 하다. 허나 더 놀라운 것은, 이 얄미운 천재가 노래를 한 번도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은 없다는 것이다(출처는 불분명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학교에서 노래를 하게 되었고, 그날 청중이었던 동료 및 교사는 아마 놀라 자빠졌을지도 모른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 자신에게 그런 재능이 있는 줄을 어떻게 모를 수가 있을까? 문득 콧노래를 불러보며 자신이 노래를 남들보다 좀 잘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정녕 혼자 그렇게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을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미스테리하다.
아무튼 첫 번째 정규앨범으로 엮은 [Fireworks & Rollerblades]는 대박이 났다. 앞에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Beautiful Things'를 비롯하여 'Be Someone', 'Slow It Down', 'Cry' 등이 앨범 전반부에서 꽤나 인상적인 느낌을 안겨 준다. 후반부로 치닫으면서 약간은 맥빠지는 듯한 느낌은 없지 않으나, 후반부에는 무려 킬링 트랙인 'Ghost Town'이 있다. 앨범을 다 듣고 난 느낌은, '진짜 노래 더럽게 잘하는 인간이 나타났다'였다. 하지만 벤슨 분으로부터 받은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리빙스턴(Livingston)이라는 한 미친 자(?)가 또 나타나는데, 이 인간에 대해서는 다음에 계속.
1집은 트랙 수가 16곡으로 꽤나 많다. 그래도 전체를 들으면서 지겹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워낙 노래를 잘하는데, 그냥 대충 잘하는 게 아니라 약할 때는 약하게, 강할 때는 강하게 밀당도 귀신같이 하면서 다이내믹을 기가 막히게 조절하면서 잘하니까 지루할 틈이 없다. 그러니 이듬해 나오는 2집 [American Heart]에도 기대를 거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트랙 수는 1집에 비해 6곡이나 깎여나간 10곡인데, 오히려 1집보다 좀 지루한 느낌이다. 왜 그럴까?
우선 앨범을 장악하는 확실한 킬링 트랙이 없다. 전체적으로 나쁘지는 않으나, 도드라지게 좋은 부분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아주 잘 깎인 아그리파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어느 미술학원에나 똑같은 모습을 하고 서 있는 그 아그리파 말이다. 우리가 아그리파를 보면서 '어머나, 저건 사야 돼!'라며 감동의 입틀막을 하지 않는 것처럼 이 앨범 또한 그렇다. 그냥, 여전히 노래 잘하는 벤슨 분이다.
이렇게 벤슨 분이라는 가수는 하나의 과제를 받아든다. 3집에서는 'just'로 남아서는 안 될 것이다. 그 이상을 보여줘야 한다. 아티스트에게는 고난에 가까운 숙제다. 가장 이기기 힘든 싸움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지 않은가. 천재가 제대로 각성하는 모습을 3집에서는 볼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