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ce

고통 속에서 삶의 진실을 노래한 디바

by Charles Walker
스크린샷 2025-12-07 072144.png Beyonce가 발표한 다수의 앨범들.

왼쪽부터 정규 2집 [B'Day (Deluxe Edition)] (2007), 정규 5집 [BEYONCE] (2013), 정규 3집 [I Am... Sasha Fierce (Deluxe Edition)] (2008), 정규 6집 [Lemonade] (2016), 정규 4집 [4] (2011), 데스티니스 차일드(Destiny's Child) 베스트 앨범 [#1's] (2005)이다.


비욘세는 1998년, 3인조 그룹인 데스티니스 차일드의 멤버로 팝 씬에 처음 등장하였고 2003년에는 첫 솔로 앨범인 [Dangerously In Love]의 싱글 'Crazy In Love (feat. Jay-Z)'로 메가 히트를 터뜨리며 성공적인 커리어를 시작하였다. 2005년 당시 팝 음악을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나는 세 개의 앨범에 흠뻑 빠져 있었는데, 어셔(Usher)의 2004년작 [Confessions], 알리샤 키스(Alicia Keys)의 라이브 앨범 [Unplugged], 그리고 이 데스티니스 차일드의 베스트 앨범 [#1's]였다.


베스트 앨범의 문을 여는 신곡이자 그녀들의 마지막 곡인 'Stand Up For Love'는 무척 감동적인 팝 발라드이다. 세 명의 보컬이 번갈아 가며 파트를 부르고 후반부에 목소리를 합쳐 부르는 전형적인 중창단 스타일의 곡이라 어쩌면 뻔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아는 맛이 더 무서운 법이다. 이 곡은 국내에서 노래 좀 한다는 여성 가수들도 꽤 많이 커버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솔로 1집의 성공으로 본격적인 솔로 커리어를 시작한 비욘세는 2006년에 정규 앨범 [B'Day]를 발표한다. 당시 연인이자 음악적으로 최고의 파트너였던 래퍼 제이 지(Jay-Z)와 함께한 'Dejavu'를 타이틀곡으로 활동했지만 1집에 비해 성과는 미진했다. 앨범을 들어보면 1집의 히트 공식을 답습하여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실패의 원인으로 보인다.


하지만 성공할 사람은 꼭 성공하게 되어 있는 걸까. 앨범보다는 영화 쪽에서 대박이 터졌다. 다이애나 로스(Diana Ross)와 그룹 슈프림스(The Supremes)를 소재로 한 뮤지컬 영화인 드림걸스(Dreamgirls)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다이애나 로스를 모티프로 한 주인공인 디나 존스 역을 맡은 비욘세도 꽃길을 걷게 된다. 이 영화에서 부른 사운드트랙인 'Listen'이 그야말로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면서 비욘세는 휘트니 휴스턴, 머라이어 캐리를 잇는 차세대 디바로서의 권위를 실력으로 당당히 차지하게 된다.


2008년, 비욘세는 새로운 인격인 사샤 피어스(Sasha Fierce)를 창조하여 자신의 조용한 면(I)과 카리스마와 자신감 넘치는 면(Sasha Fierce)을 대비하여 보여주는 세 번째 정규 앨범을 발표한다. 앨범명은 [I Am... Sasha Fierce]로, 이 앨범에서는 'If I Were A Boy', 'Halo', 'Single Ladies (Put A Ring On It)', 'Diva' 등이 큰 인기를 끌었다.


2011년에는 정규 앨범 [4]를 발표하는데, 대조적인 성격의 두 EP를 합쳐 다채로운 색깔을 드러낸 3집과는 달리 앨범의 유기성과 통일성을 좀 더 강조하는 면모가 드러난다. 앞서 발표한 1~3집이 대중성을 고려한 팝 음악 위주였다면, 이번 4집에서부터는 좀 더 흑인음악적 요소가 두드러진 곡들을 많이 선보인다.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For Your Love'를 샘플링한 'Party (feat. Andre 3000)' 같은 곡만 해도 R&B와 힙합을 절묘하게 섞어 듣는 재미를 돋운다. 이 밖에도 끝을 모르고 전조되며 감정선을 고조시키는 댄서블한 트랙 'Love On Top'이 아주 큰 인기를 얻었고, 아프리카 전통 리듬을 차용한 'Run The World' 또한 비욘세 특유의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곡이다.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이 앨범이 비욘세를 전설의 반열로 올려준 첫 번째 앨범이 아닐까 싶다.


2013년, 비욘세는 아무런 사전 예고 없이 갑자기 정규 5집 [BEYONCE]를 발표한다. 그것도 앨범 수록곡 전곡에 다 뮤직비디오가 있는 이른바 '비디오 앨범'의 형태로. 팬들은 예상치 못한 새 앨범 발표와, 더더욱 예상치 못한 비디오 앨범의 존재에 미친 듯 열광했다. 4집에서 맛보기처럼 보여준 R&B, 힙합 음악으로의 지향성은 5집에서 정점을 찍는다. 이때는 이미 남편이 된 제이 지는 물론, 칸예 웨스트(Kanye West), 프랭크 오션(Frank Ocean), 드레이크(Drake) 등과 함께 작업하며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굳혀나가는 데에 성공한다.


