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llie Holiday

굴곡진 삶을 살았던 비운의 천재 디바

by Charles Walker
billie.jpg Billie Holiday [Lady In Satin] (1958)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의 음악을 오래 듣지 못한다. 지독하게 연기를 잘하는 악역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불편하기 그지없는 마음에 드라마(혹은 영화)를 중간에 끈 적이 있는가? 빌리 홀리데이의 음악이 딱 그러하다. 듣다 보면 너무 슬퍼서 이 슬픔이 파놓은 늪 속에 금방이라도 침잠할 것만 같다. 그렇다고 빌리가 질질 짜거나 신파조로 노래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빌리는 그냥 덤덤하게 부를 뿐이다. 슬픔은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인생의 온갖 슬픔과 부정, 고난과 역경이 파도처럼 나를 덮치는 느낌이 든다.


빌리의 굴곡진 삶을 여기에 일일이 나열하는 것은 무용하기에, 그녀가 짧은 생애 동안 겪은 시련을 구태여 전시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그래서 온전히 음악만으로 이야기하려 한다. 그녀가 남긴 앨범은 무척 많지만, 생의 끝자락에서 부른 이 [Lady In Satin]은 빌리 홀리데이 음악이 주는 미학의 완결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목소리는 탁하게 쉬어 있고 자주 갈라진다. 술과 마약으로 상할 대로 상한 성대 상태로 그녀는 별 일 아니라는 듯이 무심하게 노래한다. 그런 의미에서 첫 곡 'I'm a Fool to Want You'는 이 앨범의 알파이자 오메가이다. 첫 곡이 견인한 힘으로 앨범의 마지막까지 집중해서 들을 수 있는 힘이 생긴다. 'For Heaven's Sake', 'For All We Know' 등의 보석 같은 곡들도 놓칠 수 없다.


제목에서부터 강렬한 느낌이 온 곡은 'Glad to be Unhappy'였다. '불행해서 기뻤다'라니. 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그 밀도는 다르게 느껴진다. 빌리 홀리데이에게서 발화된 이 말은 겸허하고 숭고하다. 사람으로서 겪을 수 있는 최악의 불행 속에서 살았으면서도 '기뻤다'라고 소회할 수 있는 힘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어느 만큼씩은 불행하다. 가끔 그 불행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나를 꼭꼭 씹어 삼킬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빌리 홀리데이의 [Lady In Satin]을 조용히 꺼내 들어보자. 삶의 끝자락, 다시 말해 죽음의 초입에 서서 '기뻤다'라고 노래하는 빌리 홀리데이에게서 그렇게 조그만 위로 한 조각을 받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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