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택과 소울소스

한국인만이 할 수 있는 한국형 레게를 선보인 밴드

by Charles Walker
노선택.jpg 노선택과 소울소스 [Back When Tigers Smoked] (2017)

노선택. 뒤로 물러설 곳이 없는 이름이다. 미안하다. 초장부터 너무 아재 개그로 들이댔다. 아무튼, 베이시스트 노선택이 이끄는 레게 밴드인 노선택과 소울소스는 2017년 [Back When Tigers Smoked]라는 제목의 첫 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또 다른 한국형 레게 밴드의 탄생을 알렸다. 비슷한 노선을 걷고 있던 밴드로 김반장의 윈디시티(Windy City)가 있는데, 노선택 또한 그 윈디시티에서 독립하여 자신의 밴드를 차리게 된 것이다.


김반장과 노선택의 음악은 어떤 부분에서 비슷하고 다를까. 우선 김반장은 드러머이고 노선택은 베이시스트이다. 어쩔 수 없이 리더의 주무기가 도드라질 수밖에 없다. 윈디시티의 음악은 드럼이 주축이고 소울소스의 음악은 베이스가 유독 진하다. 어차피 음악은, 특히 레게는 베이스와 드럼이 영토이다. 어느 쪽이 강조되건 간에 베이스와 드럼이 탄탄하면 나머지 악기들은 그 위에서 놀면 된다. 하지만 뭇 사람들은 밴드에서의 베이스와 드럼의 중요성을 잘 모른다. 그걸 제대로 알고 싶다면 합주 때 베이스와 드럼을 빼고 연주해 보라. 100% 확률로 엉망진창이 될 것이다.


잠시 다른 얘기로 샜는데, 앨범 얘기를 제대로 해 보자. 이들이 타이틀로 내걸었던 곡은 무려 두 곡으로, 3번 트랙 'Sing a Song And Dance'와 8번 트랙 '조랑말을 타고'였다. 먼저 'Sing a Song And Dance'는 레게의 어법에 충실한 흥겹고 신나는 곡이다. 파티에서 흘러나와도 전혀 위화감 없이 몸을 흔들 수 있을 것이다. 반면 8번 트랙 '조랑말을 타고'는 메시지를 강조한 곡이다. '조랑말을 타고 ~로 가 보자'라고 반복하며 우리 민족의 얼이 전세계로 뻗어나가기를 기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곡에는 무속적인 느낌마저 감돈다.


타이틀곡들 말고도 주목해야 할 곡들이 있다. 노선택을 대신하여 마이크를 잡은 또 다른 보컬인 스마일리 송(Smiley Song)의 우렁차고 힘 있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5번 트랙 'Sound Man'과 몽환적인 무드의 느릿한 레게 곡인 9번 트랙 '이 시간'을 들어보면 스마일리가 왜 퍼커션만 치고 있는지, 그 목소리가 정말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퍼커션을 압도적으로 잘 치기 때문이겠지만 노래도 정말 잘한다.


이 앨범은 내가 레게 밴드 활동을 마무리할 시점에 발표되면서 참 복잡한 마음을 갖게 해 주었던 앨범이다. 밴드 활동을 계속하고 싶은 아쉬움이야 왜 없었겠는가. 지역 밴드치고는 정말 많은 것들을 함께 이뤄나가고 있었고 더 큰 세상으로 나가기 일보직전이었는데 돌연 내가 탈퇴하겠다고 했으니, 리더 친구는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나 또한 속상한 마음에 이 앨범을 포함한 레게 음악 자체를 한동안 듣지 못했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이때 우리는 세상의 법칙 하나를 배운 것일 수도 있다. 결코 다 가질 수는 없다는 것.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하나는 반드시 내 주어야 한다는 것. 나는 밴드를 포기하며 안정적인 삶을 얻었다. 그 아이들이 나를 내어줌으로써 얻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감히 알 수는 없지만 분명 무언가가 있었을 거라 믿는다. 아니, 꼭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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