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못난 모습 그대로도 괜찮다면
가수 '다린'은 2020년에 방영된 싱어게인 시즌1에 출연하여 처음 모습을 알렸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25년, 다린은 싱어게인 시즌4에 재도전하면서 여전히 자기 존재 증명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그런 다린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왜 안타깝다는 생각이 그렇게 드는지 모르겠다. 내 기준에서는 이 앨범 한 장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말이다. 바로 싱어게인 시즌1이 끝날 때쯤 발표된 다린의 첫 번째 정규 앨범, [숲]이다.
다린은 등장할 때부터 줄곧 가수 '이소라'와 비교되어 왔다. 노래를 대하는 태도, 고유의 음색, 소리를 뒤로 쓰는 창법까지 두 사람은 닮은 점이 많다. 하지만 엄연히 말하자면 두 사람은 노래의 '결'이 다르다. 이소라의 노래가 지배하는 정서는 '분노'이다. 분노를 삭이며 이를 악물고 노래하든, 아니면 거친 록 사운드의 힘을 빌려 온몸으로 토해내듯 내뿜으며 노래하든 이소라는 분노에 대해, 화에 대해 자주 노래한다. 하지만 다린의 노래는 '고백'이다. 내 못남의 고백, 내 다름의 고백, 내 부끄러움의 고백. 그렇기에 솔직하고 담담하며 꾸밈없다.
첫 곡 '저 별은 외로움의 얼굴'부터 예사롭지 않다. 첫 소절의 노랫말이기도 한 제목은 어떤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어떤 사람의 얼굴. 그 얼굴에는 외로움이 깃들어 있다. 그 눈에 비친 별 또한 외롭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아니, 애초에 별의 외로움은 그의 외로움이었다. 별이 그의 외로움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 아래 노랫말을 보자.
"아무도 모르는 그대 외로운 밤, 어떤 의미도 되지 못한 채 사라지는 듯해도 작은 후회, 안부처럼 돌아와 길을 묻지. 너의 매일은 내일의 빛이었다고."
모두 저마다 외롭기에, 외로움은 보편의 정서가 되었다. 그래서 외로움만으로는 어떤 의미도 얻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게 사라져버리는 듯해도 작은 후회가 안부처럼 돌아와 길을 묻는다. 내가 저지른 실수, 내 모난 모습, 내 시행착오... 그 모든 게 결국 작은 후회로 남지만 그것이 켜켜이 쌓여 내일의 빛으로 매일매일 살아갈 것이라고. 다린은 그런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다.
그 밖에도 소중하게 간직한 어느 작은 마음에 관한 노래 '마음', 첫눈에 반한 사랑을 재치있게 노래한 'Maudie', 잃어버린 사랑의 행방을 묻는 아련한 노래 '고백'까지. 듣기 좋은 10곡의 노래로 야무지게 채운 아름다운 앨범이다. 앨범이 좀 더 잘 되었더라면 다린은 싱어게인 시즌4에 재도전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까. 누군가와 비교당하는 걸 달가워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그렇게 '나는 그와 다르다'를 끊임없이 증명하기 위해 세상과 외로운 싸움을 해야 했던 가수 다린의 겁먹은 눈망울이 아직도 선연하다.
그래서였을까. 싱어게인 시즌4에 다린이 처음 등장하며 부른 노래가 다름아닌 이소라의 'Amen'이었다. 무엇이 다른지 너희들이 직접 듣고 판단하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는 정공법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평가는 호불호가 갈렸지만, 나는 이 무대를 그야말로 숨소리까지 애써 죽이며 보았다. 긴장한 듯 고르지 못한 호흡, 불안하게 떨리는 목소리까지도 그저 그 사람의 이야기였다. 나는 약하지만, 보잘것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과 맞서 싸워야 하는 어떤 사람의 이야기. 노래의 완성도로 판단할 수 있는 무대가 아니었다. 그런 무대에는 감동받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이렇게 진심으로 노래하는 가수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노래 한 곡에 자신의 영혼을 담아 부르는. 내 마음이 못났든, 모났든, 부끄럽든 아무 상관없이 꺼내 보일 수 있는 그런 용감한 가수가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