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가든

얼터너티브 록이 낳은 최고의 수제자

by Charles Walker
노이즈가든.jpg 노이즈가든 정규 1집 [nOiZeGaRdEn] (1996)

노이즈가든은 기타리스트이자 밴드의 리더 윤병주와 보컬 박건, 베이스의 양시온, 드럼의 김태현으로 구성된 4인조 록 밴드이다. 위 앨범은 1996년에 발표한 그들의 정규 1집으로, 둔중하고 음울한 록 사운드로 야무지게 채워져 있다.


1990년대 초반에 등장한 얼터너티브 록 밴드의 사천왕(언제 들어도 유치한 표현이다. 알고 있다.)을 기억하는가? 너바나(Nirvana), 펄 잼(Pearl Jam), 앨리스 인 체인스(Alice In Chains), 그리고 사운드가든(Soundgarden)이다. 모르긴 해도 노이즈가든이라는 밴드명도 그렇고 이들이 추구하는 음악의 방향도 그렇고 네 밴드 중에서는 사운드가든의 색깔을 가장 많이 닮아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닌 듯하다.


연주만 들어도 네 밴드 중에서 가장 전통 하드 록의 색채를 강하게 띠고 있는 사운드가든의 느낌을 강하게 자아내지만, 압권은 박건의 보컬이다. 중고음역대에서 시원하게 긁으면서 내지르는 창법은 사운드가든의 보컬인 크리스 코넬(Chris Cornell)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그렇다고 해서 노이즈가든이 사운드가든의 카피 밴드에 불과하다는 오해를 하면 절대 안 된다. 당대의 록 씬을 휘어잡은 얼터너티브 록이라는 새로운 어법에 충실하면서도, 거기에 한국적인 색채가 미묘하게 섞여 있다. 물론 한국어 가사로 노래했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결과겠지만. 앨범의 인트로인 '나는'과 끊어진 듯 이어지는 구성을 취하는 2번 트랙 '기다려'는 박건의 샤우팅 창법이 찬연한 빛을 발하는 명곡이다.


미리 말해두지만 이 앨범은 어둡다. 밝은 곡이 단 한 곡도 없다. 느리고 빠르고의 문제가 아니다. 이 앨범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시종일관 무겁고, 어둡고, 짓누르고, 지르고, 깨고, 부수고... 정확하게 읽은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게는 그렇게 읽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매력 있다. 오히려 앞서 밝힌 네 밴드의 음악보다도 나는 노이즈가든의 이 앨범을 더 자주 들을 것만 같다. 이런 밴드가 한국에서 나올 수 있다는 게, 그것도 90년대에 그럴 수 있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p.s : 아차. 마지막 곡 '타협의 비'는 10분이 넘는 대곡인데, 끝날 때 음향사고 난 것 아니다. 진짜 그렇게 끝나는 거다. 비슷한 경우로 드림 시어터(Dream Theater)의 곡 'Pull Me Under'를 떠올리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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