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NewJeans)

육체는 늙어도 팬심은 죽지 않는다

by Charles Walker
뉴진스가 발표한 다수의 앨범들.

왼쪽부터 [How Sweet (Single)] (2024), [NewJeans 1st EP 'New Jeans'] (2022), [NewJeans 2nd EP 'Get Up'] (2023), [NewJeans 'OMG'] (2023), [NJWMX] (2023), [Supernatural (EP)] (2024)이다.


한때 이 소녀들에게 미쳐 있던 때가 있었다(주책맞게도). 이 다섯 명의 소녀들을 보니 예전에 'S.E.S.'와 '핑클'을 번갈아 좋아했던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뉴진스는 내가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마음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 고마운 그룹이다. 지금은 그녀들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말이 너무 많지만, 그걸 지금 여기서 말하는 건 피곤한 일이다. <음악에 미치다>라는 제목답게, 그녀들이 지금까지 발표한 음악에 대해서만 말하고자 한다.


뉴진스의 데뷔 EP는 2022년에 발표되었으며, 앨범 수록곡 4곡 중 3곡이 타이틀곡이다(엄청난 자신감!). 'Attention', 'Hype Boy', 'Cookie'가 그것이다. 'Attention'은 청량감 넘치는 댄스곡이며, 후렴구에서 머리를 쓸어넘기는 멤버들의 안무가 시원함을 더한다. 'Hype Boy'는 당시 뉴진스의 곡 중에서 가장 크게 히트한 곡으로, 뉴 잭 스윙 기반의 신나는 댄스곡이다. 후렴구의 게다리 안무를 한 번쯤 따라해 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내적 댄스로라도). 상대적으로 활동이 적었던 'Cookie'는 또 색다른 무드로, 몽환적이면서도 도발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곡이다. 수록곡인 'Hurt'는 원곡보다 훗날 나오게 되는 리믹스 버전을 추천한다.


2022년에서 2023년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나오는 싱글 [OMG]에는 'OMG', 'Ditto' 두 곡이 수록되어 있다. 두 곡 모두 엄청난 인기를 얻었지만, 'Ditto'는 거의 신드롬에 가까웠다고 생각한다. 학교를 배경으로 한 뮤직비디오는 A버전과 B버전으로 나누어 공개되었는데, 반전을 머금은 한 편의 영화 같았다. 나 또한 'Ditto'를 통해 이들에게 입덕한 케이스이다. 'Ditto'는 지금 들어도 어딘가 가슴 한켠에 숨겨둔 소중한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아련함이 있다. 퍼포먼스가 강조된 몽환적인 댄스곡 'OMG'도 훌륭하지만, 내게 뉴진스의 베스트 트랙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단연코 'Ditto'이다.


2023년, 그녀들은 두 번째 EP [Get Up]을 발표하며 K팝 씬의 정점에 올라섰음을 공언했다. 'Ditto'가 이들의 베스트 트랙이었다면, [Get Up] EP는 앨범 단위로 가장 높은 완성도를 선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인트로 격인 1번 트랙 'NewJeans'로 문을 열고, 더블 타이틀곡인 신나는 댄스 넘버 'Super Shy'와 'ETA', 몽환적인 무드를 강조한 'Cool With You'와 'Get Up'은 각각 동전의 양면처럼 대비되며 듣는 재미를 배가한다. 다만 마지막 트랙인 'ASAP'의 존재감은 다소 애매하다.


2023년 겨울, 뉴진스는 그간 발표했던 곡들을 추려 리믹스 앨범 [NJWMX]를 발표한다. 리믹스 곡 6곡과 그것들의 인스트루멘탈(Instrumental)을 포함하여 총 12곡이 수록되어 있다. 이들이 지금까지 발표한 앨범들 중에서 가장 정규 앨범에 가까운 볼륨이라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리믹스 앨범에서는 6번 트랙인 'Hurt (250 Remix)'와 4번 트랙 'Hype Boy (250 Remix)'를 추천한다.


롤라팔루자에서 성공적인 공연(이 공연 꼭 보길 추천한다. 음정 하나 안 틀리고 안무까지 소화하며 라이브를 하는데, 정녕 이것이 라이브라는 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을 마치며 실력파 K팝 그룹으로서의 위상을 전세계에 떨친 뉴진스는 2024년부터 국제적 행보를 본격화한다. 먼저 싱글 [How Sweet]을 발표하는데, 이 싱글에는 처음으로 '힙합' 컨셉트를 내걸고 나온 'How Sweet'과 뉴진스를 대표하는 '청량미'를 강조한 'Bubble Gum'의 두 곡이 수록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Bubble Gum' 쪽에 손을 더 들어주고 싶지만, 사실 이때부터 나는 약간은 느끼고 있었다. '이 사람들, 좀 급한데...'


[How Sweet] 싱글 발매 후 두 달쯤 지난 여름, 일본 시장을 노린 [Supernatural]이 발표되었다. 이 싱글에는 타이틀곡이자 뉴 잭 스윙 댄스곡인 'Supernatural'과 J팝의 분위기를 한껏 머금은 'Right Now'의 두 곡이 수록되어 있다. 'Supernatural'은 단연코 2024년 뉴진스의 최고 아웃풋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뉴 잭 스윙이라는 장르의 특성에 맞게 쭉쭉 시원하게 뻗는 안무는 정말 일품이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이후의 행보는 아직까지 묘연한 상태이다. 이들의 다음 프로젝트가 싱글이 될지, EP가 될지, 아니면 정규 앨범이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실력 있는 다섯 소녀들이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고 답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뉴진스의 이름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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