5집부터는 모두 비디오 앨범인 만큼, 음악을 들을 때 반드시 비디오와 함께 감상하기를 권한다. 앨범의 문을 여는 'Pretty Hurts'는 '인생의 궁극적 목표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답하며 시작된다. 그 답은 또 다른 질문을 낳는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끝내 마침표가 찍히지 않은 상태로 비욘세는 노래를 시작한다. 술에 취한 듯 사랑을 탐닉하는 노래 'Drunk In Love (feat. Jay-Z)', 자유롭게 리듬에 몸을 맡기며 춤출 수 있는 곡 'Blow', 관능적인 기운이 넘실대는 'Partition', 3박자의 섹시한 R&B 'Rocket' 등을 추천한다. 마지막 트랙으로 딸인 블루 아이비(Blue Ivy)의 목소리가 들어간 'Blue'를 배치한 것이 어쩌면 첫 트랙에서 답한 '행복'의 답은 아니었을까. 그렇게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비욘세의 남편 제이 지가 외도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팬들은 안타까워하면서도 비욘세가 어떻게 이 사태에 대응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일단은 조용했다. 마치 폭풍전야와도 같은 침묵을 뚫고, 2016년의 어느 날 비욘세는 정규 6집인 [Lemonade]를 내놓았다. 그리고 이 앨범은 희대의 명반이 된다.


비욘세는 '삶이 레몬(고통)을 준다면 레모네이드라도 만들어라'라는 제이 지의 할머니께서 하신 말씀을 잠언처럼 앨범으로 엮어냈다. 앨범에는 상실에 대한 고통, 배신감, 분노, 두려움 등 복합적인 감정이 한데 뒤섞여 있고 그 감정선에 따라 음악 장르 또한 R&B, 힙합, 록, 컨트리 등 어느 하나로 규정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다. 앨범에 힘을 보탠 아티스트들도 그만큼 다양하다. 잭 화이트(Jack White),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 더 위켄드(The Weeknd) 등이 힘을 보탰다.


이 명반의 수록곡 중 어느 하나를 어떻게 고를 수 있겠냐마는, 잭 화이트와 함께한 3번 트랙인 'Don't Hurt Yourself'를 언급하지 않을 수는 없겠다. '너 자신을 다치게 하지 마'라는 제목은 결국 외도한 남편에게 '네가 날 버리는 건 네가 지금까지 일군 모든 행복을 짓밟는 것과 같다'라는 등골 서늘한 경고일 것이다. 곡의 말미에 'This is final warning (마지막 경고야)'라고 일갈하는 장면은 마치 복수에 성공한 영화 속 여주인공 같은 통쾌함마저 느껴진다. 곡 자체의 퀄리티도 수준급인데, 디스토션이 강하게 들어간 잭 화이트의 기타 사운드와 육중한 드럼, 샤우팅을 방불케 하는 비욘세의 록 창법까지 삼박자가 골고루 맞아떨어졌다.


'Don't Hurt Yourself'가 매운맛이었다면, 애절한 감성으로 호소하듯 불러낸 'Sandcastles'는 순한맛이라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순한맛이라고 해서 곡에 담긴 감정의 크기가 작은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는 모래성을 쌓았고, 그것은 쓸려내려가 버렸다'라고 씁쓸하게 노래를 시작하여 점점 감정선을 고조시켜나가는 비욘세의 표현력은 괜히 '디바'가 아님을 새삼 느끼게 한다.


남편인 제이 지는 비욘세의 [Lemonade]를 듣고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며 용서를 빌었으며(그 과정에서 비욘세의 친동생이자 R&B 가수인 솔란지(Solange)에게 엘리베이터에서 엄청나게 두드려맞았다는 건 안비밀), 자신의 진심을 표현하기 위해 이듬해인 2017년, 자신의 정규 앨범인 [4:44]에서 그야말로 싹싹 빌었다. 아마 제이 지 편에서 자세히 다룰 것 같으니 이 얘긴 여기까지.


비욘세의 커리어 하이는 단연코 [Lemonade]이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어쩌면 앞으로도 [Lemonade]를 넘어서는 걸작은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인생은 때때로 시련을 준다. 하지만 그 시련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끝없는 절망을,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희망을 보게 할 수 있다. 비욘세는 자신 앞에 놓인 시련을 예술가답게도 '음악'으로 담아냈고, 그 진심은 잘못을 저지른 상대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그 어떤 무기보다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비욘세의 [Lemonade]가 그저 그런 팝 앨범이 아닌 시대를 대표하는 명반으로 추앙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폭력을 저지른 상대가 용서를 구하게 만들었다는 것.


이런 게 음악의 힘 아닐까. 위기에 빠진 한 가정을 지켜내는 역할도 하였으니, 좀 더 잘 만든다면 음악으로 세계 평화를 이루는 일도 영 헛된 바람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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