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끝이 미약했던 그룹

by Charles Walker
스크린샷 2025-12-08 125950.png 왼쪽부터 노을 정규 2집 [New Beginning : Theses Are The Times] (2004), 1집 (2002), 3집 [전부 너였다] (2006)

비, 별, 다음이 노을이었다. JYP에서 2002년에 연달아 선보이는 날씨 가수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할 4인조 R&B 그룹 노을은 모 통신사와 연계하여 대대적인 홍보를 펼치는 등 대중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간 선보였던 비와 별도 이미 큰 성공을 거두었던 터라 노을의 성공 또한 따놓은 당상이었던 분위기였다. 그렇게 베일을 벗은 1집 앨범과 타이틀곡 '붙잡고도'는 예상과 달리 미진한 결과를 낳았다.


아니, 사실은 괜찮은 반응이었다. 다만 빌드업에 비해 아웃풋이 약했다는 뜻이다. 시장 용어로 치환하자면 투자 대비 효율이 낮았다고나 할까. 홍보를 지나치게 많이, 크게 했다. 그러다 보면 대중들에게 이런 심리가 작동한다. '뭐야? 뭔데 이리 난리야? 어디, 얼마나 잘하나 보자.' 그런 대중들에게 다가가기에 1집 앨범은 너무 약했다. 몇몇은 맥이 빠졌고, 몇몇은 코웃음쳤다. 이기찬의 '또 한 번 사랑은 가고'를 노을 스타일로 새롭게 리메이크한 버전이 소소하게 화제를 모았고, 그렇게 씁쓸함을 가득 품고 1집 활동을 마무리해야 했다.


2년간 절치부심하여 내놓은 정규 2집 [New Beginning : These Are The Times]는 노을의 화양연화를 열어준 앨범이다. 대중들의 냉정함을 깨달은 것일까. 이들의 노래에 간절함과 진심이 잔뜩 묻어 있다. 이렇게 부르기 위해서 뼈를 깎는 노력을 했을 멤버들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타이틀곡은 '아파도 아파도'였지만, 지나치게 무거운 분위기 때문이었는지 반응이 별로였고 오히려 '청혼'이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후속곡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청혼'이야말로 노을 음악의 핵심 요소가 다 들어 있는 곡이다. 로맨틱한 무드, 유려한 하모니, 화려한 애드리브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추었기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그 밖에도 2집에서는 박진영 특유의 감성이 노을 멤버들의 목소리와 잘 어우러진 '언제 어떻게', 멤버들의 하모니와 애절한 애드리브가 압권인 R&B 발라드 '투명인간',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며 투닥거리는 연인들의 모습을 린(LYn)과의 듀엣으로 재치 넘치게 풀어낸 '남과 여', 아련한 감성을 건드리는 팝 발라드 '눈물' 등을 추천할 수 있겠다.


노을의 성공기는 3집에서도 이어졌다. '전부 너였다'를 타이틀곡으로 나왔는데, 이번에는 타이틀곡에서부터 좋은 반응이 나왔다. 점차 노을의 음악적 색깔이 자리를 잡아가고 대중들에게도 설득력 있게 다가갔다는 증거이다. 하지만 3집을 마지막으로 JYP와는 계약이 만료되고, 노을은 잠정적으로 활동 중단에 들어간다. 박수 칠 때 떠난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다.


아시다시피 노을은 2011년 '그리워 그리워'를 타이틀곡으로 한 EP를 발표하며 가요계에 완전체로 돌아온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JYP 시절의 노을을 훨씬 더 좋아하기에, 다시 돌아온 이후로는 노을의 음악을 찾아 듣지는 않게 되었다. 기껏해야 정규 4집에서 전우성이 솔로로 불렀던 '만약에 말야' 정도는 생각이 난다. 순전히 개인적 취향의 문제이기 때문에 오히려 반대로 JYP 시절보다 지금의 노을을 더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쨌든...


과유불급(過猶不及). 노을을 생각하면 늘 떠올리게 되는 사자성어이다. 어그로도 너무 지나치게 끌면 득보다 독이 된다. 홍보를 그렇게나 떠들썩하지 않았다면 노을은 1집부터 성공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1집의 실패가 없었다면 2집을 그렇게 잘 만들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 그러니 세상 일이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영원한 실패도, 영원한 성공도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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